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달아오른 출마 희망자들 ‘부산해 졌다’
시큰둥한 유권자들…민생이 어려운데 선거는 무슨?
선출직에 대한 실망감과 수십억 쓰는 선거도 부담
일각 “자질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 뽑자” 움직임도
2월 2일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이 시작되면서 6.2 지방선거가 사실상 막이 올랐다.
6.2 지방선거는 기존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 시도의원, 기초의원 선거에 시도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포함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선거로 치러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일부가 개정돼 선거일정과 선거운동의 방법 등이 상당히 달라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기초의원 출마자들에게 뜨거운 관심거리였던 선거구 획정은 현행 중선거구제로 일단락됐지만, 재논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소선거구제 환원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랑구에서는 인구수 증감에 따라 기존의 기초의원 가.나.다 선거구가 뒤바뀌는 등 변화가 예고되는데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 이어 출마 희망자들이 100명을 웃돌고 있어 차츰 선거열기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중랑뉴스는 출마 희망자들과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 동향과 민심, 달라진 선거법, 후보자 현황 등 오는 6월 지방선거의 기준이 될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6.2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부산해졌다. 연말을 앞뒤로 행사 참석이 눈에 띄게 늘었고, 동네 곳곳을 누비면서 얼굴 알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보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따갑다. “또 표 달라고?”하며 되묻는 일종의 냉소다. 선거 때만 되면 ‘모든 어려움을 함께할 동반자’처럼 굴다가 선거만 끝나면 ‘더 이상 동반자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선거에서 떨어진 후 아예 종적을 찾기도 어려웠는데 4년 후 버젓이 나타난 사람들에게는 ‘배신감’마저 느낀다. 만날 똑같은 사람, 똑같은 공약, 뽑아봐야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도 식상하다. 선거에서 사람만 잘 뽑으면 장기화된 경기침체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기대감도 사라진지 한참이다.
오는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1월말 중랑구의 정치 풍경은 이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본지가 지난 연말부터 출마 희망자들과 주민들을 만나본 결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은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반면 일반 주민들은 담담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로 대조를 이뤘다.
주민들의 모든 관심이 경기회복과 안정적인 생활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활 계층에 따라 시각차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각종 물가가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을 가장 우려했다. 여기에 직장인들은 고용의 불안정 여파, 자영업자들은 영업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까지 겹친점을 큰 부담으로 안고 있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생활안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선거에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수 십 억 원이 들어가는 지방선거를 치름으로써 주민 부담이 늘어날 것에 대한 걱정을 앞세웠다.
유권자들은 지난 2006년부터 지방의원들의 비리를 차단하고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지방의원 유급제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일반인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특권을 이용해 의정비를 무분별하게 올린 것을 문제로 삼았다. 때문에 “뽑힌 것 자체로 이미 특권층이 된 지방의원들에게 급여까지 줄 필요가 있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비리 근절을 위해 도입했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현직 시의원 3명이 금전을 수수한 사건을 비롯해 지방선거와 관련된 금품수수로 전직 구의원들을 포함한 출마자들의 무더기 구속, 역시 전직 시.구의원들이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된 일련의 사건들이 유권자들에게 선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생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출마 희망자들이 연말을 전후해 현장으로 나와 주민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선출직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푸대접을 받기도 일쑤다.
한 출마 희망자는 “선출직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예상보다 훨씬 커 상당히 놀랐다”면서 “이번 공천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유권자들도 출마자들의 소양과 덕목까지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희망자는 아울러 “20년 된 지방자치제가 아직도 주민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은 그동안 지방정치가 특정 계층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는 점을 반증한 것”이라면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들에 의한 지방자치의 실현에 목표를 두고 활동한다면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방선거 참여 의지가 반영된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가 그동안 음습했던 지방정치를 양지로 끌어낼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첫걸음을 내디딘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인식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랑구에서도 인상된 의정비를 삭감하는 주민감사청구가 실시되면서 선거와 선거 이후를 점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주민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감사청구에 참여했던 한 주민은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주민들이 지방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선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공약도 중요하지만 당선 후에도 올바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질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1. 6월 지방선거…4개월 앞으로
2. 6월 지방선거 누가 뛰나
3. 준비된 후보를 찾아라
4. 이제는 진검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