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뒤에 깨닫게 된 진정한 행복

장’스여성병원 제1회 육아수기 당선작

아픔 뒤에 깨닫게 된 진정한 행복


최우수상: 김영미


 분만     일시:

2006년 5월 9일 4시

 성          별:

 남아(송민기)
 체         중:

 3.56kg


2007년 3월1일

방심한 침대서 '쿵'
정말 간이 떨어질 뻔했다. 아침에 일어나 친정아빠한테 기어간 민기를 아빠 침대에 올려놓고 같이 놀고 있었다. 그러다 아빠가 운동하러 나갈 시간이 되어 아빠 신발을 봐주는 사이에 쿵! 으아앙! 민기가 그만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놀랬는지 심장은 계속 쿵쾅거리고, 그칠 줄 모르는 민기의 울음소리에 난 정신이 거의 나가버렸다. 아빠랑 엄마도 깜짝 놀라 민기를 달래며 안절부절 못하셨다. 주말이라 오랜만에 늦잠을 자던 신랑도 민기 울음소리에 방에서 뛰쳐나왔다. 엄마 아빠가 바로 옆에 계셔서 아무 말도 못하지만 그 표정에서 날 원망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미안하면서도 섭섭하던지......`
민기는 얼마간 더 울더니 아빠 품에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조금 뒤 아픈 게 사라졌는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민기를 보자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정말 머리 속이 하얘지던 순간이었고 혹시라도 민기가 잘못될까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내가 우는 걸 보자 자기도 미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날 안아주는 신랑 품에서 “꺼이꺼이” 안도의 눈물을 한참동안 흘렸다. 민기야 오늘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이젠 다신 아프게 하지 않을게.


2007년 3월 20일
처음으로 민기를 데리고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 왔다. 아직 돌도 되지 않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애를 괜히 데려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갔더니 민기보다 훨씬 어린 아가들도 정말 많이 있었다. 진작 데리고 다닐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며칠 전에 신랑이랑 민기랑 커플로 산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히고 도시락을 쌌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우리 가족끼리만 봄 소풍을 가는 거라 신랑도 나도 한껏 들떴다. 민기도 차 안에서 신이 나는지 깔깔 웃어대며 연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과 무거운 짐과 커다란 유모차에 나와 신랑은 금새 지쳐버리고 말았다.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돗자리 밖으로 기어나가는 민기 잡아오고, 다 먹은 다음엔 민기랑 공을 굴리며 놀아줬다. 짜식~~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 눈웃음을 보고 있자니 힘이 절로 났다. 민기를 데리고 목마를 태워서 코끼리랑 사자 호랑이를 보여주는 신랑!  빨간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고 목마를 태운 두 부자의 뒷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민기도 잠이 확 달아났는지 여기저기 가자고 손짓을 하고 난리였다. 원숭이 행동 하나하나에 놀라고 신기해하는 민기를 보며, 악어를 보고 무섭다고 우는 민기를 보며, 더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보여주고 경험해보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5월 9일
민기의 두 번째 생일이다. 무지무지 기뻐야 하는 날이지만 아빠가 돌아가신지 보름정도 밖에 되지 않아 우리 집 분위기는 썰렁했다. 저녁이 되자 신랑이 어머님과 서울에 놀러 오신 할머님을 모시고 퇴근했다. 어머님은 당신 손주 생일상이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 섭섭하셨을 텐데도 아무 말씀 없이 직접 저녁을 준비하셨다. 우리가 생일 촛불을 끄고 조용히 밥만 먹는 사이에 서연이가 살금살금 기어가 케이크를 마구 먹어댄 것이다. 어이도 없고,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서연이 덕분에 우리 모두가 어색함 없이 즐겁게 웃을 수가 있었다.
2010년 2월 25일
민기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민기가 유치원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단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 하면서도 아이가 울면서 엄마만 찾고 선생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하여 유치원에 갔다. 민기를 보러 유치원엘 가면서 내 마음 속에도 비가 내렸다.
그동안 연년생으로 민기와 서연이를 키우면서 친구들과 만나거나 내 생활을 하기는커녕 제대로 외식한번 못해본 나에게 아이들이 유치원을 가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은 정말이지 눈물이 날 만큼 나에게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 나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유리처럼 깨질까봐 안기도 조심스러웠던 녀석이 언제 저렇게 커서 벌써 유치원엘 가나 하는 신통방통함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 행복한 감상일 뿐, 유치원에 도착해보니 민기는 다른 아이들처럼 교실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강당에서 혼자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상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적응을 못하는 민기 때문에 화가 나서 참기 힘들었다. 엄마가 네 마음을 다 읽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엄마도 이제 학부형이란 걸 처음 겪는 새내기야! 엄마도 아직 뭐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거하나는 약속할게! 조급해하지 않고 널 기다릴게! 너랑 발 맞춰 걸을게!
2010년 8월 7일
비행기 조종사나 우주 과학자가 꿈인 우리 민기를 위해 오늘은 과천 과학관을 갔다.  원심력과 지렛대의 원리 등 과학적 원리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익히도록 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유치원생 들이 하기엔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놀이 시설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우리 도움을 받아 재미있게 놀았다. 한참을 놀고 과학관 안으로 들어가니 여러 테마로 나뉘어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다른 방들은 그저 대충 훑어보고 로봇실과 우주에 관한 방, 비행기가 있는 방에서 거의 대부분을 보냈다. 로봇을 직접 리모컨으로 조종해서 창문을 닦아보고, 말을 하는 로봇과 대화를 해보고 무선 조종차를 움직여보면서 아이들은 집에서 책으로 읽은 내용을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우주 테마 방에선 우주복을 입고 산소헬멧을 쓰고 사진도 찍고, 실제 우주선 내부를 꾸며놓은 곳에선 우주과학자가 자는 침낭을 보곤 애벌레 같다며 까르르 웃었다. 우주 테마방을 아이들과 찬찬히 둘러보며 나도 모르던 것을 알게됐다. 유치원에서 우리나라 국기가 태극기라는 걸 배운 민기는 우주선 모형에 태극기가 잇는 걸 보고 “엄마 이 우주선은 우리나라꺼지?”하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전화면맨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