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 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죽을 것 같은 고통보다 더 큰 행복한 선물
인기상 김현옥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593번지 동부주택
분만 일시 : 2009년 9월 28일 PM16:19 |
의사선생님이 아기가 크기 전에 낳는게 쉽다면서 이번 주말까지 상황보고 월요일에 입원준비 해서 오라고 하셨다. 분만일을 잡고 나니 기다리던 초조함도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분만일 아침 근처 친정에서 아침밥을 먹고 9시반까지 예약이라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은 내진 후 많이 부드러워져서 오후 4시엔 낳을 수 있겠다고 하신다. 드디어 대박이(태명)를 볼 수 있다는 설렘에 분말실로 입장했더니 간호사가 신랑한테 산모용 패드를 사오라고 시킨다. 우선 태동검사 하고, 관장을 했다. 그 후 미약하게 진통이 조금씩 오는 것 같았다.
가족분만실을 신청했는데 진통실에서 여러 산모들이 있었다.
촉진제 맞고 10분 지났을까? 노련해 보이는 작은 간호사가 내진하다고 하면 갑자기 침대위로 신발 벗고 올라온다. 내진 후 뭔가 따뜻한 것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운동을 해야 빨리 낳을 수 있다고 운동 준비를 시키신다. 오늘 유도 분만하는 산모들 많다. ‘나처럼 추석 전에 다들 낳으려나 보다.’
가족분만실에서 무통 주사를 맞았다. 생리통 같은 진통이 2분 간격으로 점점 아파온다. 1분 30초 간격인데 대중이 없다. 배보다 허리 쪽 진통이 너무 아프다. 그 노련미 물씬 풍기는 간호사가 내진해보고 별로 많이 진행은 안됐지만 내가 진통을 못 참고 눈이 겁이 많아서 무통 주사를 준다고 한다.
그때부터 배가 너무 아팠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오후 1시쯤 원장님이 들어오더니 내진 후 나간다. 무통은 전혀 안 아플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진하더니 진행 안 된다고 운동해야 한단다. 또 줄줄이 대열에 껴서 열심히 걸었다. 진통 올 때 멈추고 안 올 때 열심히 걷고......·
오후 3시 이제 걷지도 못하겠고 진통 올 때 벽에 머리 쳐 박고 손톱으로 벽을 긁어댔다. 이때부터 거의 미친 여자 수준의 진통이 몰려왔다. 신랑 옆에서 안쓰러워할 뿐 다른 방법이 없다. 그 간호사언니 다시 내진하자고 날 끌고 들어간다.
진통 올 때 똥꼬에 힘주란다. 근데 힘이 자꾸 똥꼬로 안 간다. 힘을 잘 줘야 빨리 낳을 수 있다고, 똥 싸는 것처럼 힘주라고 하신다. 아이가 안내려오는지 바닥에 패드를 깔더니 진통 올 때 쪼그려 앉아서 똥 쌀 때처럼 힘주란다. 2번 정도 힘주고 다시 올라가 또 힘주기 연습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련한 간호사언니의 도움으로 빨리 출산을 했던 것 같다. 고마운 분인데, 그 땐 왜 그렇게 미워만 보였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침대를 분만대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수술도구들 가지고 오라고 시킨다. ‘아 이제 끝나는 구나’ 생각 했는데 분만 도구들 다 들어왔는데 옆방 산모가 더 급하다고 다시 빼간다. ‘안돼! 안돼! 저도 잘 할 수 있어요’속으로 외친다. 그렇게 십 여 분을 나 혼자 덩그러니 진통을 했다.
신랑 들어왔는데 내 눈엔 신랑이 보이지도 않는다. 나중에 신랑이 그때는 내가 침대 끝에 떨어질 것처럼 매달려서 링겔대를 부여잡고 소리지르고 있었다고 한다. 십 여분 동안 혼자 울부짖고 있는 사이 드디어 분만도구들이 내게로 왔다 ‘빨리빨리 좀 하지 나는 죽겠는데...’ 진통오니 또 내진을 하면 밑으로 힘주라고 한다. 빨리 벗어나고 싶어 말 잘 들었다. 있는 힘껏 막 힘 줬다. 그 사이 반가운 원장님 오셨다. 두건 쓰는 원장님 등 뒤에서 광채가 난다.
이제 진통 오면 한방에 힘주고 낳아야지! 더 이상의 진통은 못 참을 것 같다. 원장님 가위들고 대기중이다. 또 진통이 온당. 그냥 무조건 힘준다. 뭐가 뾰족한 느낌이 전해졌다. 회음부 절개한다. 보이진 않아도 느낌으로는 알 수가 있었고, 진통의 고통에 비하면 백만분의 일이다. 원 장님 숨 한번 쉬더니 머리 나왔는데 아가 다치니까 힘 빼라고 하신다.
그 와중 울 아가 머리만 나왔는데, 킁킁 하더니 운다. 아가를 내 배위에 올려 놓은지도 몰랐는데 배위가 묵직해서 보니 아들이 있었다. 얼굴을 밑으로 해서 몸만 보여 얼굴이 궁금했다. 순간 감동의 눈물과 고통에서 이제 벗어낫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울 아기 팔다리를 허우적 허우적거리면서 처치를 받고 있다. 그 와중 신랑 탯줄 자른거 같은데 난 기억도 안난다. 신랑이 들어와서 내 머리맡에 있었다는데 난 진통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못 봤다. 신랑은 옆에서 아가 닦이고 있는거 보고 있다. 아가 입에서 양수 빼내고 피 닦인다. 간호사가 아가보고 아빠 손잡으라고 했는데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신랑 손은 안 잡고 간호사 손만 잡았단다. 벌써부터 여자 좋아한다고 신랑 중얼중얼 댄다. 그렇게 아가를 신랑이 안아서 데리고 나간다.
회음부 대략 10분정도 꿰맨 것 같은데, 똥꼬 위에 부분까지 꿰매는 느낌이 난다. 그리고 태반을 꺼내는데 잠깐 아팠다. 잠깐 내 배에 손을 살포시 얹어 보았다.
‘어~ 허전하네! 10개월의 임신여정이 이제 막을 내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