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없는 주민참여예산 조례
중랑의정모니터링단 김 금주
주민참여예산제란 주민들이 예산의 편성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주민들의 의견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특히 사업의 필요성 판단이나 예산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참여 예산제 운용 조례 모델안」을 마련해서 지자체에 통보했다.
중랑구에서도 이 조례안이 입법예고를 거쳐 6월 24일 행정재경위원회에서 총6명의 구의원 중 5명의 찬성으로 가결되었고,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구에서 제출하여 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안을 보면 지난 10월 31일자 행안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배부한 <주민참여예산제 운용 조례 모델안 1>과 동일하다. 이 안은 3가지 모델안 중 가장 단순하고 구체성이 빈약하여 실질적인 주민들의 참여가 이루어 질 수 없는 조례안이다. 서울시의 25개 자치구들에서 현재 제정 또는 입법예고된 조례안을 살펴봐도 강남, 서초, 송파, 중랑을 포함한 6개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회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분과위원회 등 구체적인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랑구의 주민참여예산 조례안에는 구체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참여예산의 핵심은 예산편성에 있어서 주민 의견의 수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민의 참여에 있으며 참여예산제는 행정의 보조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수렴된 의견을 올바로 행정에 반영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행되어야 할것이다. 물론 인터넷이나 게시판을 통한 공개와 설문조사, 사업공모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주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의견수렴일 뿐이지 실질적인 주민참여의 과정이라고 보긴 어렵다. 주민참여예산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위원회, 시민위원회, 조정위원회, 연구회, 예산학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한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중랑구의 조례안은 임의조항이 너무 많아서 주민참여예산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통과된 주민참여예산운영 조례는 형식적인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의정모니터링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주민들이 전문성이 없다, 의회의 권한이 침해될 수도 있다, 과연 주민들이 참여할까, 이를 진행하기 위한 행정인력과 예산“ 등의 이유로 구체성이 결여된 조례안을 가결시키는 구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다른 구들의 조례안을 보면 주민들의 전문성과 참여를 이뤄내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조례에 구체적인 위원회등의 조직뿐만 아니라 “참여예산학교”등을 통한 주민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지원하도록 하여 주민교육을 분명히 명시하고 실제로 현재 예산학교를 진행하는 자치구도 있다.
흔히들 중랑구는 재정자립도도 낮고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보다 나은 주민들의 삶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여 전시성 · 낭비성 예산의 편성을 억제하고 효율적인 예산분배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주민들이 객체가 아닌 지방자치의 주체로써 참여시키는 노력들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올바른 주민참여예산제 실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