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된장의 참맛
시인 권 원 섭
2011 월간 『문학세계』 시 당선 |
늦가을 마당에 햇살이 상큼하다
수런거리는 마른 콩대
도리깨로 두들기면
깍지마다 쏟아지는 노란 구슬
맑은 물에 불려 가마솥에 찜질하고
절구질로 반죽하고
볏짚 굴레 포로가 되어 시렁에 매달리는 못난이,
겨우내 곰팡이를 피어낸다
이른 봄 배불뚝이 항아리에 담겨
바닷물을 마시면
빨간 돛단배도 뜨고 까만 목선도 뜬다
한여름 익힌 황금 덩어리,
그 맛이 기막히다
매 끝에 정든 메주,
나도 못난이처럼 맛을 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