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만에 낳은 하은이, 넷째도 낳을까 봐요

장’스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2시간 만에 낳은 하은이, 넷째도 낳을까 봐요

 

인기상 이혜정(서울 광진구 중곡3동 212-12)

분만 일시:

2009년 8월 3일 PM 13:44

성 별     : 여아(이하은)
체 중     : 2.92kg
   
         

 

 내가 아가씨였을 땐 설마 내가 세 아이의 엄마가 될 거라는 생각 정말 꿈에도 못했습니다. 한여름에 나에게 와준 우리 예쁜 천사 하은이를 바라보며 벌써 3개월이나 지난 나의 출산후기를 올려봅니다.
제 나이 서른셋 뱀띠구요, 첫딸은 97년도 겨울에, 둘째딸은 2005년도 봄에 낳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옆에서 쌔근쌔근 잠들어있는 셋째 딸 하은이 이렇게 저는 세공주의 엄마입니다.
2008년도 11월 정말 몇 개월 동안 기다리며 노력한 결과 11월말 테스트기 두 줄이 나왔습니다. 저는 딸 둘이 있으면서도 또 아들을 원하는 욕심많은 엄마였답니다. 그때부터 지옥같은 입덧은 시작됐습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김치냄새, 냉장고냄새... 정말 냄새란 냄새는 맡기도 싫고요, 먹지도 못하면서 구역질에 힘도 없고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했습니다. 몸무게는 54kg이었던 게 49kg까지 줄었고요. 저는 애들 셋 다 그렇게 입덧이 심했습니다.
진료받던 날 원장님께선 너무 힘들면 유도분만을 해도 셋째라 금방 낳을 거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얼떨결에 7월29일로 날짜를 잡고 돌아왔습니다. 3일이나 남았으니 제발 이슬이라도 비치길 간절히 바랐지만 밤에 배가아파 울며 잠도 못잘 정도였는데 아침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정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도 유도분만은 아기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뱃속에 더 있고 싶은데 억지로 나오라고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참아보기로 하고 진통만 기다렸습니다. 배는 밑으로 쳐져서 금방이라도 길 걷다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골반도 빠질 것처럼 아프고, 긴 하루를 보내면서 울기도 많이 하구요~ 정말 초 절정에 이르러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결국 예정일 5일 남겨두고 8월3일 유도분만을 결정했습니다. 그 전날, 아니 한시간전까지도 진통오기만을 바랐지만 그 흔하다는 이슬한번 안 비쳐주더군요. 
11시30분 촉진제를 꽂고 관장을 하고 복도를 왔다갔다 걸었습니다. 산모가 많은 탓에 걷다가 부딪히고, 이쪽저쪽에서 멈춰 서서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 비슷한 신음소리,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그렇게 위로했습니다. 잠시 후에 내가 겪어야할 걸 알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휴우~ 한명, 두 명 극심한 고통과 함께 애기를 낳으러 들어가고, 잠시 후 들리는 애기 울음소리. 그때 만해도 제 귀에 그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재보니 5분 간격으로 30초 동안 아프고. 간호사언니에게 봐 달라 했습니다. 내진을 하고 양수가 터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피도 나오고, 밑으로 뭔가 뜨거운 게 줄줄 흘렀습니다. 아직 더 있어야 한다기에 다시 복도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몇 십분 자꾸만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급기야 복도의자에 앉아있는 엄마 목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1-2분 간격으로 계속 아픈 것 같더군요. 그러다 친정엄마가 안 되겠다 싶으신지 간호사언니를 불렀습니다. “무통주사 한대 더 놔 드릴게요”하면서 대기실에 들어가서 내진을 했는데 40프로 진행이 됐다면서 주사를 가지러 가고, 친정엄마는 신랑한테 전화를 하러 나가고, 그사이 나는 배가 뒤틀리고 자꾸만 대변 마려운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통주사를 꽂는데 “저기요, 자꾸만 똥이 마려운 거 같아요”했더니, “어머 벌써 60-70프로 진행됐네요. 애기 낳으러 들어갈 거예요” 무통주사도 맞다말고 급속진행에 간호사도 저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미 내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분만실로 가서 누웠습니다. 혼미한 상태에서 의사선생님은 걸어오는 동안 또 많이 진행됐다면서 소리내지 말고 숨을 크게 쉬라고 하셨고, 소독을 하고 제모를 했습니다. 그렇게 누워있는 시간이 5분정도 지난 것 같았고요, 아무 때나 힘주면 애기가 힘들다면서 참았다 힘을 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미 제 몸은 제 뜻대로 안 되는 상태가 됐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힘을 주고 있는지도 몰랐고, 정말 앞이 하얀 백짓장처럼 깨끗해지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정말 엄마뱃속에서 나오던 힘? 젖 먹던 힘까지 다줬습니다. 아~~~~~~~~~ 그렇게 세 번! 뭔가 밑으로 쑥하고 빠져나가는 느낌! 응애응애- “13시 44분 여자아기입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그 순간 그 느낌은 낳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그 감동과 그 기쁨과 그 행복. 정말이지 이세상이 전부 내 것인 것 같은 짜릿한 그 기분. “엄마 모유먹이실거죠”하면서 그 이쁜 천사를 제 가슴에 갖다 대주시더군요. 그러는 사이 회음부를 꿰매 주셨고, 뒤처리를 한 후 휠체어에 실려 입원실로 올라가는데 같이 복도를 걷던 다른 산모들의 부러운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늦게 왔는데 벌써 낳았냐면서 부러워했죠... 전 마치 딴사람 못 낳는 애기 저 혼자 낳은 양~ 으쓱대며 유유히 복도를 빠져나왔습니다.
저를 진료해주신 이인식원장님 “벌써 애기 낳으셨어. 빨리 낳았네” 하시며 웃으시던 모습도, 촉진제 놔주고, 내진하면서 내 짜증 받아주고, 끝까지 친절하게 잘 대해주신 간호사 언니들... 입원내내 제가 해 달라는 대로 다해주던 신랑(그땐 정말 왕비가 된 느낌), 그리고 2박3일 입원하면서 밤마다 잠 못 자고 모유 수유하러 왔다 갔다 했던 신생아실, 좌욕실까지도 모두모두 너무 그립네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 이인식원장님께 진료 받으며, 넷째도 장스에서 또 낳을까 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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