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스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 장’스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내 생에 가장 특별한 경험

     

     

     최우수상

    박지희

     (구리시 수택동 506-9 하이스트빌)


     분만 일시: 2009년 10월 13일

      
     성별       : 여아


     체중       : 3.2kg

     

    임신 전부터 자연분만율이 높은 장's 에서 출산하겠다고 마음먹고 이재호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매번 상냥하고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 주신 원장님은 자상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산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신다. 임신 초기에는 초산이라 모르는 것도 많고 초조한 마음에 병원을 자주 찾았지만, 그 때마다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고 안심시켜 주시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주셔 병원에 가면 건강한 우리 아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난 병원가는 일이 불안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아기를 보러 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엄살이 심하고 겁이 많은 산모임에도 불구하고 출산 당일에도 분만실이 공포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10월 13일, 학수고대한 예정일이다. 이슬도 안 보이고 여전히 태동도 자주 느껴지며 별다른 증상이 없다. 오늘 별이를 만날 수 없을 듯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그토록 말씀하셨는데 운동 안 한 게 후회스럽다. 내가 초조해 하자 원장님이 유도분만을 하겠냐고 물으신다. 예정일 1주일을 넘기면 별이한테 영양공급이 잘 안 될 것 같아 10월 16일에 유도분만 하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별이한테 얘기했다.
    “별아... 어차피 나와야 되는데 스스로 나오는 게 너랑 엄마랑 덜 힘들 거 같은데?”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열심히 걸어 다닌 덕분인지 ‘예정일+4일째’ 아침 7시경 소변을 지린 느낌에 눈이 번쩍 뜨였다. 양수라는 직감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보니 따듯한 무언가가 속옷을 축축이 적신 상태였다. 이슬이 보였다.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나 양수 새는 것 같다고 하니 평소에 덤벙댔으나 의외로 침착한 나와는 대조적으로 평소 침착한 남편이 우왕좌왕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난리가 났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계속 흐르는 양수 탓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분만실로 향했다. '밥을 먹어둬야 힘을 줄 텐데...' 하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나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정말 실감이 난다. 아직까진 생리통 같은 미미한 진통만 있어 살만하다. 그러고 보니 밥을 안 먹고 온 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남편을 시켜 김밥을 사오라고 했다. 힘주려면 고기를 먹어야 할 텐데... 걱정은 됐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김밥만 먹으면 순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서 배를 압박하는 진통을 겪고 나니 수간호사 선생님이 드디어 무통주사를 놔 주신다고 하신다. 수술실로 들어가서 주사 맞을 준비를 했다. 마취과 선생님이 허리에 따끔한 통증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셔서 긴장했는데 참을 만 했다. 사실 주사보다는 진통이 더 불편해서 주사를 맞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았다. 아픔이 모두 사라지고 너무나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무통천국이구나. 순간 정말 행복했다.
    난 행복했는데 우리 아가는 살짝 힘들었나보다. 분만시간이 길어지면 위험을 대비해 촉진제를 맞고 있었는데 아가한테 부담이 됐는지 잠시 숨을 쉬지 않는 듯 했다. 이 원장님이 오셔서 심박수를 체크하셨다. 난 너무 놀랐지만. 내가 놀라면 우리 아가한테 공급되는 산소량이 더 줄어들까봐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긴 호흡만 열심히 하고 최대한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괜찮을 거야. 아무 일도 아닐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다행히 우리 별이가 정상 호흡을 찾았다. 
    그로부터 두 시간이 경과하고 오후 2시쯤이 되자 차츰 무통효과가 사라져 가는 게 느껴지고 서서히 진통이 느껴졌다. 무통 한 번 더 맞으면 안 아플 것 같은데... 아쉽게도 무통은 한번뿐이라 하신다. “이런, 낭패가 있나”
    수간호사님이 마지막으로 내진을 하시자, 난 몇 프로나 열렸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몇 프로는 무슨, 다 열렸구먼. 분만실로 들어갑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드디어 우리 별이를 만날 수 있나보다. ‘꽤 아프구나’ 싶은 진통이 왔다. 회음부에 무척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분만대에 누워 힘을 ‘끙’ 주자, 남편이 "어! 머리 보인다" 한다.
    ‘어라. 힘 한번 줬는데 벌써 머리가 보이다니, 이거 생각보다 쉬울 것 같은데. 고생 고생해서 극적으로 출산해야 의미가 있지 않나. 너무 쉬우면 시시한데’ 하는 거만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곧 원장님이 오시고 마취후 회음부를 절개하는 느낌이 났다. ‘아 드디어 힘 줄 수 있구나.’ 기쁜 마음에 극에 달하는 진통이 왔지만 최선을 다해 힘을 줬다.
    “응애~응애...”
    응애? 벌써 나온 건가... 정말 힘 한번 줬을 뿐인데. 순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소리 한번 안 나오고 너무 쉽게 출산한 것 같아 민망한 생각이 다 들었다. 하늘이 노랗게 되어야 아가가 나온다던데.... 저절로 힘이 들어가 열심히 힘 줬고 아가가 나오자 너무나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태반까지 나오자 정말 홀가분해 졌다. 간호사님들은 “엄마 너무 잘했어요. 힘 너무 잘 주네. 엄마 같은 산모만 있으면 참 좋겠어” 하시며 칭찬하신다.
    몇 시간씩 진통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못 보겠다며 들어오지 않겠다던 남편은 내가 우겨서 얼떨결에 가운을 입고 서 있게 되었는데, 순산하는 걸 보고서는 “들어오길 잘 했다”면서 웃는다.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무사히 할 수 있도록 해준 장스에서 출산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우리 아가와 나의 건강을 책임져 주실 거라고 믿는다.

  • 글쓴날 : [10-05-03 14:30]
    • 편집국 기자[news@jungnan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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