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날개를 단 뚜리
동화작가 유성호
2011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당선,
중랑문학대학 제4기 수료,
소정문학창작실 작가수업,
소정문학동인,
(사)세계문인협회 회원,
한국일보 전산기획부장(역임).
공저:「달팽이 날다」등
지둔리 목장에는 가축을 돌보는 뚜리가 있었어요. 뚜리는 아주 똑똑하고 충실한 개로 소문이 났어요.
뚜리는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솔개가 큼직한 날개를 쫙 펴고 하늘을 빙빙 돌며 땅 위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뚜리는 서둘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병아리들을 닭장 속으로 들여보냈어요.
나뭇가지와 잎들만 바람에 흔들릴 뿐 목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어요.
그때 병아리 한 마리가 겁 없이 밖으로 나왔어요.
그러자 솔개가 딱부리 같은 눈을 번뜩이며 크나큰 날개로 병아리를 덮쳤어요.
이 광경을 본 뚜리가 번개같이 솔개를 쫓아갔어요. 그 바람에 솔개는 병아리를 놓치고 공중 높이 올라갔어요.
다음날 오목한 능선 사이로 해님이 방긋 웃으며 떠올랐어요.
솔개가 또다시 나타났어요. 뚜리는 흩어져 있던 병아리들을 급히 닭장 속으로 들여보냈어요.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말을 듣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달아났어요.
솔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병아리를 낚아채어 공중으로 사라졌어요.
화가 난 뚜리는 하늘이 어스레해질 때까지 엎드린 채, 턱을 괴고 움직이지 않았어요. 뚜리는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고민에 빠져들었어요. 어디선가 뚜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뚜리야아아~,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 게냐? 어서 말해 보아라와와~.”
뚜리 할아버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였어요.
“할아버지, 날마다 솔개가 와서 병아리를 채어가요. 어떡하면 좋아요?”
“뚜리야, 오늘밤 달이 뜨면 천둥산을 찾아가거라. 정상에 올라가면 용담이라는 넓은 호수가 있단다. 거기서 백조대장을 만나 봐. 너에게 날개옷을 지어 줄 거야. 그리고 나는 법을 가르쳐 줄게다. 여기서 동쪽으로 큰 고개를 두 개나 넘어야 하니까 지금 바로 떠나거라.”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
주위에서 닭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뚜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할아버지 말씀대로 천둥산 용담을 찾아가야겠어.’
뚜리는 서둘러 길을 떠났어요. 수없이 개울을 건너고, 높은 고개를 두 개나 넘었어요.
마침내 천둥산이 보였어요.
산은 험난하고 가파른 절벽이었어요. 달빛은 온 산에 가득하고 이름 모를 짐승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산속은 고요하고 잠잠했어요. 뚜리는 온 힘을 다해서 산꼭대기 용담을 향해 기어올랐어요.
맑고 하얀 달이 손에 잡힐 듯 머리 위에 떴어요. 구름이 뭉게뭉게 산자락을 흐르며 구름바다를 이루었어요.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산 정상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고, 물 위에는 하얀 백조들이 분주하게 오고 갔어요.
뚜리는 솔개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백조대장에게 모두 말했어요.
대장은 착한 뚜리에게 날개옷을 만들어 주라고 백조들에게 명령했어요. 백합처럼 희고 고운 백조 열 마리가 모여들어 날개옷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새벽이 되었어요.
“날개옷이 다 되었어요. 날이 밝으면 이 옷을 가지고 연습장으로 가세요.”
뚜리는 열흘 동안, 힘든 훈련을 마쳤어요.
뚜리는 긴 날개를 펼치고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아올라 지둔리 마을로 돌아왔어요.
목장에 도착한 뚜리는 몹시 피곤하여 곯아떨어졌어요. 단잠에서 깨었을 때는 한낮이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솔개가 나타났어요.
솔개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살기가 서린 무서운 눈, 보기만 해도 겁이 났어요. 그러나 뚜리는 용감하게 날개를 넓게 펼치고 솔개의 정면을 공격했어요. 솔개가 재빠르게 피했어요. 뚜리는 힘을 내서 양발로 솔개의 몸통을 움켜잡고 날개를 물어 흔들었어요.
엎치락뒤치락 하던 중에 솔개가 덤벼들어 뚜리의 날개에 상처가 생겼어요.
가축들은 날개를 다친 뚜리를 열심히 응원했어요.
“와아~ 뚜리 잘한다! 뚜리야, 용기를 내! 솔개를 다시는 못 오게 해!”
뚜리는 날개를 추스르고, 날카로운 이빨로 솔개의 머리를 꽉 물고 절대로 놓지 않았어요.
솔개는 목과 눈에 상처를 입고 땅으로 곤두박질쳤어요. 온몸이 콧물, 눈물, 피투성이로 엉금엉금 기어서 솔개 마을로 달아나 버렸어요.
뚜리가 땅으로 내려오자 가축들이 몰려와서 우레 같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어요. 닭과 병아리들은 용감한 뚜리를 장군처럼 우러러 보았어요.
뚜리가 앞에 나서서 말했어요.
“여러분, 우리 힘으로 솔개를 물리쳤어요. 이젠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와! 위대한 뚜리, 용맹스런 뚜리! 참, 잘했다. 정말 훌륭했어!”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