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또’ 특혜 채용 의혹
구청직원... ‘청렴 일번지’ 이미지 먹칠
중랑구민...‘연줄 채용으로 지원자 들러리’
중랑구가 기능직 공무원 채용에서 문병권 구청장과 연줄이 있는 지원자를 뽑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구는 과거에도 전·현직 중랑구의원과 전 구청장 친인척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지적을 받았다.
중랑구는 지난 8월12일 기능직 공무원 4명(조무원 3명, 전기원 1명)의 채용공고를 낸 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300여명의 조무원 지원자 가운데 3명의 최종합격자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중랑구 소식에 밝은 모 인사는 “합격자 가운데 1명인 성아무개씨는 문병권 구청장의 소속정당인 한나라당 중랑을 사무실에서 여성위원장으로 일하다 최근 모 신문사로 자리를 옮긴 김 모씨의 딸이고, 또 다른 합격자 이아무개씨는 중랑구 전여성예비군 소대장이자 민주평화통일회의 자문위원이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병권 구청장을 도왔던 장 모씨의 아들”이라며 “지난 몇 년간 기능직 특채에서 연줄을 통한 채용으로 말썽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가 또 아는 사람 자녀의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랑구청 직원인 K씨는 “전기원 1명은 자격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상 채용했지만, 2명은 중랑구청 직원들조차 구청장이 챙겨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격을 갖춘 많은 지원자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은 참으로 뻔뻔하고 낯 뜨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일은 청렴 일번지라고 자랑하는 중랑구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랑구에 거주하는 한 구민은 채용공고를 보고 중랑구청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구청에서 실시하는 기능직 공무원에 많은 사람들이 지원합니다. 소위 내정자나 현재 구청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을 위한 형식적인 전형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지원자들이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고 지원을 합니다. 우연히 보니 이번 조무원 3명 모집에 직원 3명이 검색이 되네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물론 동명이인 일 수도 있고요.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와보면 알겠죠. 이런 분들을 무조건 뽑아주기 위해 나머지 분들이 들러리가 되는 채용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지원하는 전형인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부탁드립니다.’
이에 대해 구청 총무과는 ‘기능직공무원 채용은 공개경쟁 모집 공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면접)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구는 기능직 공개채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청탁도 철저히 배제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함에 따라 고객님께서 우려하는 바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 고 답변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우려대로 300명의 지원자들은 들러리가 된 셈이다.
한편 중랑구에서 기능직 특채를 두고 잡음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전직 구청장·한나라당 구의원들의 자녀가 대거 특채되어 중랑구청과 시설관리공단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돼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채용된 중랑구 기능직 공무원 58명의 절반인 28명이 한나라당 구의원, 지역 단체장 등의 친인척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든든한 배경으로 특채된 기능직 공무원이 공채로 들어온 이들에 비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위세를 부려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도 심각하다는 게 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이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망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중랑구는 서울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2005부터 6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청렴의 메카’를 자청하고 있는데 참 부끄러운 일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