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면동초등학교
5학년 10반 김혜리
“꼬끼오”
첫 직선제 서울시교육감선거를 1번으로(첫 번째, 맨 먼저) 하시겠다며 아빠가 모닝콜을 해 놓으셨다. 하지만 우리 삼남매는 눈치만 보다 어서가자는 아빠의 재촉에 대충 눈꼽(곱)만 떼고 투표소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새벽공기는 열대야를 기죽이듯 시원했다.
아빠가(는) 매번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면 꼭 투표소에 데려가셨고 개인의 한 표가 아주 작은 모래알 같지만 모이고 모여 우리나라와 우리를 위해 소중하게 쓰인다고, 이 다음에 투표권이 주어지면 꼭 투표하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부모님의 투표소는 예전 6동 동사무소로 쓰이던 곳이다. 투표소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관계자 분외에는 우리가족 뿐이었다. 우리 삼남매는 현관 밖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먼저 신분증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고 커튼이 쳐진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투표함에 넣으셨다. 단 몇 분이면 끝나는 내 소중한 권리인데 먹고 사는 게 바빠서, 난 누가 되던지 관심 없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하는 식의 생각은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어른들은 모르시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TV나 신문에서 다른 지역의 교육감 선거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 투표율이 한 자리수가 나왔다며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는 많은 서울시민들의 참여를 바란다며, 홍보물이 우편으로 배달되어 우리가족은 후보자들의 경력과 공약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과연 누구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할지를 의논하고 우리가족의 선택을 부모님께서 투표하셨다.
하지만 오후 늦게 뉴스를 보고 실망이 너무나 컸다. 전국최저 투표율 거기다 내가 살고 있는 중랑구의 투표율은 다른 동네로 이사라도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저조했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옛말이네”라며 아빠도 한 말씀하셨다.
하여튼 첫 직선제로 뽑았으니 앞으로 많은 관심과 공약하신 내용을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고 2010년 6월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교육감 선거에서는 넘치는 관심으로 한 표 한 표가 모여 전국 최고의 투표율을 보이기를 바라고, 아직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게 투표권을 가지신 어른들의 무한한 관심을 바라고 다음 선거 때는 “아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겠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