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여성병원 제1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겁쟁이 엄마 둘째 출산기
인기상 한은경
남양주시 금곡동 신성아파트
분만 일시: 2008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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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가 생후 9개월이 될 무렵, 첫애 임신초기 비슷한 증상이 나왔었다. 설마... 첫애도 한창 엄마 손이 많이 가야하고 엄마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인데... 걱정하며 테스터기를 해보니 임신반응 양성으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지석봉 원장님을 보니 마음이 안정이 되면서 불안한 마음도 없어졌다. 첫애 때 입덧을 6개월까지 했던 상태라 이번에도 입덧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컸다. 너무 못 먹고 다 토하고 정말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도 링거한번 처방 안 해주신 지원장님..^^;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며 방법을 알려준 내친구. 그러나... 엄마가 이겨내야 할 숙제라며 약에 의존하지 말자고 하셨던 약속. 무심한 듯 하지만 산모에 대한 최소한의 방법을 제시해주시는 모습.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첫애 낳고 많이 깨달은 부분이다. 이번에도 ‘그래, 이겨내리라. 내 결코 이겨내리라.’
둘째도 마찬가지로 꼬박 6개월을 못먹고 저혈압성 두통에 신경쇠약처럼 날카로웠다. 첫애도 봐야 하지만, 천근만근인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거조차 힘들던 상황에서 옆에 사신 시부모님 도움 받아가며 하루하루 시간가기만 기다렸는데 그렇게 입덧이 끝이 나자 배는 불러와도 그렇게 몸이 가벼울 수 없었다. 날아갈 거 같았다. 8개월 9개월이 넘어 예정일이 다가와도 소식도 없는 둘째. 첫애도 5일지나 낳았는데 둘째는 일주일이 지났다. 어떻게 될 런지. 남들처럼 정말 일찍 나온다는 건 정말 남들이나 하는 건지. 하루하루 바짝바짝 말라갔다. 엊그제 또 진료를 받았지만 유도분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남편이 또 해외출장이 잡혀있기 때문이었다. 첫애 때도 출장 때문에 노심초사 했었는데... 또 출장이... 토요일엔 담당선생님이 당직을 안 하시기에 유도를 잘 안하시는데 사정 들어주시고 흔쾌히 하자고 하셨다.
아침 일찍 병원으로 들어서 촉진제 맞고 진통오기를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참을 만 했다. 대기실에 누워서 생각했다. ‘지난번에 첫애 낳을때 있었던 수선생님이랑 다들 있으려나, 또 다리 못 벌리고 힘 못준다고 하면 창피한데... 이번엔 내가 머리를 잘라서 못 알아보겠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모른 척 누워있는데 관장하고 화장실 갔다 나오는데 “한은경 산모님! 또 오셨네요~^^ 둘째 빨리 가지셨네요~ 둘째라 빨리 순산할거예요~ 이번엔 다리 힘빼고 잘 해보자구요^^” 수선생님이었다. 난 죽었다. 나 어떻게 알아봤지. 하긴 첫애 낳을 때 이렇게 다리 힘 많이 주고 못 벌리는 산모는 처음있는 일 이었다 했었다. 긴장이 되었다...그래서 최대한 안 아픈 척 이번엔 정말 잘하리라 내가 저 간호사샘들에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첫애 땐 진통할 땐 누워있지도 못하고 앉아있지도 못하고 오로지 서서 진통했는데 이번엔 가만히 누워서도, 옆으로 있어도 참을 만 한 것이다. 딸이라 그런가. 딸이 이렇게 도와주는 것인가. 새삼 곧 만날 내 딸에게 고마움이 밀려왔다. 진통이 심해지자 서서 운동하기로 하고 대기실 이곳저곳을 오가며 간호사 스테이션이 있는 앞에 앉아 최대한 안 아픈 척 온갖 가식적인 표정을 해가며 이정도의 진통 아무것도 아니라며 수선생님 보는 앞에서 잘난 척을 했었다.ㅋㅋㅋ 그러던 찰나 한창 얘기꽃을 피우는데 아래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듯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니 수샘이 침대에 누워보라 하신다. “엄마~벌써 5센티 열렸어요. 잘 참으시네요~ 호흡도 잘하시고~ 저번만큼은 그리 아프지 않죠? 조금만 하면 두시간 안에 낳겠어요” 힘이 나면서 빨리 볼수 있단 생각과 또 배도 고팠다.ㅋㅋㅋ 빨리 낳고 밥 먹어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더 배에 힘이 들어가고 본격적인 힘주기가 시작됐다. 역시 수선생님이 날 맡았다. 우리의 인연은 ㅋㅋㅋ 날 처음본 간호사들도 왠지 아는 것처럼 “어머 엄마~저번보다 훨씬 낫네요~ 너무 힘 잘 주고 다리 힘도 잘 빼고~ 아주 좋아요~” 주말 토요일이라 대기중인 산모도 별로 없고 오로지 나 하나에 다 올인하신 간호사선생님들, 나중에 보니 한 다섯 명은 된 거 같았다 여러분이 왔다갔다하며 태아심박동 체크하시고 첫애 때보단 여유로운 기운이 돌아 산모인 나도 맘이 놓였는데. 이때 시간이 11시 50분인가...병원에 온지 3시간이 안되었을 때였다. 이미 난 가족분만실에서 본격적인 힘주기가 시작됐고. 내 머리를 잡아 일으켜줘도 시원찮을 이시기에 내 남편은 분주하게 캠코더 설치, 디카 설치하느라 내 머리위에서 자기 나름대로 분주했다. “자기야~내 목 좀 잡아줘 봐!” 하니 옆에 간호사분이 “제가 할께요~ 남편 분은 그거 마저 하세요~” “안돼요~ 저인간이 해야 해요~ 첫애 때도 저거 설치하느라, 또 애 낳으면 찍느라 저 안중에도 없단 말이예요~ 일루와~빨리 빨리!!!” 문명의 해택... 이럴 땐 귀찮은 존재다.
거의 힘주기 막바지에 들었을 무렵, 담당선생님 지석봉원장님 올라오시고 힘 세 번 주고 12시 10분 3.4kg로 순풍 낳은 내 딸... 진통시간이 길지 않아 회음부 절개하는 느낌이 확연하게 왔고, 아이 나오는 느낌도 첫애보다 뻑뻑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세상밖으로 나온 내 딸의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첫애 때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는데 촐싹맞게 나오는 이 눈물, 수샘이 이 모습을 놓칠 리가 없다. “기쁘세요~ 눈물도 흘리고~ 아주 잘 하셨어요~ 이번엔 정말 우아하게 진통하고 잘 낳으신 거예요~ 아기가 아주 건강해요”
그 말 듣고 또 펑펑... 울 남편은 수술가운 입은 자기 모습이 멋있지 않냐며 조용히 귓속말로 소곤거린다. “저리가 남편아~ 이 상황에서 그 말이 나와!!!”
그로부터 9개월 뒤 또 임신이 되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