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째 낳은 노정화씨 등 모두 6명 ‘다둥이 출산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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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출산장려금 200만원을 받으니 기분이 짜릿했어요. 이게 웬 횡재냐 싶었죠. 참 좋았어요.”
중랑구에서 넷째아이부터 주는 출산장려금 200만원의 첫 수혜자인 김은희(30, 중랑구 묵1동)씨는 출산장려금 수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 6월 4일 장스여성병원(이사장 장중환)에서 넷째아이(김명준, 남)를 출산하고 지원금 200만원을 받았다. 그동안 아이를 낳을 때마다 혹시 혜택이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중랑구에선 전혀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지방에서는 참 많이 주는 것 같았고, 근처 동대문구나 노원구에서도 지원을 해주는데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중랑구에서는 그런 혜택이 없어서 매우 서운했단다. 출산에 따른 혜택은 아예 포기하고 아이를 출산했는데 뜻하지 않게 200만원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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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메디렌느산부인과(원장 백준길)에서 여덟째아이(김청훈, 남)를 출산한 노정화(28, 면목본동)씨 역시 예상치 못한 출산장려금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출산장려금 주는 걸 몰랐는데, 주변에서 알려줘서 받았어요. 식구가 많아서 어렵게 살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됐죠.”
중랑구에서 ‘다둥이’ 출산으로 2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은 사람은 여덟째를 낳은 노정화씨와 일곱째를 출산한 송모씨, 그리고 넷째아이를 출산한 김은희씨 외에도 넷째 출산 산모는 3명이 더 있어, 모두 6명에 달한다.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지난 4월 1일부터 둘째아이 이상 출산하는 부모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둘째아이는 50만원, 셋째아이는 100만원, 넷째아이부터는 계속 200만원을 준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올 한해만도 7억4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저 출산을 해결키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경향이어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원키로 했다. 살림이 풍족하지 못한 중랑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해 고육책을 마련한 셈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산(多産)도 유발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중랑구 역시 신생아는 지난 2002년 4,179명을 정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황금돼지해 등 출산 특수로 지난해 3,609명까지 늘었지만, 앞으로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산이 가능한 산부인과도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지방의 군 단위에서는 출산할 병원이 없는 곳도 상당하다.
중랑구에서는 출산실적이 전국 10위 안에 들어가는 장스여성병원이 있어서 양호한 편이다. 장스여성병원에서는 출산이 월평균 300여건에 달한다. 장스 말고는 메디렌느산부인과가 유일하게 출산이 가능한데 월평균 30여건을 소화해 낸다.
장스여성병원 장중환 이사장은 “출산 기피현상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출산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활동이 아닐 수 없다”면서 “출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아야 할 일이며, 사회 전반에서 출산과 다산을 지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씨는 애초부터 ‘아이 셋을 낳을 계획’이었다. 집안에서도 보통 셋을 낳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계획에 없었던 넷째아이가 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막상 낳고 보니 참 좋았다. 남편도 그렇고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건만 된다면 아이를 계속 낳고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노정화씨는 생활고가 큰 부담이지만 하나를 더 낳을 계획이다. 아이 키우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어서다.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와 1학년인 둘째가 어린 동생들을 끔찍이 돌봐준다. 여덟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을 거두고 집안 살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다자녀가구에 양육과 교육 지원 늘려야
김씨나 노씨처럼 출산경험이 많은 산모들은 다산을 장려하는 정부가 양육에 더욱 관심을 갖고 배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한 둘째아이 이상은 큰 돈 없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씨는 산후도우미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도가 소진됐다는 이유로 혜택을 보지 못한 것은 지금도 서운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노씨는 ‘없는 살림에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탓보다는 “다자녀가구에 대한 양육과 교육 등 혜택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출산과 다산을 유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사회가 더 낳고 싶어도 키울 능력이 없어서 못 낳는 사회로 퇴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기초지방단체가 출산장려금을 감당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장려금 도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저 출산대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지자체간의 비교와 형평성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랑구 등 5곳이 장려금제도를 올해 도입했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중랑구는 출산장려금에서 파격적이다. 첫째아이는 없지만 둘째아이에게 주는 50만원이나 셋째아이 100만원은 서울 자치구가운데 최고 금액이다. 넷째이상 200만원도 중구와 강남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곳은 10월 현재 모두 19곳(송파구는 보험료 지급)이며, 은평, 마포, 구로, 동작, 강동, 용산구(2009년 자원 예정) 등 6곳은 전혀 지원을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장려금을 주는 중구는 넷째아이 300만원, 다섯째아이 500만원~열째아이에게는 3000만원을 주고 있다.
차별없는 출산장려금 지급 필요성 대두
지자체간 천차만별 출산장려금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한 푼도 받을 수 없기도 하고, 3천만원을 받을 수도 있는 지역적인 차별이 발생한다. 또 지자체들의 갑작스런 출산장려금제 도입으로 거주기간의 적용, 지급기준, 시행일자 등 사소한 혼선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받는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로 노원구는 지난 9월 ‘국가, 광역·기초 자치단체의 일정 부담 조건으로 지원 표준안을 마련, 전국 어디에서 태어나더라도 똑같은 금액이 지급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중환 이사장은 “저 출산을 극복하는 문제는 이제 국가차원의 중요한 과제인 만큼 출산장려금뿐만 아니라 보육 등 제반사항을 정부가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울러 지자체는 지역사회와 함께 실질적인 출산율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