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늘, 아빠

2012중랑청소년 백일장 수상 작품

나의 그늘, 아빠


산문 중등 은상  

신현고 2-1 라영은  

 

 그늘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어두운 그림자를 뜻한다. 두 번째는 따갑고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쉼을 주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뜻도 있다. 우리 아빠는 나에게 항상 쉼을 주고 고난과 역경을 막아주는 그늘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에게는 정말 숨기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아빠이다.
우리 아빠의 직업은 남이 사용하고 쓰던 물건들을 사오고 파는 일이 직업인 중고물품판매업자다. 나는 남들이 사용한 물건들을 사오는 그 직업이 못마땅하게 여겨지고 창피했었다. 그런 일을 하시는 아빠도 무시하고 내 친구들에게 숨기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어느 날, 나는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이랑 걸어오고 있었는데, 아빠를 만났다. 그런데 나는 친구들에게 아빠를 보여주기 싫어서 피하고 모른 척도 하곤 했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큰 행사가 있었는데, 그 행사에 절대로 오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를 보여 주면 부끄럽고 창피를 당할 것만 같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나는 어떤 병에 걸렸었다. 큰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라고 하셨다. 난생 처음으로 해보는 데 수술에 대한 공포감보다는 수술비에 대한 돈 걱정이 컸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가난했기 때문에 수술비를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기에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다. 수술날, 우리 아빠는 나를 보러 병원에 오시지 않으셨다. 속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밤늦게까지 병원비를 마련하시느라 병원에 오시지 못하셨다.
우리 아빠는 쉬는 날이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신다. 비오는 날이더라도 비를 맞아 가시면서 일하신다. 우리 아빠의 몸에는 멍과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팔과 허리, 다리에 상처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 아빠는 수술비를 마련하시겠다며 쉬지 않고 일하셨다.
어느 날, 아빠는 진지하게 물으셨다.
“너는 아빠가 창피하니?”라고 물으셨다. 그 물음에 나는 대답을 못했다. 왜냐하면 아빠께서 내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나를 위해서 고생하시고 희생하시는 아빠를 숨기고 싶어하는 내 자신이 매우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우리 아빠는 위험하고 열심히 일을 하셨다. 아빠는 우리 가족에게 시원한 그늘과 같은 역할을 해 주셨다. 나는 더 이상 아빠가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비록 잘생기지도 않았고, 돈도 많이 벌진 못하시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아빠가 제일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사람이다. 중학교 때는 아빠를 피하고 그냥 평소 일반적인 대화만 했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어도 아빠한테 말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빠와 마음을 교류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아빠와 딸이 되었다.
이 일로 나는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부족한 모습이 있더라도 그런 연약한 모습을 보시지 않고 나를 사랑해주시고 희생해주시는 아빠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그 누구에게서도 느낄 수 없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랑을 가르쳐 주셨다.

이전화면맨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