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소아청소년과 제2회 육아수기 공모전 수상작
철없는 아빠를 어른으로 만들어 준 고마운 아들 별이~
우수상 김소현
동대문구 전농동 218-53
분만 일시 2012년 2월 18일 오전 9시 50분 남 (서별) 3.79kg |
2012년 2월 6일, 2월 2일이 예정일인 우리 별이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육아 책을 보니 다른 엄마들은 이슬도 비친다고 하고 양수도 터지기도 하고 배가 아래로 내려온다고도 하는데 난 배만 약간 내려 올 뿐 예정일이 지나 아기 몸무게가 열흘 전에는 2kg대였는데 이제 3kg이 넘었다.
담당인 이인식 쌤께서 아기가 더 커지면 낳기가 힘들고 예정일도 지났으니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셨다. 우리 별이를 빨리 보고 싶기도 하고 워킹맘이라 직장에 하루 빨리 복귀를 해야 해서 흔쾌히 빨리 유도분만 날짜를 잡아 달라고 한 날이 바로 2월 6일 월요일이었다.
촉진제를 맞은 둘째날 오후부터 엄청난 진통이 밀려오더니 조금씩 아기가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 같았다. 난 절대 비명을 지르지 않고 고상하게 아기를 낳고 싶었기에 꾸욱 꾸욱 참았는데... 둘째 날 저녁부터 셋째 날 새벽에 폭풍 진통이 오더니... 2월 8일 새벽 2시에 신랑도 힘들고 나도 아파서 둘이 가족 분만실에서 부둥켜안고 울었다. 친정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내가 26살 때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가 있었으면 신랑도 덜 힘들고 나도 엄마한테 기대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부탁도 했을 텐데... 우리 신랑 나보다 두 살이나 어려서 조금 힘들고 피곤해서 짜증내는 얼굴이 역력했다.ㅠ.ㅠ
신랑과 나는 만난 지 한달 만에 결혼을 했다. 나를 맘에 들어 하신 시어머니와 시아버님께서 결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셔서 신랑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는데 우리 신랑은 내 친구들 사이에서 꼬꼬마 신랑이라 불릴 정도로 아직 철이 없었다. 결혼하고 신혼도 없이 우리 별이가 생겼고 우리 신랑 꼼꼼하고 깔끔해서 털털하고 정리정돈 잘 못하는 나를 보면 매일 한도 끝도 없는 잔소리해서 임신하고 신랑과 많이 싸우기도 하고.. 남자가 벌레도 무서워해서 바퀴벌레가 등장하면 나를 불러 잡으라고 해서 정말 태교는커녕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서 지낸 나로서는 신랑이 탯줄을 잘라 줄 거란 기대도 안했고, 간절히 친정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3일째 새벽까지 무통 주사를 무려 4번이나 맞고 자궁문이 4cm에서 7cm가 열리고 정말 순식간에 수간호사님의 카리스마 있는 힘주고 빼는 구호에 맞춰서 우리 별이를 아침 9시가 넘어서 낳았다. 아기를 낳기 전에 나오는 피 다 닦아주고 침대 패드 갈아주고 징그러운 건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비위가 약한데 우리 아기 탯줄도 잘라주고 양수와 피범벅인 아기 손도 잡고 놀랍게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꼬꼬마 신랑이 결혼 10개월 만에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3.75kg 55cm의 우량한 왕자님 우리 별이를 품에 안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2월 9일 우리 별이가 나날히 예뻐진다. 회음부 절개를 해서 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주 보고 초유도 먹이고 싶어서 수시로 신생아실에 가서 아기 얼굴을 보고 모유도 먹였다.
2월11일 아침부터 퇴원수속을 밟았다. 겉싸개와 배냇저고리 등을 챙기는데, 시어머님과 남편이 수면양말에 잠바에 무릎담요까지 뒤집어 씌어서 차까지 데려가 주었다. 우리 아기 아직 태어난 지 며칠 안돼서 온몸이 빨갛다. 오물오물 하다가 하품을 하는 모습이 넘 사랑스럽다.^^ 집이 주택이라 외풍이 약간 있는데 바람 들어오지 말라고 아버님이 안방 한가운데에 텐트를 쳐 주셨다. 한달 동안 텐트에서 지내라고 하신다. 친정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셔서 엄마의 빈자리 느끼지 않게 해주시려고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의 배려에 맘이 뭉클하다. 아기를 낳고 나서 부쩍 눈물이 많이 늘었다. 작은 일에도 넘 행복하고 감사하고 눈물이 핑돌고... 호르몬 변화인가 보다.
2월 13일 친정엄마가 없는 나를 위해 시어머님께서 산후조리를 해주시러 집으로 오셔서 새벽에 아기가 울면 안고 나에게 주신다. 아직 모유가 충분히 돌지 않아서 분유를 먹이는데 열심히 엄마젖을 빨려고 애를 쓰는 우리 별이를 보니 넘 신기하다. 모유가 많지 않아서 시어머님께서 끓여 주신 소금물같은 미역국과 보약과 호박즙을 열심히 마시는데... 바나나에 우유도 갈아주신다. 애쓰시는 시어머님이 계셔서 초보엄마인 나와 남편이 아기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우미 이모님이 오셨다. 별이를 안아주는 법, 목욕시키는 법. 속싸개를 싸는 법, 손톱을 깎는 방법, 그리고 자궁 마사지와 발마사지까지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는 오늘... 기분이 참 편안하고 좋았다.
육아책을 사서 읽었는데 실상과 다른데 참 많다는 걸 느끼는 하루가 오늘도 지나간다. “별아, 넌 어느별에서 왔니?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쁘니?” 아직 아기가 내 아들이라는게 실감이 안난다. 그냥 하늘에서 뚜욱 떨어뜨려 주신 것 같다.
내가 아기 엄마인데 아기도 잘 못 다룬다는 생각까지 하니 정말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맘이 아프고 우울했다. 말로만 듣던 산후 우울증.... 이걸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육아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면서 내 맘도 표현하고 내 생각도 정리하고 앞으로 우리 별이를 어떻게 키울지도 생각을 해본다. 플랜을 생각해 보니 우울함은 금세 사라졌다.^^
삼일절이다. 우리 아기 이제 나와 눈을 마주친다. 방긋 방긋 웃는 것도 잘한다. 종종 방귀도 엄청나게 크게 뀌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우리 복덩이 별이... 아기에게 익숙해지고 날씨도 점점 풀리고 봄꽃이 활짝 펴서 기분이 좋은 3월 첫날.
우리 별이 50일이다. 스튜디오에서 50일 기념촬영을 했다. 꼼꼼하고 잔소리꾼 신랑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화가 나 있다가도 우리 별이 보면 웃음이 난다. 남편에게 속으로만 ‘넌 별이 덕에 내가 살아주는 거야’라고 말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청정지역 산양의 젖을 만든 산양분유를 먹이기로 하고 바로 구입해서 먹였다. 다른 분유와 효과가 얼마나 차이가 날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다른 분유보다 더 깨끗하게 느껴지고 비싸니까 더 좋게 느껴져서 구입을 했다. 우리 별이 50일 기념으로 개발도상국 아기한명을 우리 아기 이름으로 후원해야겠다.
4월 29일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아기를 데리고 학원에 갔다. 내가 일을 하는 일터를 진작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제야 데리고 왔다. “별아 여기가 엄마가 일하는 곳이야. 여기서 엄마랑 아빠가 형이랑. 누나들 가르치고 있어”라고 말을 해 주었다.
7월 28일 별이 데리고 신랑과 아기 마사지를 배우러 왔다. 신랑이 키가 크지 않아서 별이는 무럭무럭 쑥쑥 키우고 싶어 살짝 꼬셨다. 마사지 해주면 다리도 길쭉길쭉 잘 자란다고...ㅋㅋㅋ 별이 아빠가 아기 마사지를 집에 와서 해주었다. 얼마 전에 내가 별이 아빠한테 솔직하게 힘든 점을 말했다. “매일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피곤하고 지친다고” 그랬더니 요즘은 잔소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신랑이 앞으로 아기도 잘 돌본다고 했으니 지켜봐야지.
별이 태어나니까 조금씩 바뀐다. 내 얘기도 조금씩 더 들어 주고... 별이로 인해 우리 가정이 좀 더 성숙하고 화목해 지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우리 남편과 똑 닮은 우리 별이... 그래서 나보다 별이를 더 사랑하는 신랑... 항상 이렇게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