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상급식이 대세
전국 곳곳서 무상급식…성북구도 10월 시범 실시
미온적인 중랑구 ‘교육환경 개선, 저소득층 완전 무상교육 시급’
문병권 구청장 “서울시 비율높이고, 중랑구 비율 낮추면 검토”
“중랑구에서도 무상급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김미현(가명.여.38.중랑구 상봉동)씨는 2년전 남편의 사업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경제적인 여유가)있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살림에 쪼들리다보니 아이들의 학원을 끊은 지는 이미 오래고, 올 들어서는 급식비를 제때에 내지 못한 적이 더러 있다. 저소득 계층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도 해봤으나, 김씨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 교육과 양육만은 남들 못잖게 해왔고,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만큼은 잘 키우겠다는 다짐은 이미 생활고에 시달려 무너져버렸다. 최근에는 형편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 차에 김씨는, 내년부터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이 상하다. 중랑구에서는 돈이 없어서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중랑구가 수십억원을 들여 학교 지원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무상급식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씨는 성북구에서 올 10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에게 무상급식을 한다고 해서 솔깃하다. 이사를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사에 따른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엄두가 안 난다.
초등학생 평균 급식비는 월 4만원 선. 아이 둘을 보내도 8만원에 불과하지만, 이 급식비가 부담이 되는 가정도 상당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무상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급식비와 학습 교재비 등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다.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비용은 더욱 불어난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의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무상급식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무상급식이, 그것도 친환경으로 식단이 꾸며져 아이들에게 제공된다. 당장 올 2학기부터 실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들이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의 성북구는 내년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앞서 오는 10월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이에 반해 중랑구는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논의와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보다는 저소득 계층의 완전 무상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중랑구청장의 방침 때문이다.
중랑구는 ‘교육특구’를 내걸고 교육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03년 불과 3억원이었던 교육경비보조금이 2010년에는 60억원으로 늘렸다. 추경예산을 포함하면 올 한해 교육예산이 80억원을 넘게 된다.
문병권 구청장은 “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중랑구 학교 현장의 교육시설과 환경 등 시급한 현안이 즐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서 “가정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가정에서 해야지, 시민 세금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그러나 최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에서 논의 중인 무상급식 추진과 관련해, “서울시가 무상급식 부담률을 높이고 재정 여건이 열악한 중랑구 비율을 최대한 낮춘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