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아파트 놀이터 불합격 판정
기준 ·규격 맞지 않다··· 전국2만여개 폐쇄 위기
주민들 "안전사고 없는데 너무 무리한 기준
중랑구 상봉동 태영 아파트 놀이터 3곳이 최근 설치검사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안전사고도 없었고 놀이시설도 좋은 편이지만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놀이 시설 개보수비로 주민들이 받은 견적서는 9000여만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아파트 입주자들은 아예 놀이터를 폐쇄하고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내년 1월까지 시설을 새로 바꾸지 않으면 놀이터를 폐쇄하거나 입주자 대표나 관리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정병달 태영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지금껏 안전사고 한번 없이 잘 사용해왔다”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놀이터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랑구 아파트 지원 조례에 따라 중랑구에 개보수비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17억원이었던 지원예산은 올해 5억원으로 대폭 줄어 얼마나 지원이 가능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태영아파트 놀이터의 경우처럼 전국적으로 내년 1월까지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 놀이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만5860곳이다. 이 가운데 36%인 2만123곳만 검사를 마쳤다. 이 속도라면 자칫 2만여개의 놀이터는 내년 1월 이후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지난 2008년 1월 26일 제정됐다. 어린이 안전이라는 명분 때문에 입법 자체엔 반대가 없었지만 현실성 등을 놓고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다. 중랑구처럼 지자체 조례에 따라 지원하는 경우는 나은 편이다. 아예 지원조차 없는 지자체가 여전히 많다. 전체 공사비를 합치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과도한 처벌조항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임의시설을 고치지 않았다고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처벌 대상도 아파트의 경우 소유주인 입주자들인지 관리소장인지도 불명확하다. 안전관리법 29조에 따르면 ‘설치검사 또는 정기시설검사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설치검사 또는 정기시설검사에 불합격한 어린이놀이시설을 이용하도록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을 뿐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본격화되자 국회와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등이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행안부도 이미 개·보수한 놀이터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