요즈음엔 매달 마지막 금요일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한 달에 한번 친구와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음악회에 아이들과 동반 나들이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중랑구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음악회 때문이다. 금요음악회와의 인연은 꼭 일 년 전부터다. 도로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안에는 내게로 오라는 손짓인양 세세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이들과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알찬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거기에다가 더욱 놀란 것은 해설이 있는 음악회란 것이 더더욱 내 눈과 귀를 붙잡았다.
이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금난새’씨가 이끄는 ‘수원시향’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이후 처음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인지 제각기 다른 모양의 수십 가지 악기들이 모여 음의 화합을 이뤄 내기도 하며 같은 음정을 만들어 내는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 내내 청음과 음표 그리기가 안돼서 고민이었고, 음악시간이 괴로웠던 나 같은 사람에 대한 은근한 배려는 아닐까 하며 생각해 보았다. 음악회 중간에 때때로 꼭 내용 파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내레이터’(Narrator)를 기용하기도 하고, 음악의 흐름으로 필요한 대목에서는 ‘김동혁’ 지휘자가 직접 나와 설명을 곁들여준다.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새 장르의 음악이 나오면 위트를 곁들여 음악적인 상식까지 더하여 준다.
오늘 연주곡은 엘가의 E. El gar Salut D'amour(사랑의 인사)이다.
엘가는 영국에서 태어나 혼자 독학을 해서 음악을 익혔다고 한다. 지방음악가로 활동한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지대한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혼한 해에 발표한 이 곡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표출된 것이다. 이 순간에는 아무런 장비 없이 그저 객석에 앉아 있기만 하면 세계의 곳곳을 순간 이동할 수도 있다. 자그마한 몸집의 아이들도 신비한 음악 속으로 빠져들면 까만 눈동자에서 반짝이는 빛이 새어나온다. 그렇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잠깐, 잠깐, 환상을 깨뜨리는 불청객(不請客)도 있다. 바로 여덟 살이 채 되지 않은 작은 악동들의 몸짓이 그것이다. 연주하는 중간 중간 불완전한 잡음이 섞이게 할 뿐 아니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움직이는 행태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옴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사랑이란 것이 이렇듯 오묘해 사랑의 인사 같은 명곡도 만들어 내는데 이런 기막힌 음악을 듣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작은 사랑하나 베풀지 못하면서 음악만을 통째로 즐기려한 내가 무척 작게 보인다. 다음번에 찾았을 때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국악에서 쓰이는 추임새로 들릴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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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09-02-16 22:1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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