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18년간 내게 펼쳐진 길은 아늑한 길들도 있었지만 지나가기 힘든 굴곡들도 많았다.
사실 나는 쉽게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굴곡보다는 아무 어려움 없이 편히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 더 좋다.
항상 내가 피하고 싶었던 험한 길. 하지만 약 112㎞를 걸어야 했던 국토순례를 통해 부담을 넘으면 내게 얼마나 아름다운 길이 펼쳐질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나의 힘찬 도전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울창한 산과 바다를 낀 도로를 걷는 게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로 인해 목은 타들어가고 살은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달아올랐다.
그리고 튼실하던 내 다리에 마저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이 국토순례를 참가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됐었다.
그리고 물집마저 생기는 바람에 걷는 것이 더 힘겨웠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순간 육체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나올 수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영영 이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저녁에 숙소에 도착해서 본 물집생긴 내 발을 보면서 내 부담을 넘게 해준 고마운 영광스러운 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오후에도 찌는 듯한 더위 아래에서 계속 걷고 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여자애들은 잠시 동안만 차를 타게 해준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짧은 시간동안 내 머릿속에서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타야하는지 걸어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내 한계를 이기고 내게 지지 않기 위해 결국 차를 타지 않았다. 나는 꼭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걸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도 약해지고 체력도 떨어졌다. 결국 점심 먹는 장소까지 도달하자마자 내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눈물 속엔 힘겨움도 있었지만 내 자신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이틀 동안 내 머릿속엔 오직 완주의 꿈만을 꾸며 악착같이 걸어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힘들어해도 걱정해줄 겨를도 없이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걸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땐 더 이상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았다. 겨우 질질 다리를 끌며 걷고 있는데 우리 조 중 한 남자애가 뒤에 처져 있던 내게 깃발을 내밀면서 잡으라고 했다. 그 남자 애는 나를 끌어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남자애라도 다리가 많이 아팠을 텐데 나를 생각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내 마음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그 남자애가 끌어준 덕택에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고, 결국 꿈에 그리던 완주를 했다. 이 완주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을 하는 연합하는 마음이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의 국토순례를 통해 내게 있는 수많은 한계를 뛰어 넘었다.
이 일을 통하면서 다른 한계들도 넘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아직도 내게는 입시라는 부담감과 유치원선생님이 되는 것을 이루는 꿈이라는 굴곡의 길이 있지만 이 길을 뛰어넘었을 때 내게 펼쳐질 아름다운 세계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