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 서민들 속만 뒤집어
재산공개제도 개정해 실효성 확보하고 처벌기준 강화하라
매년 발표되는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 내역을 바라보는 일반 서민은 허탈감에 기운이 빠진다. 몇 백만원이 아니라 몇 십만원을 구하기도 힘든 서민들은 상상도 못하는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에 입이 벌어질 뿐이다. 없어서 못사는 것도 서러운데 소위 백(배경) 좋고 돈 많은 사람들, 그들만의 잔치로 서민들을 속을 뒤집어 놓는다.
지난 25일 발표된 재산 공개 대상자 중 70%가 전년 대비 재산이 늘었다. 물가 급등으로 가계 빚이 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쪼들리는 서민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불신감마저 든다. 특히 이들의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한 푼 두 푼 땀 흘려 저축한 재산이 아니라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주식 투자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서민들의 눈에는 곱지 않게 비친다. 더구나 일부 공직자들의 경우 재산 증식 과정에서의 편법?불법 시비가 일고, 도덕적 해이까지 지적되면서 사회적 불신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집값이 평균 1.6% 오른 것을 감안하면 공직자들의 부동산 가치 상승은 돋보인다. 소위 노른자위 땅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투자로 10억 원 이상 차익을 얻은 공직자들도 수두룩하다. 참으로 재테크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하다.
물론 재산 규모나 증가액이 많다고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봉은 많아야 1억원 남짓한 반면 재산 증가액은 이보다 많아 국민의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말로는 서민을 위하고 선거 때가 되면 표를 구걸하지만, 과연 물가폭등과 전?월세 대란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처지를 이들이 알지 의문이다.
여기에는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상의 맹점이 한 몫 한다. 재산공개제도 자체가 재산형성 과정보다는 재산 현황을 밝히는데 그친 모순점을 안고 있다. 본래의 도입 취지를 살려 공직 사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제도의 전면 개정과 실효성 확보, 나아가 엄격한 처벌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먼저 필요에 따라 고지를 거부하거나, 재산을 대충 신고했다가 말썽이 일면 슬그머니 해명하고 정정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하고 상세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재산 공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고무줄 등록을 막자는 것이다.
또한 신고내용에 대한 철저하고 정밀한 검증 과정이 요구된다. 예컨대 문병권 중랑구청장은 1년간 재산이 2억4000만원 이상 증가했음에도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이루어지는지 의문이다. 강남에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값이 1억 4300만원 오른 것 외에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어떤 수입이 생겨, 어디에 얼마를 쓰고 남은 재산이 이만큼 늘었다는 구체적 검증이 필요하다. 부동산 값이 오른 것 외에 1억원에 가까운 재산이 늘어났음에도, ‘봉급, 임대료, 연금 등으로 수입이 늘었다’고 신고만 하면 넘어가는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 임대료 수입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이상 그 근거에 대한 검증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엄격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 재산 등록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부나 서울시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심사 결과, 고의ㆍ중과실 또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자는 그 경중에 따라 경고, 과태료 부과, 명단공표, 징계의결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처벌을 두려워할 공직자는 없어 보인다. 처벌 기준을 강화해서 재산 신고를 대충 넘어가는 통과 의례쯤으로 여기는 공직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사실대로 신고하도록 법적으로 강요하자는 취지다.
공직자 재산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직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공직자는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명 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