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추워진 어느 날.
승아가 “아빠, 밖에 새가 죽어 있어”
“그래, 아마 날이 갑자기 추워져 얼어 죽었나 보구나, 어쩌니?”
승아 눈에 그 죽은 새가 너무 불쌍해 보였는지, “아빠, 우리가 저 새 좀 묻어 주면 안 될까?” 하고 묻는다.
“그래, 아빠하고 같이 묻어 주자 꾸나” “아싸~ 좋아~” 승아가 좋아 한다.
그리 대답을 해 놓고선, 난, 며칠 동안 내 머리 속에선 죽은 새는 까맣게 뒷전이었다.
며칠 후, 승아가 도대체 언제 새를 묻어 줄 것이냐고 묻는다.
“아참! 그렇지..... 그래 알았어, 곧 묻어 줄게....”A
그리 대답을 해 놓고선, 또 그 뿐이었다.
내 삶의 바쁜 시간 속에서 죽은 새는 내 마음 속에서 뒷전이었다.
하지만, 승아에 눈에 비친 죽은 새는 몇날 며칠의 아픔이었을 텐데....
눈이 무척 많이 내린 퇴근 저녁. 승아가 내게 오더니 “아빠, 내가 새 묻어줬다”
“뭐? 어떻게?”
“응~~ 내가 눈으로 덮어줬어”
“뭐라고?”
어린 손으로 묻어 주기엔 차마 너무 무서웠고, 그냥 방치하기엔 마음이 너무 아팠나 보다.
“그래, 미안하다 승아야. 낼 아침엔 꼭 묻어 주자 꾸나”
눈 푹 내린 새벽녘! 일찍 일어나 승아를 깨우니, 다른 날 같지 않게 좋아라 벌떡 일어난다.
“아빠랑, 나가서 같이 묻어주자”
쌓인 눈을 헤치고, 꽁꽁 언 땅을 파서는 새를 고이 묻어 주었다.
그제야 승아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돌아온다.
“됐지?”
“응~~~ 고마워 아빠!”
내, 어릴 적 키우던 고양이 죽음 앞에서 오열하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저녁 퇴근 후, 묻어 주었던 새 무덤에 가 보았다.
“어! 이거 뭐야?” 깜짝 놀랐다.
새 무덤엔 널찍한 판자가 덮여졌고, 그 뒤로 작은 판자엔.
‘새 무 덤’ ‘연락처 010-9577-0000’
고 녀석, 마음 한편에 아리아리한 감동이 밀려온다. 순수하면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승아의 모습이 마음 저미도록 예뻐 보인다.
지금, 세월이 많이 흐른 내 마음에 승아가 동화 같은 감동을 준 것이다.
요 며칠 승아의 이런 모습에 잃어버린 내 마음의 동화가 면경이 되어 비춰주는 것이다.
“승아야~~~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고....승아는 그런 마음 오래오래 잊지 말고, 아름다운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승아야. 저 새는 승아의 이런 마음으로 좋은 곳에 가서 예쁘고 편안하게 다시 살아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