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내년 예산 17억 삭감에 집행부 ‘당혹’
집행부, “도 넘어선 삭감 폭…원만한 구정위해 원상복구”
구의회, “의회 승인없이 사전집행?…집행부 독단 막아야”
중랑구의회가 연일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다루는 제173회 정례회는 한나라당 의원 8명이 집단으로 불참하면서 파행 논란이 일어난데 이어 구정질문이 예정된 12일에는 구청 집행부가 의회 출석을 전면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집행부는 이튿날인 13일 구정질문에는 참석을 했고, 모니터링단과 지역주민들의 비판에 직면한 의회불참 한나라당 의원 8명도 이날 본회의에 참석했다.
집행부가 이날 의회 출석을 거부한 것은 9명으로 운영된 의회가 전례없이 큰 폭의 예산안을 삭감한데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가뜩이나 예산이 줄어 사업예산은 편성조차 못하고 경상비 등 대부분 예산을 지난해의 80% 수준으로 맞췄는데도 의회가 무리한 예산 삭감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이에 앞서 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위원장 강대호)는 내년 예산안 3249억원 가운데 43개 사업 17억2863만9000원을 삭감했다.
문화체육과 ‘중랑숲 어린이 도서 정보센터’ 민간경상보조(운영비 및 도서구입비 등)비로 편성된 예산 4억2694만5천원 전액과 일자리창출추진단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예산 1억 8099만 5천원의 일부인 8230만4천원을 삭감했다.
또 중랑구시설관리공단 명절 휴가비와 직원휴양소 이용료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희망중랑 네트워크 센터지원비 및 영유아통합지원센터 운영지원비도 전액 삭감하는 등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예산 삭감을 감행했다.
강대호 예결위원장은 “해당 상임위에서 가결된 예산을 대부분 반영했으며, 일부 삭감한 예산은 구의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예산들을 삭감한 것”이라면서 “의회 승인을 거쳐 집행해야 할 예산인데도, 승인도 받지 않고 미리 집행하고 ‘의회가 무조건 승인하라’는 식의 예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독서실 건설비의 경우 예산이 통과될 것을 감안해 미리 인선작업까지 마쳤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런 예산까지 의회가 아무 고민없이 승인을 해줘야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작년보다도 예산이 줄어들어 중랑구 살림살이가 어려운 마당에 구의회에서 도를 넘어선 예산 삭감으로 집행부가 일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관행상 선집행한 예산이 있긴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원만한 구정을 위해 협조해야 할 의회가 ‘구정 발목잡기’에만 급급했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의회를 장악한 주류가, 비주류들이 설 자리를 없앤데 이어 집행부의 구정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의회 부정론이 있는가 하면, “의회를 무시하고 예산을 운용하는 구청의 단독 행정에 의회가 모처럼 제동을 걸었다”는 의회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구의회가 반쪽 운영된 현실을 놓고 “자리싸움에서 시작된 ‘편가르기 의회’가 원인이었던 만큼 내년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앞두고 극한 상황까지 왔다”면서 “중랑구의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자리나 이권에 얽매이지 말고 의정활동 등 본연의 자세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의회는 13일에 이어 14일 정례회 본회의를 개최했으나 집행부와 의회, 그리고 주류와 비주류간 수정예산안을 합의하지 못해 예산안을 승인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한편, 구의회가 예산 삭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중랑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이봉로) 예산을 다루는 과정에서 촉발됐는데, 공단 이사장과 본부장의 ‘엽기적인’ 발언 때문이었다는데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구의회는 고통분담차원에서 중랑구청도 예산을 20% 삭감하여 편성하고 의원들도 의정비를 3년째 동결한 마당에 공단만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질타했다. 또 공단이 시설을 운영하면서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는 보고를 받지 못한 반면, 직원 명절 휴가비를 신설하는 것은 도에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봉로 이사장은 답변에서 “나는 지방자치법서 규정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의회에 출석하여 답변할 위치가 아니지만, 위탁을 준 중랑구청에서 대신 출석하여 상세한 답변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해서 답변하러 왔다”며, 구의회의 추궁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강대호 의원은 “지방자치법 42조에 근거한 ‘서울특별시 중랑구의회에 출석하여 답변할 수 있는 공무원 등의 범위에 관한 조례’ 2조에 공단 이사장과 본부장이 답변하기로 되어 있는 이상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맞섰다.
그러자 김성규 본부장이 가세해 “조례를 제정할 당시 범위를 확대해서 논란이 일었던 부분으로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사장이 나와서 답변하는 것은 의무 사항이 아니며 권한을 일탈한 조례는 잘못된 것이고, 무효 조례”라고 답변, 구의회는 물론 관계 공무원들까지도 “공무원 30년 이상을 한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는 뒷담화를 듣기도 했다.
지자체에서 조례가 제정, 공포되면 법적 효력이 발생된다. 설령 상위법에 위배되더라도, 조례가 공포된 이상 조례안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청구해 무효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효력이 있다. 따라서 구의회 출석범위를 정한 조례에 의해 공단 이사장이나 본부장이 의회에 나와 답변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