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곳
중랑천 사랑 글짓기대회수상작
산문부문(중등부) 최우수상 (동부교육장상)
광양중학교 2학년 1반 반현진
그녀는 자신이 도착한 곳을 보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오랜 시간동안 차를 타고 온 곳이 이런 곳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그녀의 엄마는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여기는 중랑천이라는 곳인데, 어때? 저 흘러가는 강을 좀 봐봐” 엄마의 말에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고작 이런 곳이에요? 덥기만 하고 볼거리라고는 저딴 강물밖에 없는데” 그녀의 엄마는 딸의 그러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됐어요, 나는 저기 앉아서 음료수나 마시고 있을 테니까 엄마 혼자서 구경하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강가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결국 그러한 그녀의 태도에 엄마는 포기한 듯 그녀의 옆에 앉는다. “이게 뭐예요? 오랜만에 놀러가자고 해서 어디 좋은데 가는 줄 알았는데...” 그녀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알았어, 그래 네가 원하는 곳으로 자자구나, 어디가고 싶은데?”
투정을 부리는 그녀에 대해 엄마는 예상대로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아싸, 그럼 난 롯데월드.”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는 엄마의 제안에 바로 표정이 밝아지는 그녀는 아직 12살 어린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알았다. 그럼 차 가지고 올테니까 기다리고 있거라” 엄마는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럼 나도 슬슬 일어나 볼까?”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손에 있던 음료수 캔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강으로 던저버렸다. “퐁당” 그 소리와 함께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휴, 무슨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람” 그때 그녀의 앞에 차가 도착했다. “비온다, 어서 타, 비가와서 바로 집으로 가야겠다. 롯데월드는 다음에 가자”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차에 올랐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그녀는 차안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아이들은 그녀를 보며 울기 시작했고,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은 그녀에게 욕을 했다. 어른들은 그녀를 원망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그녀를 처형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어디야?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이러는 거야?’라고 생각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중랑천이었다. 그러나 달랐다. 오염된 강물, 죽어서 떠다니는 물고기, 그곳에는 한 여자가가 서있었다. 그 여자가 음료수 캔을 강으로 던져버렸다. 캔의 개수가 하나둘 늘어나 강물을 꽉 채우고는 결국 넘치더니 캔을 버린 그 여자까지 덮어버렸다. 끔찍한 그 장면을 끝으로 그녀는 꿈에서 깨어났다.
“왜? 무슨 나쁜 꿈이라도 꾸었니?” 그녀는 꿈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줬다. 엄마는 그저 꿈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꾸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꿈속에서 캔을 버리던 그 여자와 자신이 너무도 닮았고, 자신도 그렇게 캔을 중랑천에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꾼 꿈을 바탕으로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나 상정해 보았다 ‘만약 그 꿈이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면? 만약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미래의 우리 후손이라면? 그래서 자신들에게 왜 이렇게 더러운 중랑천을 물려 주엇는지 원망의 눈빛으로 보고 있던 것이라면? 그 여자가 실제로 나를 나타낸 것이라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만약이라는 그 가정들이 사실로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 비도 그쳤으니까 잠시만 중랑천으로 차를 돌려주실래요?” 그녀의 목소리가 차안에 가득했다. “알았어, 안될거야 없지” 다행이었다. 얼마 후 다시 중랑천에 도착하였다. 분명히 조금 전에 왔었던 그 장소인데 느낌이 확 달랐다. 중랑천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잔잔히 흘러가는 푸른 물, 그녀를 환영해 주는 시원한 바람,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 정말 아름다웠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자신이 캔을 버린 곳으로 달려갔다. 빗물에 떠내려갔는지, 물속 깊은 곳에 박혔는지 그녀가 버린 캔이 보이지 않았다. 슬펐다. 미안했다. 생각없이 버린 캔이 강을 오염시켰다는 자책감에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하는 행동이 자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자. 꿈에서 나온 미래를 정녕 우리의 미래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그녀의 다짐을 응원이라도 하듯 그녀의 머리위해 밝은 태양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