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여성병원 제2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건~ 브라더스’의 탄생이야기~
인기상
이정연(서울시 중랑구 묵2동 239-109)
2010년 1월 25일 오후 10시9분 남(김동건) 체중 3.42kg 2011년 5월 24일 오후 4시28분 |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의 모습’ 이라는 뜻의 도담이...
우리 사랑스런 아기의 태명은 도담이다. 우리는 11년의 연예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빨리, 결혼 후 3개월 만에 임신을 계획했고. 또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도담이가 와주었다.
임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는... 아는게 병인지라, 하루하루 지나면서 점점 소심한 엄마로 변해가고 있었다. 기형아 검사에서 조금 이상소견이 있어서 양수검사를 하던 전날, 대부분의 아기들이 정상으로 나온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 먹먹함과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밤새 뒤척여야만 했다.
김혜영 선생님을 만나서... “자, 입원합시다.” 하는 말씀에. ‘아..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우리 도담이를 만나는 날이 왔구나. 아! 그 경이롭지만 또 고통의 시간이 왔구나. 얼마나 아플까? 입원수속을 마치고 분만실로 들어서는데 편안하면서도 이 낯선 환경. ‘난 분명히 잘할 수 있을 거야. 난 준비된 엄마잖아. 뭐가 걱정이야.’를 계속 되뇌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간호사들의 움직임... 도담이의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진 탓에 심박동이 일시적으로 안 좋아졌었지만, 다시금 괜찮아졌다고... 또 소심한 나의 마음은 요동을~~ 치고 있다. 간호사가 옆에서 능숙한 솜씨로 배를 눌러주었고, 정말이지 눈물나게 고마웠다. 잘하지 못하고 있는거 아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잘하고 있어요... 한번만 더 갑시다. 하나~둘~셋~” 끙~ “머리가 걸렸어요~ 다시 한 번 더~”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힘을 줬더니, 정말 두 눈에 별이 번쩍한다~ 동시에 도담이는 우렁차게 울면서 나왔다.
‘아...끝났다. 내가 해 낸 거야...’ 방안에 다른 분들은 더욱더 분주해진다. 나 혼자 멍하니...
퉁퉁 부은 얼굴에 눈을 찔끔 뜨고 윙크를 하듯 엄마를 쳐다보는 도담이를 가슴에 올려준다.
‘고생했어.. 도담아.. 사랑한다.. 도담아... 고마워...’ 속으로 수 천번 되뇐다. 뒤처리가 끝날 무렵... 그 인자하신 의사선생님 왈, “정말 잘하셨어요... 둘째도 낳으셔야죠?” “아니요... 절대......” “하하하하하...”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과 표정으로 퇴원해서 친정집에 왔지만... 또다시 모유수유와 전쟁이 시작되었다. 분만 후 5일째가 되는 날이 되어서야 젖이 돌기 시작했고, 도담이는 내 젖을 잘 물지 못했다. 때문에 더욱더 젖병을 물리면 안 된다는 고지식한 생각에, 수유한번하려면... 젖 물려주는데 30-40분이 걸렸고, 젖양은 왜 이렇게 적은지... 도담이는 젖을 1시간씩 물고 있는데... 잠들어 내려놓으면 또 1시간 만에 운다... 또 젖 물리고... 난 처음엔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루 종일 수유만 했고 밤에는 젖 주며, 졸며... 가슴을 내놓고 졸고 있는 건 다반사였다. 아이의 먹는 양은 늘어만 가는데 원망스런 모유는 양이 늘지 않아, 밤새 도담이는 1-2시간마다 깨서 젖을 찾았고, 나는 직장에서 1시간씩 앉아 졸면서 유축을 했다. 정말이지 직장에 다니면서 완전 모유수유가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곁에서 돌봐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나의 모유수유 고집은 계속 되었다. 동건이란 멋진 이름을 얻은 도담이가 9개월이 되었을 무렵, 냉동고 속에 얼려두었던 모유들은 점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짜도 짜도 동건이가 먹는 양만큼 나오지가 않았다. ‘그래.. 직장다니면서 9개월... 많이 먹였다. 힘들었지만... 잘한거야.’ 하고 분유를 알아보던 중... 그냥 왠지 임신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수유중이여서 생리가 원래 없었기 때문에 ‘이제 생리도 시작하겠지..’ 하는 마음에...
‘허걱~~~ 또 임신이야...’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ㅎㅎ 그래서 모유가 더욱더 줄었던 거구나 ㅎㅎ... 뱃속의 아이와 연년생으로 동건이에게 동생을 보게 한다는 게 너무나 미안했다. 속도 모르고 신랑은 좋아만 한다. 그렇게 여름이는 우리에게 불쑥~ 찾아왔고, 또 소중한 생명은 동건이 때문에 태교도 제대로 못해줬는데도 내 뱃속에서 고맙게도 건강하게 커나가고 있었다.
37주를 딱 하루 넘긴 그날, 조산기가 생긴 이후 항상 배가 아팠던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배가 계속 싸한 느낌이 있다. 근데 왠지... 오늘은 정기검진일인데, 여름이가 나올 것만 같았다. 오전 일을 마무리하고 12시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봤는데... 김혜영 선생님께서 “배가 많이 아팠나요?” “아니요 배는 항상 아팠어요.” “ㅎㅎ 벌써 40%나 진행이 되었는데요. 입원합시다” “어 많이 안 아팠었는데... 저 일 좀 마무리하고 올게요... ㅎㅎ” 어디서 나왔을까... 저 여유는 ㅎㅎ... 일을 마무리하고 2시쯤 신속하게 입원수속을 마치고, 조금은 흥분된 기분으로 가족분만실에 누웠다. 또 간호실장님은 양수를 터트리신다. ‘어라 이것도 아프지 않네.’ 공포는 더 커진다. 배는 살살 아픈 것 같지만... 괜찮았다. 바로 무통주사를 놔주었고. 이내 살살 아프던 것도 사라진다. 그리고는 곧, 간호사가 들어와 힘주기 연습을 하자고 한다. ‘어.. 벌써...?’ 끙~ 한번 힘을 줬더니... 실장님 왈... “안되겠어. 이러다 아기 나오겠어... 하하..,” 바로 김혜영 선생님께서 오셨고, 준비된 신랑이 들어와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왜? 애 낳을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나 웃고 있으니까 이상해?” 하하하... 가족분만실에 모든 사람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선생님께서... “자~ 시작합니다. 힘 주세요~ 하나, 둘, 셋~~!!” 끙~~...
“응애~~~응애~~~” “ 어.. 뭐야... 여름이가 나왔어~~” 여전히 하나도 아프지 않고 어리둥절 하기만하다. 동건이를 낳고선 너무 아프고 지쳐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간호사들은 분주하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신랑은 두 번째라고 능숙한 솜씨로 탯줄을 잘랐다. 이번에는 수건을 들고 아기를 닦아주기까지... ㅎㅎ... 아무렇지도 않은 나에 비해, 우렁차게 울고 있는 여름이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가슴 저 밑에서 뜨겁고 뭉클한 무엇인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고마워.. 여름아.. 착한 우리 아들... 엄마 아프지 않게 하고 세상에 나와 주느라.. 고생했어.... 조산하지 않고... 잘 버텨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사랑한다.. 사랑한다....’ 감동에 벅차 눈물이 막 쏟아지기 시작한다...
두 아이의 출산수기를 마치며...
없는 글재주에 수기를 쓸까말까를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며칠에 걸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금 그때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혼자 웃음 짓기도 하면서, 따뜻해진 마음 덕분에... 글을 쓰는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연년생 남자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며 조금은 지쳐있던 제게 활기를 불어넣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거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