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항아리의 행복
2001『아동문학연구』동화 당선, 시니어 전통문화지도자 양성, 교사 연수 「철학동화 12권」「유아교수자료 해달별이야기 36집」외 다수.
동화작가 이규원
중랑문학대학 제5기 수료,
소정문학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광진문인협회 사무국장,
동화사랑연구소 소장으로 동화구연지도자 배출,
수상 : 어린이문화예술상, 천등아동문학상
저서 :「동화구연의 이론과 실제」「할머니와 동화속 그림쥐 외 3권」
훈이네 장독대에는 질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놓여 있었어요.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참 좋네. 항아리 뚜껑을 열어 놓아야지.”
훈이 엄마는 항아리 뚜껑을 하나씩 열어 놓았어요.
햇빛을 듬뿍 받은 된장항아리가 목에 힘을 주며 말했지요.
“내 몸 속에 된장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 주는 영양덩어리지.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엔 된장이 최고거든.”
그러자 고추장항아리도, 간장항아리도 목소리를 높여가며 말했어요.
“무슨 소리에요? 사람들은 고추장이 맵다고 하면서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떡볶이에 고추장이 안 들어가면 무슨 맛이 있겠어요.”
“무슨 소리? 내 몸 속에 간장은 사람들의 입맛을 내는데 꼭 필요하지. 너희들도 간장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야.”
항아리들의 자랑을 듣고 있던 빈 항아리가 중얼거렸어요.
“아! 나도 뭔가 담고 싶다.”
“얘, 넌 텅 빈 항아리 속에 먼지뿐이구나.”
“네 모습이 못나서 아무 것도 담지 못한 거야.”
다른 항아리들의 놀림에도 빈 항아리는 꿈을 잃지 않았지요.
“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담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개구쟁이가 던진 돌이 빈 항아리로 날아와 밑바닥에 ‘쨍그랑’하고 구멍을 냈지 뭐예요.
“어머, 정말 안됐구나. 이젠 쓸모가 없어졌구나.”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 잘난 척하더니…….”
빈정거리는 다른 항아리들의 말에 빈 항아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내 몸은 비록 망가졌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나에겐 꿈이 있다고.”
지나가던 바람할머니가 빈 항아리를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그래, 좀 더 참아 보렴. 네게도 좋은 일이 있을게야.”
며칠 뒤, 훈이 아빠가 향기로운 꽃나무를 사오셨어요.
“아빠, 이게 무슨 꽃이에요?”
“치자꽃이란다. 하얀 꽃이 피고지면 노란 치자 열매가 열리지.”
“여보, 정말 예쁘겠네요. 밑 깨진 항아리에 심으면 잘 어울리겠어요.”
“질항아리에 피어나는 하얀 치자꽃이라……. 잘 어울리겠는데…….”
드디어 빈 항아리에 흙이 담기고, 치자꽃이 심어졌어요.
자리도 현관 앞으로 옮겨졌지요.
이제 빈 항아리는 훈이 엄마 손길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아!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어. 참고 기다렸더니 이렇게 큰 기쁨이 찾아온 거야! 열심히 내 몸 안에 생명을 키워야지.”
빈 항아리의 몸은 새로운 향기로 가득 찼어요.
또 하나의 꿈을 안은 항아리는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