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전망
내년 총선 “야권에 절대적 유리”
서울시장 보선서 정권 심판…야권 연대면 ‘불패?’
여야 “강도높은 쇄신”…시민후보 대거 출현 예상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이 연대를 할 경우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무상급식 반대투표와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정권 심판의지를 극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여야 득표율을 내년 총선에 반영할 경우 서울 48개 국회의원 지역구 가운데 현재 38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강남3구와 용산구 등 7곳에서만 우위를 점하면서 10석 전후를 차지하게 되는 참패가 예상된다.
현재 7석인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야권이 분열될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소수 야당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도 각자 후보를 내세울 경우 정당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연대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의석을 건지기가 어렵다는 현실에 공감을 하고 있다. 반한나라당 연대가 승리를 거뒀다고 하지만, 민주당 등 특정야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와 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시민후보’에 대한 서울시민의 열망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을, 그것도 개인의 사안별로 지지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당의 아성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태풍’이 돼버렸다.
범야권은 이번 보선 승리를 계기로 내년 총선 승리와 2012년 정권 교체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갖게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시민사회 세력까지 가세해 서울을 거머쥠으로써 그 파괴력을 확인한 셈이 됐다.
정작 제1야당인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보선에서 야당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이끌어냈지만, 제1야당으로서 대선 다음가는 빅카드인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위상이 크게 손상됐다. 더구나 텃밭인 호남 2곳의 단체장을 건진 것 말고는 타 지역은 물론 서울에서조차 패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보다도 더 깊은 시름을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결국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필연적인 상황인데, 소수야당의 몫은 물론 시민후보들이 나설 경우 기득권을 대거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소수야당도 민주당과 처지가 크게 다를 바 없다. 자칫 연대의 틀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몫만 주장할 경우 소외될 상황이 높아졌다. 민노당이 연대에서 빠졌다가 이정희 당대표가 뒤늦게 대열에 합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랑 등 일부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민노당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한나라당 후보에게 쉽게 헌납한 경우가 있었다. 야권이 큰 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설정한 사례다.
대신 시민단체들이 내년 총선에서 부산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일희일비가 엇갈리긴 했지만, 야권연대의 중요성이 부각된데 이어 이번 보선에서도 결실을 거둠으로써 총선 후보 발굴, 야권과의 연대 등에 최대한 총력전을 기울일 태세다. 시민단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중랑구청장 몫을 요구했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적어도 1개 선거구가 이들의 요구대상이 아니라, 역으로 민주당이 양보해야 할 협의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여건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는 여야가 정치권 밖의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을 영입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각 정당에서도 기존 정강정책을 뒤집을 정도로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아울러 인적쇄신도 불가피하다. 기성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큰 만큼 노회한 정치인, 흠결 정치인들이 쇄신의 최우선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중랑구의 경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 34만8,726명 가운데 15만4,743명이 투표에 참여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6만8,501표(득표율 44.75%),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8만3,870표(득표율 54.80%)를 득표했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 34만3,810명 가운데 17만2,267명이 투표에 참여해 한나라당 문병권 후보가 8만2,611표(득표율 50.15%)를 득표해, 82,098표(득표율 49.84%)를 득표한 민주당 김준명 후보를 따돌렸다. 단순히 두 선거만 비교해도 지난해 지방선거보다 야권 지지도가 약 5%포인트 상승하여 야권 지지세의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내에서 기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민심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 기존의 체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얼굴이 주민들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정치판에 휘몰아친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20대와 30대, 40대까지 나서 ‘시민후보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선택했다.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면서도 ‘선거혁명’에 비유할 만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당정치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기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명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