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곡학원 족벌사학 개선의 목소리 높다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요직을 모두 친인척이 차지
정년 30년 초과해 교장임금 받아가 눈총
중랑구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사학법인인 송곡학원이 송곡대학, 송곡여정산고, 송곡고, 송곡여고, 송곡여중을 운영하면서, 학교의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대부분의 요직을 모두 친인척이 차지했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했다. 과거에도 전국에 있는 다수의 사립학교에서 족벌세습을 통한 학교요직 독점과 비리로 크게 물의가 일어,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과 형사처벌이 뒤따르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의하면, 대표적인 사학법인인 송곡학원의 경우, 설립자인 송곡여정산고 왕무개 교장이 ‘학원장’이라는 법에도 없는 직책을 만들어 평생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왕 교장은 1922년생(89세)으로 지금까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을 30년이나 초과하였지만 설립자라는 이유로 1년에 8천만원씩 꼬박 꼬박 임금을 혈세로 받아가고 있다. 더구나 딸인 송곡여고 교장도 정년이 지났지만 한해 5천 만원에 이르는 임금을 혈세로 받고 있다고 한다.
왕 교장의 배우자 이아무개씨는 대학 총장, 그의 딸과 아들은 송곡고 교장, 또 다른 딸과 아들은 각각 송곡여정산고와 송곡여중 교감이다. 이외에도 조카가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그의 딸과 며느리, 조카 등이 교사 또는 행정실 직원, 법인사무국장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친인척 근무 현황으로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만하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10년 국회국정감사에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 120여개 초중등사학법인 중에서 이사장(고용인)의 6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무려 69.2%에 이르는 83개이고, 인원수는 168명으로 학교당 2명이 넘었다(이사장을 포함하면 251명으로, 학교당 3명이 넘는다). 이사장이 아닌 이사 또는 학교장의 친인척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으며, 6촌 이상을 포함하면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서울 사학법인 중 70%가 이사장의 6촌 이내 친인척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인척 외에 학연 또는 지연 등의 특수 관계로 맺어진 소위 '지인'이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사학재단은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족벌사학들이 대를 이어 교장을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법 제54조의2에 의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최소 학교장 해임을 요구할 수 있고, 불응시 법 제20조의2에 의해 이사 승인 취소까지 할 수 있다. 나아가 사학법 제53조의2에 따라 학교장 취임 자체가 무효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친인척 학교장 승인 신청을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고, 승인 여부 결정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이것이 현실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사학비리 척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주무부서인 사학지원계의 입장이 친인척 학교장 승인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
친인척들이 사학을 족벌로 운영하면서 임기도, 정년도 없이 이렇게 한 해 8천만 원에 이르는 혈세로 임금을 받으면서 만년 교장을 하고 있는 것이 2010년 대한민국 족벌사학의 현주소다. 현 상황에서는 사학법인의 친인척 고용은 금지되어 있지 않고 금지시킬 수도 없어 보인다. 사학법인들도 법으로 친인척 채용을 금지시킨 것이 아니니 문제없다고 강변한다.
사학 세습의 명분은 법적 근거도 없는 "설립자 예우차원의 관행"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니 '법치'와도 거리가 멀고, 만년 교장으로 있다가 더 이상 할 수 없으면 대물림하는 현실은 '공정사회'와도 배치된다. 공적인 지위나 집단에 관한 것이라면 세습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명 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