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엄마가 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
장려상 유지숙(구리시 수택동 626-48 칼라하우스)
분만 일시: 2009년 4월 29일 AM 8:33 |
이사를 하면서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8개월 동안 다녔던 병원을 옮기는 것이었어요. 만삭이 되어 병원을 옮기면 어느 병원에서 좋아할까 고민했었죠. 인터넷에서 물어보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장스로 결정했습니다. 병원에 처음 가던 날... 혹시 다른데서 왔다고 싫어하거나 귀찮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주눅이 들어 있었어요. 하지만, 간호사선생님들 모두 너무 친절하시고 원장님도 너무 친절하고 꼼꼼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안심이 되었어요. 그리곤 출산준비를 했죠. 언제쯤 만나게 될까? 우리 아가 엄마랑 아빠랑 모두들 너무나 기다리고 있는데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질 않는 거예요. 원장님께서는 괜찮다며 안심시켜 주셨지만 그래도 속으론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유도분만 하자하시며 받아주신 날이 제생일(하마터면 엄마생일 아들생일 같은 날 될 뻔 했지요.ㅎㅎㅎ)
마지막 병원 가던 날 예정일이 되니 울 아가는 뱃속에서 3.72kg. 저는 정말 기겁했어요. 내가 먹는 대로 크는 태양이. 제가 임신하고 9kg이 쪘는데 그중에 반은 태양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너무 놀란 제게 원장님께서는 6kg 아가도 자연분만 해주셨다면서 걱정 말라고 자연분만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어요.
원장님이 걷기가 제일 좋다고 하셔서 많이 걸으려고 노력했어요. 혼자 걷기엔 무서워서 신랑 퇴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랑 퇴근하면 저녁 먹고 함께 걸었지요. 집에서 시장으로 한 바퀴 크게 돌면 2시간코스. 그날도 그렇게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배 뭉침. 이것이 진통일까? 진통이 빨리 와야 자연분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압박 때문에 이정도가 진통일까? 정말 너무 헷갈렸어요. 8분 쉬고 1분 아프고, 8분 쉬고 1분 아프고. 정말 너무 신기할 정도로 척척 맞추는데... 신랑이랑 저는 너무나 놀랐어요. 병원에 전화해보니 간호사선생님이 5분 간격으로 진통 올 때 오라고 하셨대요. 근데 이 진통을 어찌 견디나. 벌써 두 시간이나 견뎠지만 앞으로의 진통이 얼마나 할지 정말 걱정스러웠어요. 그래도 유도분만 안하고 자연 진통 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지요. 뱃속에서 나와 함께 노력하는 태양이가 대견스러웠어요. ‘그래. 태양아 엄마랑 둘이 잘해보자. 아니 아빠랑 할아버지랑 넷이 잘해보자’ 아빠는 밤새도록 진통을 함께 해주셨어요.(제가 아주 어릴 적 혼자되신 아버지는 혼자 엄마 몫 까지 다해 키워주셨어요.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혼자서 절 키워주신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 새삼 아빠의 사랑을 실감하며 살고 있네요^^)
새벽 3시부터는 7분 간격... 7분자고 1분 아프고, 7분자고 1분 아프고... 정말 그 와중에 잠이 오더라고요.
새벽 5시 반... 고통 섞인 신음소리에 아빠도 일어나 나오시더니 병원에 가야겠다면서 지금 진통이 3분 간격이라고... 헉. 방금까지 7분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3분으로 떨어지는 건가?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애가 여기에서 나오면 어쩌나. 가다가 나오면 어쩌나.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프다고 아빠를 붙들고 울고불고. 신랑차를 타고 나오는데 아빠가 안 오는 게 너무나 불안했어요. 아빠 빨리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진하시더니 먼저 와서 진통하던 산모보다 제가 진행이 빠르데요. 분만실로 옮기고 본격적인 진통에 들어갔지요. 힘주기를 반복. 숨쉬기와 힘주기. 반대로 되었지만. ㅋㅋ 정말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어찌나 힘을 주고 있었던지. 입술 밑으로 핏대도 서고 목도 걸걸해졌어요..
“아빠~ 아빠~” 정말 죽도록 아픈데 아빠 생각밖에 안 나는 거예요.
“지금 산모님 누구 찾는 거야?” “아빠 찾는 거야?”
난 아빠 찾으며 울고... 간호사 선생님들은 제가 아빠를 부르며 울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아빠 불러달라고 신랑한테 어찌나 사정을 했던지...(저에게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 엄마가 된 이제야 알게 되었죠.)
“응. 아빠 이제 오신대. 조금만 참자. 잘해보자.” 우리 신랑의 말에 간호사 선생님들
“지금까지 아빠 찾은 거 맞아???? 산모가 왜 엄마 안 찾고 아빠를 찾는 대요~ 엄마가 어리광쟁이네요”
엄마가 어리광쟁이라 놀려도... 그래도 아빠생각 간절...ㅠㅠ
지석봉 원장님의 지도에 따라, 간호사 선생님의 호흡을 따라.. 순간 너무 시원한 느낌... “응애 응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쭈글쭈글 핏덩이 아이를 보는데 저도 모르게 손으로 눈이 가네요. 개수를 세고 있었어요... 정말 아기를 보니 손발 개수부터 세게 되더라고요^^
“유지숙님 아기. 2009년 4월 29일 오전 8시 33분. 4.02kg 56cm”
‘엥??? 뭐라고요???? 태양이가 4.02kg라고요????’
마취에서 깰 뻔했어요. 4.02kg.. 헉.. 눈이 번쩍!!!! 뜨일 뻔했지만 졸음을 이길 수 없었죠.
6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2시간 반만의 진통... 그리고 태양이를 만났네요.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알았어요.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그 노랫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겠어요... 태양군과 함께 행복한 육아 속에서 울 아빠의 마음을 더 이해해 가겠죠? 부모가 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