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바다를 본다 불암산에서
소정 안 재 식
시인, 동화작가, 소설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중랑문학대학 지도교수
아버지는 바다였다
바다의 속내를 알고 사랑하게 된 아버지
그 바다는 슬픔의 바다였고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바다를 찾아 헤맸다
밤하늘에 폭죽을 피워 올리듯
서둘러 불꽃을 사르는 오월의 불암산을 오른다
단애의 벼랑을 이룬 정상에서
열두 살 소년의 두 귀를 토끼처럼 들어올리던 선생님
-보이지? 보이지?
-어디요? 어디요?
-안개가 바다를 숨겨놨구나
그때는 불암산이 아주아주 작아 보였는데
오늘은 태산이 되어 요리조리 가로막는다
아까부터 좇아오던 낮달이 창백하다
걱정이 되는가 보다
치마바위를 들추고 앉아본다
배꽃이 환장을 하던 저 들녘
마들평야에는 온통 토끼장일 뿐
켜켜이 가로지른 공간에
저마다 만든 섬들이 제자랑 한창이다
삶의 추위가 지나간 자리마다 생겨난
半百의 나이테를 헤아린다
새까매진 속내를 감출 길 없다
그래 선생님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어
오르자 오르자 또 오르자
오늘은 안개도 없잖아 바다가 보일 거야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불암의 바위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