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특위 구성에 불만
구의원 8명 집단으로 의회 불참
한나라당 김규환, 김영숙, 나도명, 송화영, 신정일, 신하균, 홍성욱, 황판남 의원
싸늘한 주민들 “자리싸움하자고 의회 내팽개쳐?…이런 구의원 정말 필요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선임에 불만을 품은 한나라당 구의원 8명이 집단으로 의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내년도 예산 심의를 비롯해 중랑구 주요 사안을 다뤄야 할 제173회 정례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안팎에서는 내년 중랑구 예산이 삭감 편성됨에 따라 사안별로 신중한 심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구의회가 사소한 밥그릇 싸움에 매달려 본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집행부 견제 등 의회 본연의 기능을 저버렸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복지건설위는 소속의원 8명 가운데 3명이 불참해 예산 심사와 의결이 가능하지만, 행정재경위는 불참의원이 5명에 달해 반쪽짜리 심사만 할 뿐,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중랑구의회는 이번 정례회가 계속 반쪽 운영될 경우, 의결이 불가능한 행정재경위 심사안은 의결없이 예결특위에서 의결을 거쳐 정례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등을 처리할 방침이다. 절차상 하자는 없다.
문제는 정례회에 불참한 한나라당 의원 8명이다. 자신들 없이도 정례회 진행이 문제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참을 선택한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연의 업무인 의정활동을 외면한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내년 의장 선출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10대 7이라는 의석수 우위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로 전락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김수자 의장과 이윤재 위원장을 압박해 끌어오려는 계산이다. 구의회 내부에서는 연합구도를 깨기 어렵기 때문에, 의회보다는 장외로 나가서 외부 압력을 통해 한나라당 결집을 시도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정례회에서 예결특위가 민주당 4명, 한나라당 3명으로 구성되자 25일 정례회 첫날 본회의장 입장 거부에 이어 28일 상임위에 불참한 가운데, 29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이번 회기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30일에도 구청 등 3곳에서 기자회견을, 내달 1일~5일까지 노상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현재 구의회 불참을 밝힌 구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8명으로 김규환, 김영숙, 나도명, 송화영, 신정일, 신하균, 홍성욱, 황판남 등이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의장과 이 위원장이 민주당과 야합해서 의장단을 구성하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본인들이 어려울 때만 한나라당을 찾고 신뢰와 믿음을 의심할 수 있는 행동을 꾸준히 취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예산결산특별위원 선임 문제도 김 의장이 의장 몫 1석을 한나라당 의원으로 배정하기로 하고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러한 문제가 불거졌다”며 “김 의장과 이 위원장의 적합한 해명 없이는 이번 회기에 동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구의장이 자기쪽 의원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믿음을 저버렸다’ ‘거짓말쟁이’ ‘한나라당 배신자’ 등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사퇴를 요구해, 자질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자 의장은 “예산을 심사해야 할 가장 중요한 회기가(일부 구의원들의 이탈로) 파행으로 운영된 것은 이유야 어떻든, 모두 제가 부덕한 탓”이라며 “개별 의원들의 입장과 사정이 있겠지만 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예산 심사에 즉시 참여해 의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은 “나는 분명히 한나라당 소속이며, 무상급식 찬반 논란이 일어날 때도 당의 판단을 대변했다”면서 “이번 예결특위 구성은 구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의장으로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작년 예결위는 민주당 5명, 한나라당 4명으로 구성하고 민주당 소속 은승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진행했지만 큰 무리없이 예산 심사를 마칠 수 있었고, 당시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가 많았던 만큼 올해 이를 트집 잡아 의회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며,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여 구민들께 죄송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구의회의 이런 행각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의회를 뛰쳐나오는 구의원들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면목동에 사는 이정미(가명.여.48세)씨는 “틈만 나면 이권에 기웃거리고 밥그릇 싸움에 열을 올리는 구의원들이 정말 부끄럽다”며 “이젠 그것도 모자라, 자리 안 준다고 의원들이 직무를 유기하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소외계층 예산에 관심이 많다는 강혜경(가명.여.33세.신내동)씨는 “구의원들이 당장 코앞에 닥친 내년 예산안 심사를 내팽개치는 행위에 대해 할 말을 잃었다”면서 “중요한 사안이나 예산을 놓고 장외투쟁을 한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기껏 자리싸움 때문이라니 이런 구의원들이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 의문이 든다”고 탄식을 했다.
한편 이번 정례회는 25일 제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5일간 각 상임위원회별로 2012년도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과 일반안건을 심사한다. 이어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한 2012년도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반쪽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