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 지켜라
지난 19대 대선에서 세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던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내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개혁 논의는 지난 대선을 통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3월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활동기간 6개월 내내 정당공천 폐지 논란만 가중시켰을 뿐, 이렇다 할 결론은 내리지 못한 채 해산했다. 그럼에도 정개특위를 재가동한다는 계획도 없고, 지금처럼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입장 표명도 없다. 그저 뭉그적거릴 뿐이다. 마치 유권자들의 탓인 냥, 저항이 없으면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두루뭉술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존폐를 놓고 당내에서 상당한 논란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정당공천 폐지로 인한 지방토호세력의 발호, 후보 난립에 따른 후유증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대선후보의 공약을 지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공천을 실시하지 않고 선거를 치렀다. 선거기간 내내 대선후보들의 공약이행을 촉구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는 것으로 알았던 유권자들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한마디도 없다.
얼마 전, 광역단체 기초의회 폐지 논의가 한참이었다. 지방의 기초의회와 달리 서울과 광역시 단위의 기초의회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고, 기초의원조차도 폐지론을 들고 나올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기초의회 폐지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정작 시행해야 할 기초의회 폐지를 묵살한 정치권이 이제 정당공천 폐지도 무산하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놓고도 추진할 의지가 없는 민주당이나, 당론 결정 이전에 무공천을 시행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던 새누리당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듯 막강한 공천권을 자신들이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자발적인 의지보다는 유권자의 눈과 표가 무서워 정했던 당론이고, 무공천 실시였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잠시 피했다고 해서 다시 유권자를 우롱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역시 중앙의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데 있다. 그러나 힘의 분산만이 아니라, 마을 곳곳마다 자율을 부여하는 것이 근본적인 취지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주민이고, 마을에서 시작된다.
정치권은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도록 조속히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하루빨리 정개특위를 구성하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