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업성취도 결과 발표에 ‘각 지역 반발 확대’
평가조작 파문일고, 3월 일제고사 거부 움직임도 확산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중랑구를 떠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시험도 문제지만 아이들까지 서열화하려는 교육정책이 원망스럽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두 자녀를 둔 이선영(43, 가명ㆍ중랑구 묵동)씨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로 인한 속상한 마음을 이렇게 드러냈다.
이씨는 교육과학부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발표이후 가진 동창 모임에서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더 늦기 전에 강남 쪽으로 이사 오라”는 충고(?)를 들어야 했다. 예전에도 친구들의 이사 권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랑구의 학력 수준이 ‘서울에서 꼴찌’로 나타난 이번 발표이후 지인들의 권유는 더 거세졌다. 그동안 중랑구를 떠날 생각은 안했지만 아이들이 커서 강북, 중랑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불이익을 받을까봐 최근 강남지역으로 이사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실제 이씨의 경우, 소득이나 재산, 학력 등 제반기준을 감안해도 어엿한 중산층이다. 업무상 중랑구로 이사를 오게 됐지만 당장 강남 쪽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생활하는데 부담은 없다. 자녀들의 성적 수준도 매우 양호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성적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특목고 진학이 가능했지만 일부러 일반고교에 진학시켰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16일 공개했다.(관련기사 6면)
교과부가 공개한 정보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다섯 과목을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세 등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고1은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초6·중3은 전국 180개 지역 교육청별로 공개됐다. 전국 단위 일제고사 결과가 지역 교육청별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랑구 학부모들은 그동안 교육 수준이나 환경에서 중랑구가 무척 열악하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최하위권인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공개되자 불만과 고민이 더욱 커졌다. 중랑구뿐만 아니라 경남 등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게 나타난 대부분 지역들이 성적공개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을 시험점수만으로 서열화해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능력이 되는 부모들은 이사를 해서라도 좋은 학군으로 옮기려고 할 것이고, 여건이 안 되는 부모들도 사교육에 의존해서라도 성적을 올리려는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도교육청과 학교평가에 연계할 방침이어서 경쟁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학업성취도 평가는 성적 공개로 인한 문제 외에도 전북 임실과 대구에 이어 서울과 부산, 충남 논산에서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조작한 학교가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부교육청과 서부교육청 관할 9개 고등학교의 운동부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을 하고도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또 전국의 모든 특수학교가 시험을 보지 않았고 이에 앞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이들은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교과부는 내달 20일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학업성취도 시험 성적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했다.
전국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될 3월 10일 일제고사를 놓고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단체가 시험 거부 움직임을 보여 또다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