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노원구 중학교 일진 '맞짱' 시도
"몸 보여줘" 성희롱 채팅이 발단
일진들, 새학기에 서열관계 재정립
지난 17일 오후 1시쯤 서울 중랑구 A초등학교 운동장에 50여명의 중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랑구 지역 중학교 일진 30여명과, 노원구 지역 중학교 20여명이 '맞짱'을 뜨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지난달 말 노원 지역 여중생 이수영(14·가명)양이 중랑 지역 일진인 김일진(14·가명)군과 인터넷 메신저로 채팅 중 시비가 붙은 것이 이날 두 패거리가 만나는 발단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메신저로 이양에게 "너의 거기를 (나에게) 보여달라"고 했고, 이에 화가 난 이양이 "싫어"하면서 서로 욕이 오갔다. 이양은 이 사실을 노원구 일진 이준호(14·가명)군에게 일렀다. 이군은 김군에게 "너, 이리 와봐"라고 했고, 김군은 "내가 왜 가냐"라며 거부했다. 이어 둘은 "토요일 날 만나서 맞짱을 뜨자"고 했다.
17일 오후 3시, A초등학교에 모인 노원구와 중랑구 일진 멤버는 80여명으로 늘었다. 학교 주변에도 40여명의 일진들이 진을 쳤다. 양측이 이군과 김군의 싸움을 응원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수상하게 여긴 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출동하자, 학생들은 순식간에 인근 학교와 아파트 단지로 흩어졌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인근에 있던 두 지역 일진들은 오후 6시 30분 A초등학교에서 400여m 떨어진 B중학교에서 다시 모였다. 중랑·노원지역 일진 50여명은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싸움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농구대 주변에서는 올 초 B중학교를 졸업한 '선배 일진들' 10여명이 나타나 싸움 장면을 지켜봤다. 하지만 저녁 8시, 학교에 남아있던 한 교사의 제지와 경찰 출동으로 일진들은 다시 흩어졌고 이날 이군과 김군의 싸움은 무산됐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B학교 생활담당 교사는 "해마다 학기 초에 일어난 일진 간 싸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일진 간 싸움은 이번처럼 작은 시비로 시작하지만 지역 간 싸움, 영역 다툼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일진들은 해마다 봄(4~5월)이 되면 학교별 일진 조직 간, 지역별 일진 연합 조직 간 세력 싸움을 벌여 서열관계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