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 여성병원 제1회 육아수기 공모전 수상작
진리네 행복동화
장려상 전지혜(엄마)
중랑구 상봉2동 105-71번지
분만일시 2008년 08월 19일 AM 05:28 |
일기쓰며 태교시작
남편과 나는 본격적인 태교를 하기 시작했다. 태교 동화책도 몇 권 사고 태교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입덧이 시작되면서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이 다 싫어졌고 밥 하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 시댁에 살던 나는 회사에서 돌아와서 힘든 내색을 할 수가 없어서 코를 막고 저녁을 먹기가 다반사였다. 그런 내게 남편은 입덧 할 때 좋은 생강차를 아침마다 보온병에 싸주고 배고플 때 조금씩 먹으라고 과일 도시락을 싸주곤 했다. 그렇게 남편이 따뜻하게 배려해주고 시부모님이 걱정해주시고 신경 써 주실 때면 임신 하면 여자들을 대접해준다고들 하는데 그 배려와 사랑이 참 좋았다. 태교 일기를 쓰며 남편은 어떤 가정을 이룰지 꿈을 꾸기 시작했고 나는 "엄마'라는 어색한 말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상할때는 태교 일기로 아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보면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그러고 나면 함께 호흡하는 듯 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5개월 즈음에는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예전 옷들을 입지 못하게 되었고 이제 정말 눈에 보이게 배가 나오니 작은 것에도 신경이 쓰였다. 평소 무심코 하던 컴퓨터나 휴대폰도 전자파 때문에 걱정이 되었고 평소 병원 한번 안 가던 내가 배가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 마음도 몸도 그렇게 아이를 위해 준비되고 있었고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었다.
출산이야기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아이가 제때 나오지 않으면 어떻하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8월17일 예정일이 되었는데도 아이는 나올 기미가 없었다. 다행히 그날 이슬이 비춰서 아이가 곧 나 올 것임을 알고 안심하게 됐다. 다음날 8월18일 밤부터 계속 배가 살짝 아프기 시작했다.
배가 계속 아픈데 옆에서 평화롭게 잘 자는 남편이 조금은 얄미웠다. 그래도 자다 깨다 하며 잠을 청할 수는 있었다. 다음날도 아픈건 계속 되었다. 정오부터는 1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아팠는데 아직 진통이라 하기에는 참을만했다. 누워서 티비도 보고 밥도 하고 '아, 이정도면 아기도 낳을만 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저녁이 되어 간격이 20~30분씩 되고 진통이 시작되면 시간간격을 꼭 재라던 시언니의 말이 생각나서 열심히 기록했다. 간격이 10분, 7분,13분 이렇게 조금 불규칙하게 왔다. 진통이 규칙적이여야 된다던 말이 생각나서 아직 때가 아니구나 싶어 집에서 시계만 바라봤다. 집에서 저녁 먹기가 싫어서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나간 김에 저녁9시쯤 집에서 5분거리이던 장스 산부인과에 갔다. 지금이 계속 가진통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진짜 진통이 언제인지 몰라 물어보려고 했다.
1시쯤 부터는 진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태동검사기를 배에 붙이고 있어서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서 떼굴떼굴 구르기만 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두들 산모가 아픈걸 잘 견딘다고 칭찬을 해둔 터라 아파도 티를 못 내고 끙~끙 앓고만 있었다. 태동검사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이의 소리가 올라 갈 때면 남편과 나는 긴장했다. 3시쯤 되었을까?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께 무통주사를 놔달라고 했는데 지금은 늦어서 맞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내가 힘들어서 호흡을 잊을 때 마다 옆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호흡을 같이 해줬다. 지금도 남편이 미울 때면 그때 생각을 한다. 그러고 나면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남편 모습이 떠올라 미운마음이 누그러들고는 한다. 그렇게 함께 힘들어하기를 5시간! 새벽5시 30분~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사랑스러운 우리 공주님이 태어났다. 어서 사랑스러운 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두 시간쯤 잤을까? 아침밥을 먹고 아이에게 수유하러 가는 시간이 어쩜 그렇게 설레이던지,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딸은 신생아지만 보조개가 쏙 들어가고 남편을 꼭 닮아 있었다. 사랑하는 내 남편을 닮았다는 생각에 마음에 따스한 미소가 흘렀고 '건강하게 자라거라'하는 기도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엄마로써의 일상 이야기
우리 딸은 태명 그대로를 써서 "진리"라는 이쁜 이름이 붙여졌다. 이제 진리와 함께 한 육아가 시작된 것이다. 시언니 집에서 조리를 힘겹게 마치고 집에 온 첫날 진리에게 이제 함께할 가정을 소개해주었다. 엄마, 아빠 와 함께 살아갈 집을 이곳저곳 알려주는데 "가족" 이라는 느낌이 결혼했을때 와는 많이 달랐다. 남편과 내가 아니라 우리 둘의 사랑의 결실인 우리 둘의 피가 흐르는 아이가 함께한 것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가 얼마나 신기하든지 젖 먹이다가 사진 찍고 자고 있을때 사진 찍고 수도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날 닮은 발을 보면서 아빠 닮은 손을 보면서 밤 잠을 설치던 피곤함이 어느새 없어지곤 하였다. 신생아가 얼마나 많은 표정이 있던지, 대변을 볼때, 자다가 배네짓 할 때 너무나 이쁘고 신기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