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컴컴한 길, 밝은 길, 더러운 길, 깨끗한 길 등. 하지만, 내가 찾은 길은 이 중 아무데도 속해있지 않았다.
난 이 길을 ‘이상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얼레?’
내가 그 길을 처음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얼떨결에 오게 된 동네를 기웃거리다가 찾은 길은 깨끗 하다기 보단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럽기 보다는 깔끔했다. 이리저리 이 길을 살펴보던 나는 그 길에 들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발을 길에 들어서는 순간,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자세히 들여다본 그곳엔 누군가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순서대로였다. 누군가가 웃고 있는 사진도 있었고, 울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길을 천천히 따라가던 나는, 길이 많이 구부러져 있음도 깨달았다. 꼭, 두 갈래의 길 중 한 갈래의 길로 간 듯한 구부러짐 이었다.
‘그’ 누군가는 점점 커 갔다. 누군가는 여자였는지, 커 갈수록 점점 얼굴에 여자 티가 났다.
특이한 건 커 갈수록 점점 웃는 사진이 적어진다는 것이었다.
다 컷을 때 WM음인지, 성인 된 누군가는 결혼을 했다. 그 때 그녀는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표정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진 다음부터는 거의 대부분이 싸우고, 소리 지르고, 울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러던 그 때 나는 길이 심하게 꺾여짐을 느꼈다. 천천히 돌아간 곳의 사진은 검은 베일로 가려져 있고, 그 밑에는 누군가가 볼펜으로 끄적거린게 보였다.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
그녀의 사진은 그 때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많이 웃고 있었다. 난 마지막 사진이 있는 곳엘 가서 사진을 오랫동안 보았다. 그 사진 속엔, 울고 계신 우리 엄마가 계셨다.
난 급히 그 전의 사진들을 지나쳐 검은 베일 앞에 섰다. 왠지 ‘소중한’에 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난 검은 베일을 천천히 벗겼다. 그리고 울 수밖에 없었다. 그곳엔 내 어릴적 사진이 있었다.
엄마는 날 가지고 나신 후 그렇게 많이 웃으셨다.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건 나였을까? 그래서 그렇게 많이 웃게 되신걸까? 난 길을 다시 천천히 돌아 나왔다. 이곳은 우리 엄마의 인생의 길이었다.
마지막에 울고 계신 사진은 없어진 나를 찾으시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급해져서 급히 뛰었다.
집에 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그런 길이 있을까? 그렇다면, 난 이 때까지 웃을 수 있는 길을 선택했을 까? 싱글 맘 이었던 우리 엄마는 주위의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날 낳으셨다. 그리고 웃으셨다. 좋은 선택이었을까?
집에 돌아온 난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는 나 낳은 거 후회해?”
“아니.”
물어본 내가 무안할 정도로 단호한 대답이었다.
나는 이 글의 마지막으로 한 가지 결심을 한다. 이제부터라도 후회 없는 선택의 길을 걷겠다고. 우리 딸이 내 길을 봤을 때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 날의 엄마의 길은, 내게 이런 교훈을 주려 나타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