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학원 교습시간을 24시간 내내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했다가 반발 여론에 밀려 원점으로 회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7월 학원 교습시간을 밤 11시로 기존보다 1시간 연장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교육위원회에 제출해 그대로 통과한 것이 발단이지만, 시의회 교육문화위는 한술 더 떠 교습시간 제한을 아예 두지 않는 쪽으로 수정해 통과시킨 것이다.
학원 교습시간이 너무 짧아 학원 운영에 차질이 크다고 반발한 학원들의 입장을 감안해 학원 교습시간 규정을 검토한 교육문화위가 학원의 대변자마냥 이런 졸속한 조례 개정안을 만들고 처리했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입시지옥에서 부대끼는 청소년들에게 휴식권ㆍ건강권ㆍ수면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밤샘 공부로 신체ㆍ정신적 성장 발달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무산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학원들의 잇속과 시의회의 단순한 잣대로만 처리한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그러나 정말 부끄러운 일은 24시간 학원교습 허용이 사설학원들의 ‘로비전’ 때문에 빚어졌고, 학원 쪽에서 상임위 소속 개별 위원들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펼친 결과 이 개정안이 통과하게 됐다는 후문이 있다는 점이다. 이 조례안을 추진한 정연희 교육문화위원장이 학원 이사장 출신이고, 일부 의원은 학원 운영 경력이, 또 한 의원은 학원교재 판매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번 학원 교습문제는 ‘돈벌이’ 앞이라면 교육은 고사하고 한 가닥 양심마저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더욱 거세다.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육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도 아랑곳하지 않던 서울시의회가 이명박 대통령의 학원 24시간 교습 반대에 주춤거리면서 사실상 개정안을 추진할 동력을 잃어버렸다. 교육문화위에 소속된 시의원 15명 모두가 한나라당이고, 서울시의원 90% 이상이 한나라당 소속인 마당에 같은 당 대통령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여기에 발 맞춰 이해당사자인 학원들도 대통령 코드에 따라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학원 24시간 교습 반대’를 외쳤다. 시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학원들이 뜬금없이 반대론을 들고 나온 부분은 석연찮다. ‘돈벌이에 급급해 나섰다가 여건이 안 되니 포기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부분이 아니겠는가. ‘공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미진한 부분을 채우는 사교육’이라는 기본 통념이 사회에 정착되어 있었다면,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은 어긋난 이런 개정안 추진은 없었을 것이다.
문제의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18일 오전 상임위를 열어 논란이 됐던 학원의 24시간 영업과 지하 강의실 설치를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폐기하고 현행 계정대로 환원하는 수정안을 채택한 것이나 시의회가 본회의를 통해 이 수정안을 가결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명박 정부가 ‘교육 자율화’를 통해 공교육 강화 및 입시 문제 해소 등을 공언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일제고사 부활, 영어교육 강화, 학원 심야교습 제한 폐지 등 오히려 사교육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새 정부가 실로 백년 교육대계를 추진하고 청소년들의 장래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영어몰입교육이 아니라 우리글인 한글을 더욱 다듬고 아끼면서 우리나라에 맞는 교육정책을 펴는 것이 우리 정서에 더 부합한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