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은 안녕합니까?
강 원 (姜遠) 경영학 박사
(전)한국폴리텍1성남대학 학장
서울에서 우리 중랑구와 함께 가장 집값이 낮은 강서구의 ‘재개발협의회’에 외빈으로 초청을 받아 참석을 했다. 저녁 공기가 차가운 실내강당에 지역민들이 모여 밤 10시가 넘도록 토론을 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화곡동 등 8개동을 함께 묶는 대단위 재개발 사업계획이라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까지 참석하여 강서구의 재탄생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성공적인 사업으로 지역민 모두에게 좀 더 안락하고 가치가 상승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어두웠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재미를 본 정당과 정치인이 있듯이 우리사회는 지난 40년 간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개발 시대였다. 개발시대에 우리사회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 속에서 살아왔으나 최근에는 기대만큼 집값이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자고나면 집값이 올라 좋아하던 집을 가진 분들도 그리고 내 집 마련 찬스를 기대하고 있는 무주택자들도 고민을 거듭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는 끝났는가(?)에 대해 언론과 전문가들의 전망도 각기 다르고 애매모호하다.
우리의 경제모델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현상들을 살펴보고 우리의 주택시장을 분석하면서 전망해 보고자 한다.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택시장이 혼란을 겪고 난 이후 회복의 기미가 없다.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시장이 안정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 또한 1990년대 부동산 거품붕괴 이후 전반적인 일본경제가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하락 국면이 20년을 갈 것이라는 당초의 소수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주택 시장은 몇 시인가? 주택은 일반상품과 달리 ‘시장의 실패나 왜곡’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 그 이유는 상품이 고착화되어 다른 시장으로 이동이 안 되고, 또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자 할 즈음에 인간의 욕망과 착각으로 인해 과다공급의 늪에 빠질 위협성이 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은 인구, 산업구조, 고용 및 경제상황, 유동성과 주택정책 등에 중장기적 영향을 받으며, 성숙된 경제사회로 진입할수록 부동산 수요 또한 감소한다. 최근의 부동산 폭락설은 우리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우리경제의 성숙단계 진입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은 장기, 중기, 단기 요인들의 조합에 따라 큰 폭 또는 소폭의 등락을 한다. 상승과 하락의 요인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장기적 요인으로 인구 및 가구의 추세는 수도권 인구가 2020년 까지는 소폭이나마 증가가 예상되므로 향후 10년간 수도권의 수요는 미미하게나마 창출될 수 있겠다. 중기적으로는 누적된 주택 공급물량과 고용불안으로 상승의 여력이 없고, 단기적으로도 더 이상 신용 팽창이 어려워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소지가 적어 보인다.(*유동성에 대한 변수로는 미국이 6,000억 달러의 신규화폐를 발행하여 경기부양에 쏟아 붓겠다는 발표(11.3)가 있어 각국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전망이지만, 우리의 경우 가계의 부채비율이 임계점에 달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녁 7시에 접어든 우리의 주택시장은 향후 3~4년은 하방 추세로 소폭의 하락이 이어지다가 2015년 이후에 밤 12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정책당국은 우리의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주택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 한 방안으로 주택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갖도록 세제(稅制)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가구형태를 조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자가(自家) 소유율이 60%를 넘었기 때문에 이웃 일본의 61%와 비교해서도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공공임대 비율이 일본 6.4%, 홍콩34%에 비해 너무 미흡하다. 공공 및 민간 임대 주택을 활성화하고 MB정부 들어 무력화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정착시켜 재개발사업이 시행될 때 시공사보다 기존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 운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거대한 미국과 탄탄한 일본경제도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그 파장이 금융산업 등 전 산업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집 없는 서민과 노숙자가 대량 양산되었다. 사회안전망도 갖추어지지 않고 경제규모도 크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주택 시장이 붕괴 된다면 금융은 물론 수출산업과 제조업 등 전반적인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특히 지금도 양극화가 심각한 우리사회는 중산층이 완전히 몰락하고 서민의 대다수는 노숙자 신세가 될 것이다.
MB정부는 5천년 이어져 온 아름다운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후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4대강 사업에 앞서 서민의 보금자리 정책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