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수박이는 사랑을 싣고
장려상 이정애(서울시 중랑구 망우1동 경남아파트)
분만 일시: 2009년 10월 12일 PM 6:44
성별 : 여아(김수하)
체중 : 2.98kg
“이번에도~~ 어렵겠는데요!” 라며 불임 시술을 받게 됐던 일이 엊그제 같다. 아직도 그 당시의 맘고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 온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엄마가 되었고 여느 엄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해 준 50여일된 귀여운 꼬마 천사가 내 곁에 있다.
결혼 3년차 불임 환자로 장스와 인연을 맺고 열심히 치료를 받던 중 두 차례 인공 수정도 시도했으나 성공하진 못했고 잠시 치료를 중단하고 마음을 비워보기로 요가학원을 다니며 심신 수련에 전념을 다하던 어느 날, 우연히도 수박이가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다. 정말 뜻밖의 임신 소식에 우리 부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태명은 수박이인데, 신랑 꿈에 시어머님이 탐스런 수박을 세통씩이나 보자기에 싸서 나를 갖다 주라는 부탁을 받곤 지어진 이름이다.
장스와는 여러 가지 인연이 있나보다. 불임치료 받느라 병원과도 익숙해 있었고 우연히 영상의학과에 방사선사로 근무 중인 반가운 동창과도 만나게 되는 행운도 생겨 그때부턴 장스에 대한 애착이 더욱더 남달랐다.
어렵게 임신이 되었다 해도 유별나게 행동하고 싶지 않아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근무를 하였고 임신기간 동안 골고루 잘 먹고 휴일엔 충분한 휴식을 가진 덕분에 수박이의 상태는 아주 건강하고 잘 자라 주었다. 다만 오래 서있고 활동이 많은 직장맘이어서 그런지 수박이가 평균보다 작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는데 그때마다 원장님은 엄마 체구가 큰 편이 아니니 오히려 아기가 작은 것이 다행이라고 용기를 주셨다.
10월 12일(월) 드디어 오늘이 수박이의 탄생일인 셈이다. 원장님께선 유도 분만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몇 가지 주의사항들을 알려 주셨다. 분만실에 들어서는 순간 내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설렘과 기대, 그 뒤엔 막연한 불안감이 맴돌고 있었다.
정오가 되면서 배가 살살 아파지기 시작했다. 생리통 보다는 좀 더 강도 있는 통증이었다. 이제부턴 벼락치기로 익혀둔 호흡법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만실에는 아주 오랜 동안 숙련된 간호사분이 계시는데 일명 분만실의 실장님이라 하신다. 그분께서 왔다 갔다 열심히 걷는 운동하다가 진통이 오면 멈춰 서서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심호흡을 반복하라는 요령을 알려주셨다. 35세의 노산에 초산이라 무조건 병원에서 알려 주는 대로 뭐든 성실히 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요령이 순산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분만실에 들어온 후 벌써 네 명의 산모가 아기를 낳았고 방금 태어난 아가들이 신생아실로 옮겨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면 출산한 산모들이 부럽고도 귀여운 아기들이 무척이나 예쁘고 신기해 보였다. 난 언제쯤 또 몇 시쯤 수박이를 볼 수 있을지... 쩝...
간호사 한 분이 오셔선 내진을 해 보겠다며 침대로 들어가라 했다. 앉을 수도 설수도 누울 수도 없이 경직된 그 상태였다. 이젠 ‘아악아악~~ 아이고 배야!!~~’하는 소리가 자연스레 연실 입 밖으로 반복해 나왔다. 정말 죽을 것 같은 통증이었다. 무통을 더 놔 달라고 소리쳤다. 간호사는 진통제 맞은 간격이 얼마 안 된다며 좀 더 참으라 했다. 신랑의 양손을 꽉 쥐며 살려 달라고 했다. 신랑 손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내진을 해 보더니 35% 진행된 거 같다고 했다. 이렇게 아픈데 아직도...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화장실 배인가 싶어 변기에 오래 앉아 있어 보는데 대변은 안 나오고 일어서려는 순간 또 다시 천둥 같은 통증이 밀어 닥쳤다. 꼼짝도 못할 것 같은 이 통증! 이젠 이런 통증이 너무 자주 온다. 견디기가 힘들어 졌다. 간호사들이 자주 와서 내진을 자주하더니 가족 분만실로 옮겨 주셨다. 분만대로 보이는 침대로 올라가 누우라는데 도저히 발이 안 떨어지고 엉덩이를 들어 올릴 수가 없이 아팠다.
50% 진행된 거 같다며 이제 진통이 올 때마다 항문 쪽으로 힘주기를 하란다. 이제부턴 진통이 올 때마다 산도를 넓혀주며 힘주기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고함을 지르면 힘이 분산 된다며 진통 올 때마다 대변보듯이 아래쪽으로 힘을 끙~ 주라고 했다. 한 일곱 번 정도 끄응~~끄응 힘주기 연습을 하고 나니 당직 선생님이 오셔서 국소 마취를 하고 회음절개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무언가 따끔한 주사 바늘 느낌이 났다. 그 뒤론 진통이 오고 힘주기를 연습하는 통에 회음 절개 느낌은 느끼지도 못했다. 마지막 힘주기 한 번 더 ‘끄으 응~~’ 그 순간 무언가 ‘뜨뜨 미지근하고 미끈한 것이 쑤우욱 밀려 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응애~ 응애~” 드디어 우리 수박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신랑은 탯줄을 자르고 아기를 닦아주고 있었다. 수박이는 예쁜 속싸개에 싸여져 내 옆으로 왔다. 예쁜 공주였다. 힘들게 세상 구경해서인지 머리는 고깔모자를 쓴 모양처럼 솟아 있었고 부은 눈과 울긋불긋한 얼굴. 솔직히 기대한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이었지만 내 자식이기에 더 없이 소중하고 예뻐 보였다. 품에 안아 찬찬히 보고 싶었지만 볼에 뽀뽀해 주는 걸로 대신하고 곧장 신생아실로 보냈다.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한 출산을 도와주신 장스여성병원 이인식 원장님과 김명현 간호 과장님, 친절한 5층 수간호사님 이하 여러 간호사님들. 그리고 카리스마와 생동감 넘치는 분만실 간호사님들. 너무 너무 감사드린다. 둘째도 주저 없이 장스에서 낳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