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와 공직자의 처신

청문회와 공직자의 처신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한 고위 공직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부적절한 처신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금까지 터져 나온 흠결은 10여 가지다. 경기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관용차 사적 이용, 대기업 협찬 강요, 자녀의 증세탈루, 봉급자의 재산급증, 부적절한 업무추진카드 사용과 룸살롱 출입 등이다.
   당사자가 해명을 했는데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보니 자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우선 야당인 민주당 등 정치권 공세가 만만치 않았고, 집권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거세게 몰아쳤다. 시민단체·언론·헌재 내부 등에서도 공직시절 부도덕한 처신들이 폭로됐다. 도덕성 차원을 넘어 재판관으로서의 재판 편향성 등 자질 시비까지 나왔다. 청문회 통과를 하든 안하든 이 정도 세세히 부적절한 처신들이 지적되는 것을 보면 공직자의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재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가 공무를 수행하는 동안 지켜야 할 '공직자행동강령'이 주목된다. 강령은 금품 및 향응수수 금지, 차량 등 공용물 사적 이용금지, 직위 사적 이용금지,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 이권 개입 금지, 특혜 배제 등 100여종을 담고 있다.
  선물시즌인 설이 다가온다. 공직자들은 선물과 뇌물을 잘 숙지하고 공직자행동강령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을 잘 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선물 수수는 직무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권 개입이나 특혜 가능성을 증대시켜 공정한 업무 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부패유발 취약분야라고 일컬어지는 인·허가, 물품계약, 단속·점검 관련 업무 담당자는 과도한 선물 유혹을 유념해야 한다.
 공직자는 직무관련 민간인으로부터 일체의 선물을 금하고 있다. 직무관련 공직자 간에는 통상적 관례의 범위인 3만원 내에서 간소한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만약 이를 어기면 해당 공직자 소속 기관장의 사실 관계 확인 후 징계 조치된다.
 미국 공직자의 경우 선물 상한액은 20달러다. 싱가포르·홍콩 등은 어떤 금전이나 물품도 선물로 받지 못하며 영국은 소액(다이어리·펜·초콜릿 등)의 선물만 수령할 수 있다.
 2년여 전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주한 외국기업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나온 다국적 기업가들의 훈수는 되새길 만하다. 한 경영자는 미국은 공식 식사접대비 20~25달러가 지난 20년간 줄곧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복수의 최고경영자들은 한국은 고위 공무원 범죄 처벌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고, 심지어 자식 앞에서도 불법 '다운계약서' 얘기가 자연스럽다며 우리사회에 만연된 생활 부패를 꼬집었다.
 곧 박근혜 정부의 조각과 더불어 하부조직 인사가 계속 이뤄질 것이다. 공직 희망자들은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고 공직자행동강령에 걸리는 게 있다면 망신 떨지 말고 아예 포기하길 주문한다. 또 앞으로 공직자는 더욱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란 격언이 새삼 떠오른다. 외밭에서 벗겨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것으로, 외를 따거나 오얏을 따는 혐의를 받기 쉬우므로 조심하라는 의미다.
  부정한 방법·수단으로 돈을 번 사람이 공직 명예까지 넘보는 시대는 이미 갔다.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역대 정권마다 적당히 눈감아 준 생활부패만 걷어내도 박근혜 당선인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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