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이’ 가 태어났어요~
전혜신(23세)
2009년 1월 24일 출생(남, 3.04kg)자연분만
(1월21일)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했다. 조짐이 안 보인다며 며칠 후 촉진제를 맞자고 한다. 운동을 전혀 안하고 집에서 먹고 자기만 한 대가다. 착잡한 마음에 ‘운동을 하자’고 다짐을 했다. 집에 와서는 또 곯아떨어졌다.
(1월22일) 뷔페에 가서 엄청나게 먹었다. 이날 이렇게라도 먹은 게 다행이다. 먹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1월23일 낮 12시) 배가 살살 아파온다. 옳거니! 요 며칠 화장실을 못 갔는데, 신호가 오는가 보다. 닌텐도를 들고 화장실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기다리던 큰 분은 나오지 않았다. 시할머니께서 점심을 재촉하신다. 점심을 차려먹고 다시 잠을 잤다.
(오후 3시) 배가 또 살살 아파온다. 음, 큰 분이 나오시나? 이번에도 화장실에서 보초만 섰다. 한 시간 간격으로 배가 살살 아파온다. 아무리 내 몸이지만 정말 짜증나는 변비라는 생각에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다. 그날 아기 나올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오후 6시) 저녁을 먹으려는데 이번엔 좀 강하게 배가 아파온다. ‘음, 이번엔 정말이겠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라’하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이번엔 꼭 볼일을 보고말리라’하고 ‘끙’하고 힘을 줬지만 역시 실패했다. 일어나서 변기를 내리려는 순간, 다량의 이슬을 발견했다. 깜짝 놀랐다. 물이 빨갛게 되어 있어서... 곧장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오라방, 오늘 동동이가 나올 것 같아. 피가 나왔어(=_=)”
“내 지금 당장 날아갈 게”
시댁에서 사는데, 피를 봤다고 이야기하려니까 괜히 창피해 져서 그냥 말을 안했다. 그냥 말하고 먼저 병원에 갈 걸 그랬나 싶었지만 참았다. 배 아픈 간격이 오십분, 사십분, 삼십분으로 점차 잦아지고, 아픈 강도도 점점 세 진다. 오고 있다던 신랑은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 신랑은 차가 너무 밀려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준비성 없는 나는 그때야 출산준비물을 하나둘 챙기기 시작했다.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을 가니, 그제야 기다리던 큰 님이 엄청나게 나온다. 자연관장이 된 셈이다.(=_=)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는 통증이 이십분 간격으로 찾아온다.
(저녁 8시 50분) 병원에 도착해 진찰을 받았다. 30% 진행됐다고 한다. 많이 아팠을 텐데 잘 참았다고 칭찬을 받았다. 똥마려운 줄 알았다는 말은 차마 못했다. 관장약을 투여하고 산모옷을 입었다.
관장약! 어우~, 난 출산 후기를 많이 읽었다. 대부분 산모들이 대부분 ‘못 참겠다’고 했지만, 나는 꼭 참아보리라 다짐했다. 어우~ 정말 못 참겠다. 괄약근을 움켜쥐고 화장실로 갔다. 효과는 못 봤다.
(밤 9시 40분) 50% 진행. 나이가 어려서 진행이 빠르다고 자주 내진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셨다. 너무 늦으면 무통주사를 꽂을 수 없다고... 점점 진통 오는 간격이 짧아지고 아픔도 세졌지만 참을 만했다. 옆에 신랑더러 자라고 까지 하고 어머님이랑 농담도 주고받았다.
(밤 10시 50분) 어우~ 진통이 세져서 얼굴이 오만상의 기초단계쯤을 밟고 있다. 무통주사 투여.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누웠는데 주사 넣는 기분 묘했다. 무통주사 투여하고 다리를 쫙 펴고 있어야 효과가 잘 나타난다고 한다. 신랑과 어머님이 다리를 주물러 주신 덕분에 다리를 쫙 펴고 있었다. ‘무통주사 만든 이, 사랑해요’를 외칠 정도로 무통 발 잘 받았다. 무통주사 덕분에 살 만해져서 중간 중간 잠도 잤다.(=_=)
(밤 11시 30분) 무통 발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얼굴도 점점 ‘오크녀’가 되기 시작했다. “어이쿠 간호사님 저 아파 죽겠어요”라고 말하니, 다시 내진을 한다. 부랴부랴 침대가 분만침대로 변신하고, 이것저것 준비모드가 시작된다. 자궁이 다 열렸다고 힘을 주라고 한다.(힘을 안 주려고해도 알아서 화장실 큰일 보듯이 괄약근에 힘들어가더이다)
그러다 갑자기, 와르르르르르르르~~~
‘?미 -_- ’ 했는데 양수가 터졌단다. 아! 정말 뜨뜻한 물이 울컥울컥 쏟아지는 게 꼭 대량의 소변을 보는 느낌이랄까?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물이 다리 사이로 빠져 나갔다. 어우~ 그 뒤론 아주 죽을 맛이다. 말로 표현도 못할 만큼 아팠다.(=_ㅜ) 힘도 더 들어가고 ‘죽어라 힘을 줬더니’ 머리가 보인다. 좀 쉬다가, 또 힘주고, 힘주고, 호흡을 잘 못 하겠다. 간호사가 코로 숨을 쉬라고 하는데 어디 그게 돼야 말이지. 입으로 가쁘게 숨쉬다보니 침이 하나도 없어져서 나중에 힘들어졌다. 목이 너무 마르다(=_=)
(1월24일 00시29분) 양수 빠져나갈 때처럼 우르르 뭐가 흐르듯 빠져나가더니, “응애 응애”
우리 동동이가 태어났어요. 아! 그 기분, 시원~~~~~해요(-_-) 신기하고요(ㅜㅜ) 신랑이 탯줄 자르고, 사진 찍어주네요.
(출산 후) 병원 도착한지 3시간 30분 안팎에 저의 출산은 끝이 났네요. 출산 뒤에 회음부 꿰맬 때 전 더 아팠어요(-_-) 겁이 많거든요. 여기서 출산 후기 읽고 겁 많이 먹었는데, 의외로 낳을 만했어요. 이 글 읽고 계신 예비맘님들, 순풍 낳을 수 있어요. 힘내세요~~!
아차! 저는, 병원가기 전에 화장을 하고 가야하나 안하고 가야하나.(생얼을 싫어해서 ㅜㅜㅜ) 고민하다 갔거든요(;;;;)
그때 ‘맘스홀릭’에 찾아보니까 아무도 그런 고민은 안 하신 듯. 그런 글은 없더라고요(ㅋㅋ)
제가 아직 어려서(;ㅁ;) 생각이 짧아서 그런 고민을 했는지 몰라도 혹시나 그런 고민하시는 맘들이 있으실까봐. 후후(=_=) 전 비비크림 바르고 갔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 와중에 별걸 다 생각했죠(=_=) 어쨌든 그랬다고요(ㅠㅠ 헐)
모두들 순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