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등에 좌회전 하지 마세요"
3색등 신호로 교체 ···부작용 우려, 예산 낭비 지적
경찰이 추진 중인 이른바 `3색 신호등` 체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전에 별다른 대국민 홍보도 없이 기존 `4색 신호등` 체계를 갑작스럽게 바꾸면서 운전자들의 신호 착각에 따른 각종 사고위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경찰청 교통운영담당관실은 21일 3색등의 신호 구분 요령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새 신호등은 왼쪽부터 '빨간색-노란색-녹색'의 3색등이 직진 차로뿐만 아니라 좌회전 차로와 우회전 차로에 각각 설치된다. 기존 신호등은 '빨간색-노란색-녹색 좌회전-녹색 직진' 순서로 배치돼 있다.
경찰은 직진과 좌회전 신호등이 따로 구분돼 단순해졌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헷갈릴 여지가 더 많아진 측면이 있다. 새로운 교통신호 체계는 `화살표 3색`과 `원형 3색`등 모두 6개 신호등이 돼서 지금보다 오히려 2개의 신호등이 더 늘었다. 또 좌회전 차로나 우회전 차로 신호등에는 동그라미 대신 화살표가 표시된다. 이 신호등은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해도 될 때는 회전 방향을 가리키는 녹색 화살표가 켜지고 이어 노란색 화살표와 빨간색 화살표가 점등된다. 즉 빨간색 화살표가 점등돼 있을 때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입할 수 없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빨간색 화살표 신호에 진행하라는 건지, 멈추라는 건지 혼란스럽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으레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게 돼 순간적으로 좌회전을 하게 되면 마주오는 차량과 충돌할 수도 있다. 경찰은 좌회전 차량은 직진 신호등은 보지 말고 화살표 신호등의 색깔만 보라고 한다. 즉, 화살표 신호등에 녹색불이 들어오면 회전하고, 빨간색 신호에는 정지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운전자들의 인지체계에서 화살표는 `긍정적 지시`로 인식돼 본능적으로 `진행 가능`으로 반응하게 된다. 색깔 인식은 그 다음인 것이다.
한편 신호체계가 바뀌는 데 따른 혼란도 문제지만 불필요하게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금의 `4색 신호등’을 `3색 신호등’ 체계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세금은 대략 34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신호등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국 2만여개 교차로 신호등을 앞으로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10년동안 3색과 4색 신호등이 병존한다는 말이 된다.
사실 교통신호 체계는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 운전자들의 신호착각에 따른 인명사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