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소아청소년과 제2회 육아수기 공모전 수상작
엄마와 아빠가 쓴 나은이의 소소한 일상
최우수상 이현경
신내1동 317번지 신내데시앙아파트
분만 일시 2011년 1월 10일 오전 10시11분 (한나은) |
2011년 1월 10일 아침 여섯시 경. 잠결에 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보니 현경이가 진통을 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혼자 깨어 진통을 한 모양이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미리 싸놓은 트렁크를 차에 실었다. 시간은 어느덧 일곱 시를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진통시간을 체크하면서 언제 병원으로 가야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나라를 낳았을 때에도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이 되었기에 이번에는 조금 일찍 병원을 찾기로 한 것이다.
10시 5분경 가운을 입고 모자를 쓰고 분만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분만실에 들어가자마자 드디어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응에~ 응에~가 아니다. 에~~~ 에~~~ 하는 힘겨운 소리가 들린다. 탯줄을 자르고 손가락, 발가락, 눈, 코, 입을 확인했다. 아주작고 빨간 것이 우리 딸이라고 한다. 첫째 때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3.84 kg, 54cm의 우량소녀가 탄생한 순간이다. 예정일은 1월 19일이었지만 아이가 너무 커서 하루라도 빨리 나오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어제 초음파 진료를 받았을 때 우리 나라가 내일 아기가 나올 거라고 했다. 나라의 예언이 적중한 순간이다.
나라는 예상을 뒤엎고 아기를 보더니 연신 귀엽다고 한다. 그러고는 만지려고 한다. 다행히 싫다고는 하지 않는데, 귀엽다고 하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 동생으로 인해 느끼는 박탈감이 상당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자기 밖에 없었는데,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심지어는 동생이 싫다고도 했다. 하지만 출산이 점점 가까워지자 서서히 변하기는 했다. 동생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이후 만지지 않던 엄마 젖에 집착하기 시작했던 나라. 모유수유를 하는 동생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도 젖을 먹는 동생을 보며 귀엽다는 말만 반복한다. 엄마의 젖을 보더니 “와! 엄마 찌찌다”라고 외치며 엄청 좋아하며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다가 동생을 보더니 손을 멈칫한다. 그러고는 약간 시무룩해지는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짠해진다. 아직 어리지만 자기도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우리 나라도 멋진 언니가 되리라 믿는다. 오랜만에 신생아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생후 26일. 작은 나무 황달 검사를 다녀왔다. 몸무게는 지난 번 보다 많이 늘어서 4.7kg이다. 황달수치도 많이 떨어져서 11.7이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높은 것이라고 한다. 생후 1개월 정도까지 6이상이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니, 조금 걱정이기는 하다. 어쩌면 그렇게 나라하고 똑같을까? 다음주 병원에 가기 전에 이틀정도 모유수유를 끊어야 할 듯하다. 나라처럼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후 29일. 둘째 이름을 나은이로 하기로 했다. 엄마가 지은 이름이다. 나무처럼 은은하게 자라라. 정말 이쁘다. 나라와 나은. 나은이라는 이름 들으면 들을수록, 부르면 부를수록 정겨운 이름이다. 어느것에서나 더 '나은' 우리 나은이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한다.
생후 30일. 드디어 나은이 출생신고를 했다. 한달을 거의 꽉 채웠다. 그런데, 이녀석 밤새 울었다. 새벽 네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엄마도 할머니도 밤을 꼬박 새웠다. 왜 그럴까? 나라는 얼마나 피곤했는지 자기가 먼저 잠을 자자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피곤한 자매들이다.
생후 63일 나은이가 이제는 제법 고개를 가눈다. 그리고 눈을 맞추며 연실 웃음을 짓는다. 정말 이쁘다. 아이의 웃음은 언제 어디서나 아름답다. 이것이 행복일 것이다. 나라, 나은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마트를 다녀왔다. 나은이는 오늘도 새벽 두시에 잠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많이 힘들다.
생후 120일
봄비가 여름 장맛비처럼 내린다. 엄마 목소리가 망가졌다. 나라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나은이가 나라의 칠부 옷을 입는다. 그런데, 정말 꼭 맞는다. 아무래도 개월 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자칫 나라의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없는 초유의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언니의 물건을 모두 물려받기 때문에 새것을 거의 갖지 못하는 나은이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생후 137일. 나라야 벌써 네 살이 되었구나. 정말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고맙다. 우리에게 너희들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 생일의 가장 큰 선물은 역시 동생 나은이겠지. 지금은 나은이 때문에 속상한 일도 많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말 너희 둘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소중한 사이가 될 걸로 믿는다. 힘들어도 우리 조금만 잘 참고 견뎠으면 좋겠다.
생후 182일. 나은이의 생애 첫 번째 건강검진을 받았다. 체중은 100명 기준 당당히 4등. 키는 13등, 머리둘레는 50등 정도이다. 다시 말해 키는 큰 편에 속하고 몸무게는 상당히 많이 나가는 편에 머리는 작다는 뜻인 것 같다. 의사 말에 의하면 혹시 모르니 몇 달 후에 빈혈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한다. 아이가 너무 잘 자라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 나라와 나은이는 정말 튼튼하게 잘 자란다. 모두다 엄마의 건강한 젖 때문이다. 나라는 오늘 하루종일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한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느라 혹은 다른 놀이에 정신에 빠져서 그냥 바지에 오줌을 싼 모양이다. 엄마에게 무지 혼나는 나라양. 어서 기저귀를 졸업해야지...
생후 249일. 나은이 아랫니 두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 총 7개가 된다. 너무 빠르다. ㅎㅎㅎ
생후 270일. 안방으로 잠자리를 옮기고 나서부터 나은양께서 밤잠을 수월하게 자지 않는다.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해서 엄마, 언니를 타고 넘어다니고, 서랍장을 붙잡고 앉고 일어서기를 무한 반복한다. 나라가 잠이 들면 엄마는 아기띠를 하고서 나은이를 재운다. 나은이는 요즘 혼자서 걷기 연습이 한창이다. 식탁의자, 나라의자, 빨래바구니 등을 밀면서 한 발짝씩 걷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나라보다 훨씬 일찍 걸음마를 시작할 지도 모르겠다.
생후 300일. 나은이를 만난지 300일이 되는 날이다. 일기의 장점은 아이들이 생후 몇 일인지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째는 벌써 시간이 꽤 지났다고 카운트하는 것을 점점 소홀히하고 있다. 첫 째한테 미안할 따름이다. 300일 기념으로 나은이에게 작은 선물을 한다. 언니가 있다는 이유로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물건을 물려받는 나은이. 특히 옷가지는 예외없이 언니가 입던 옷을 입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 옷이라는 게 헤져서 못 입는 경우보다는 작아져서 못 입다보니 , 언니의 옷을 물려 입어도 크게 문제는 없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요상해서 매 번 입혔던 옷만 입히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나 계절이 바뀔 때는 그런 마음이 더 심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은이도 이제는 자기 것, 새 것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것 같다. 케이크를 사서 조촐한 파티를 했다. 나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준. 현경이와 나라 그리고 나은이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사랑스러운 우리 가족 오랜 시간동안 든든하고 아름답게 지켜 가리라 다짐해 본다. 모두 모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