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의회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의정비를 삭감해 최종 5040만원으로 확정했다. 당초 결정된 5160만원에서 월 10만원을 덜어 120만원을 깎은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중랑구의원들은 1800만원의 연봉을 더 받게 됐다.
우리 구의원들은 의정비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작년에 책정된 의정비가 턱없이 낮다는 것에서부터 푸념을 들어보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중랑구가 차지하는 순위는 중간 정도다. 1800만원을 올린 내년에는 순위가 어떻게 될까? 답은 하위 수준이다. 사실이 그렇다. 그래서 우리 구의원들은 지역에서 나오는 의정비 관련한 비난에 대해 조금은 서운하다. 실상 올린 금액은 많다 치더라도 타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의원의 위상을 어디에 놓고 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존심 상하는 대목이 있다. 의전이나 예우문제에 있어서 부이사관(부구청장)급은 고사하고 서기관(국장)급이나 사무관(과장)급은 돼야 하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물론 연봉과 관련해서다. 연봉 개념에서 접근하면 올해 받는 연봉은 그저 7급인 주사보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 구의원들의 자존심을 무척 거스르게 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일하는데 비해 너무 많은 연봉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구의원들은 이렇게 답하다. “많이 받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하면 되지 않겠냐”고, 구의원들의 활동을 상당히 잘 아는 신문사의 입장에서는 구구절절 구의원들의 이야기가 옳다. 어쩌면 열심히 일하도록 좋은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차원에서 대폭 연봉을 올려주고 정말 지역주민을 위해 헌신적인 활동을 부탁하고도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시각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주민들이 구의원을 보는 시각은 권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권력을 거머쥐고 높은 연봉까지 받는 특권세력으로 인식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눈높이를 어디에 맞추느냐는 구의원을 포함한 선출직들이 각자 선택할 일이다. 아무리 내가 옳다고 생각해도 다수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헛물을 켜는 일이다. 선출직은 표를 먹어야 사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의정비와 관련해서 듣지 않고 싶은 이야기들이 제법 나온다. 앞에서는 “의정비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뒤로는 의정비 심의위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믿지 힘든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는 일부 주민들이 의정비 대폭 인상과 관련해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숱한 난관이 있기에 쉽사리 추진하기 어렵다는 예단을 하기는 하지만,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구의원들과 선출직들이 그런 민심이 있다는 부분은 새겨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청년실업자를 포함해 갈수록 실업자가 느는 상황에서 구의원 연봉 인상액이 한 사람 일 년치에 해당하는 연봉”이라고 푸념하는 한 주민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