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나도 아기 없을 땐 불임 의심을
기다리지 말고 ‘불임클리닉’ 적극 방문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성경의 전도서에 나오는 문구이다. 동양의 사자성어에도 만시지탄(晩時之歎 : 시기에 뒤늦었음을 원통해 하는 탄식) 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동, 서양을 막론하고 세상일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진리로 인식되어 온 듯하다. 임신이야말로 예외가 아니어서 가능성이 높은 시기가 있고 때를 놓치면 불가능해 진다.
임신율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자는 여성의 나이이다. 최근 불임부부들이 많이 늘고 있다. 한 통계보고에 의하면 국내에도 2007년 현재, 8만7천 쌍 이상의 부부가 불임으로 인한 고민을 안고 있고 매년 5만 건 이상의 보조생식술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불임부부가 증가한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 여성 결혼나이의 증가가 많은 기여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혼나이의 증가는 곧 첫 임신시도시의 나이가 증가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불임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나이가 그렇게 중요할까. 바로 고령에 따른 난자의 질적, 수적 저하 때문이다. 임신이 되기 위해선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고 배아로 잘 발달해 가야 하는데, 여성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서 난자질의 저하는 이런 과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불임치료를 했을 때도 난자수가 많이 나와야 성공확률이 높아지는데 치료에 대한 난소반응이 감소되기에 임신성공률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똑같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 받게 되면 배란유도제의 양도 많이 필요하게 되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설상가상으로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유산율은 더욱 증가하게 되어 결국 살아있는 아기를 얻기란 더욱 힘들어진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여성의 나이가 임신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임신율의 감소는 여성의 나이가 35세가 넘게 되면 더 가파르게 되어 35세가 넘은 여성의 경우는 불임 진단과 치료를 서둘러야 되는 근거가 된다. 종국에 여성의 나이가 40세를 넘으면 가임력이 20세 여성의 1/3 에도 못 미치게 되고 유산율이 30~40%를 상회하게 되어 임신은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고령에도 자연임신에 성공했다는 보고들도 있지만 그런 행운이 본인에게도 일어난다고 기대해선 안 된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가임력이 35세에 가장 정점에 다다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정자의 질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나 여성의 경우처럼 드라마틱하게 감소되지 않을뿐더러 60대에도 가임력이 유지되게 된다. 가임력에 있어서는 남녀의 평등이 해당되지 않는 부분으로 옛날에 늙은 졸부의 젊은 첩이 애기를 가졌다고 하는 일들이 생물학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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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불임부부들의 문제는 이렇게 임신이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 채 불임클리닉에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일찍 불임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훨씬 더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임신성공률도 높일 수 있는데 너무 늦은 시기에 불임병원을 찾는 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기다리면 생기겠지'라는 식의 ‘묻지마’형은 복권을 구입해 놓고 당첨되길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불임의 정의는 정상적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아기가 없을 경우를 불임이라 볼 수 있으므로 1년 이상 아기가 생기지 않을 경우에는 불임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여성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 과거에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증, 난소의 수술 병력이 있는 경우,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잘 나오지 않는 경우, 남편분의 정자기능이 떨어질 것이 예상될 때 등은 굳이 1년을 기다리기 전에 불임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KBS의 모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불임부부들의 현황을 방송한 것을 본적이 있는데 평균적으로 2년이 지나서야 불임클리닉을 찾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불임으로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다가 40대가 되어서야 불임클리닉에 찾아오는 부인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35세가 넘어서부터는 1년이라도 젊은 것이 아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재혼부부들도 늘고 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을 해서 불임으로 지내는 부부들은 한번쯤 생각해 볼 대목이다. 사람이란 항상 후회의 동물이어서 지금은 굳이 불임치료까지 받으면서 아기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면 아쉬움이 남아서 불임클리닉을 찾게 되나 늦게 방문을 할수록 임신은 더욱 어려워진다. 적어도 임신이 가능했지만 불임클리닉을 늦게 찾아서 아기를 못 갖게 되는 만시지탄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