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작가 인터뷰
“여건되면 삼국시대 설화도 계속 집필”
▽설화집을 집필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중랑구는 봉화산, 망우산, 용마산이 병풍처럼 도심을 감싸고 그 앞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천혜의 요지입니다. 교통의 길목이고 군사적 요충지로서 역사상 각인될 만한 요건이 충분합니다. 그런 만큼 중랑구에는 설화도 많고, 인근 지역까지 아우르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뚜렷한 설화집이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죠. 수십 년간 글을 쓰고 있는 문인으로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우리 지역에 감춰진 자연유산과 향토문화를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손을 댔습니다. 우선 6편을 담았고, 여건이 된다면 삼국시대 설화도 계속 집필하려고 합니다.
▽동화나 소설책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읽기 편하도록 설화 소설, 동화 형식으로 만들었어요. 딱딱한 자료집이 아니라 많이 읽히고 널리 알릴 수 있는 책을 만드는데 노력했지요.
중랑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설화에다 접목시켜 재미있는 역사소설로 꾸민 것입니다. 자신의 고장을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역사도 있지만 설화나 민담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훨씬 흥미가 있지요. 재미있는 동화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설화를 접한다고 보면 되겠죠.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자료를 참고해 역사와 설화를 연대별로 정리했기 때문에 어른이나 학생들도 우리 고장의 역사를 아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설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설화는 한민족의 생활감정과 풍습을 나타내기 때문에 조상들의 지혜와 교훈이 담겨 있지요. 중랑구의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문헌도 중요하지만 설화가 큰 몫을 한다고 봐야 합니다. 이 책은 크게 신화, 전설, 민담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중랑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재미있는 소설처럼 꾸민 것이죠.
설화는 때로 역사의 줄기를 잡아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00년 전 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들 온조가 남하해 나라를 세울 때 백제의 발상지인 첫도읍지 하북위례성이 중랑천 일대에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긴데, 지금의 면목동 일대였을 수 있습니다. 봉화산 기슭에서 발견되는 청동기 유물, 채집된 구석기 시대의 유물, 아차산 줄기를 따라 축조된 여러 개의 보루군, 봉화산 봉수대에서 보이는 토성의 흔적 등 옛날에 있었던 유물유적이 많이 발견되었거든요. 물론 지형과 관련된 설화는 역사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자료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요.
▽설화집을 집필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어려움이 많았어요.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글속에 중랑의 긍지를 심고, 유토피아를 꿈꾸는 중랑의 희망을 담아내기 위해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두통이 심했죠.
설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 발굴하고 이것을 연대별로 정리하는 과정도 매우 힘들었어요. 창작동화나 소설 같은 경우에는 상상력을 갖고 허구로 작성하면 쉽게 Tm는데, 설화는 그렇지가 않죠. 최대한 논증을 갖추고 써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작년부터 준비하여 2년에 걸쳐 오늘에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중랑문화원에서 지원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나, 노고에 비해 원고료나 제작비 지원이 열악하여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역설화집이라는 고정관
념의 틀을 깨기 위해 올 칼라 양장본으로 제작하였는데 비용 또한 신경이 많이 쓰였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하시지요.
▲문인은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고된 노동자이기에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 아닙니까.
설화집 원고를 쓰느라 미뤄왔던 시집을 출간해야 하고, 글빚을 졌던 청탁원고도 소화해야 하고, 참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문학을 배우고 있는 문하생들에게 참된 문인으로 좋을 글을 쓰도록 열정을 다해 가르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