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풍'(盧風) 잠재운 '북풍'(北風)
느긋한 한나라당 “이 분위기 선거까지”
조급한 민주당 “숨은 10%로 대역전극”
조급한 민주당 “막판 야권 표 결집”
6·2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선거에서 선두 한나라당과 야당 후보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MBC·SBS 등 방송 3사가 지난 24~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와 TNS RI 등 3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공동으로 실시한 광역단체장 후보 2차 여론조사 결과 지난 14~16일 이뤄진 1차 여론조사에 비해 수도권의 한나라당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50.4%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32.6%)를 17.8%포인트 앞서, 1차 여론조사(16%포인트 차)보다 격차를 더 벌렸다. 경기지사 선거에선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44.7%)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32.6%)에 12.1%포인트, 인천시장 선거에선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44.2%)가 민주당 송영길 후보(32.9%)에 11.3%포인트 앞섰다. 1차 여론조사 때 각각 9.0%포인트, 10.2%포인트 차였던 것이 더 벌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우세지역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당초 절반을 건지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던 한나라당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3구를 비롯해 종로, 중구, 용산구 등 서울 구도심 지역과 성북, 도봉, 중랑구 등 9곳을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는 가운데 양천, 영등포, 금천, 은평, 성동구 등 5~6곳은 백중우세를 자체 진단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강북, 동대문, 마포, 동작, 관악, 강동 등 6곳이 우세지역이다. 5월초만 해도 우세지역으로 꼽혔던 은평, 성동, 금천, 영등포, 노원구 등은 최근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6.2지방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20일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와 24일 대북 강경대응 조치를 들고 나온 이명박 대통령 담화 등 이른바 ‘북풍’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노풍’이 ‘북풍’에 밀린데다, 기대했던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약진이 둔화되면서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건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의 지원’ ‘4대강 비판’ 등이 선거법 위반 시비를 거치면서 탄력이 둔화된 요인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천안함 이슈가 선거판이 한참 달궈질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으면서 소위 ‘북풍’이 ‘노풍’을 잠재운 격”이라며 “그러나 대북 강경조치로 전쟁발발 우려와 증시 폭락, 대북사업기업의 반발 등으로 민심이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경직된 국면이 계속되면서 야당 지지자들은 드러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5월말을 기점으로 야권 표 결집이 가속화되고 지난 재보선에서 보여준 숨어있는 10% 가량의 표가 결집하면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4년전부터 꾸준한 격차를 보인 양당의 격차가 새삼 줄어들 이유가 없다”면서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간극이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투표에서 양당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