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소아청소년과 제2회 육아수기 공모전 수상작
매일이 선물인 우리 아들, 한승흠
우수상 김은정
(구리시 수택동 럭키 아파트 1동 )
분만 일시 2012년 5월 22일 오후 4시 35분 성별 남 (한승흠) 체중 3.44kg
5월 21일 <유도분만 하는 날>
한돌아, 오늘 하루 고생이 많았지? 엄마도 종일 촉진제를 맞으며 진통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단다. 하지만 뱃속에 있는 우리 한돌이도 함께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힘을 낼 수 있었단다. 엄마는 순산하기 위해 요가도 열심히 다니고, 밤마다 아빠와 산책도 꾸준히 했는데 우리 한돌이는 엄마 뱃속이 편안한지 예정일을 훌쩍 넘겼는데도 나올 기미가 없었단다. 지난주에 유도 분만 날짜를 잡았어. 예정일이 열흘이나 지난 오늘 병원에 오고야 말았단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한돌아, 시간 너무 끌지 말고 얼른 엄마, 아빠 곁으로 와주렴.
5월 22일 <우리 한돌이 탄생>
분만이 진행되면서 아픔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단다. 그리고 생각보다 분만 시간은 더 길어졌단다. 아빠도 너무 힘들어하는 엄마를 옆에서 지키면서 고생만하고 자연 분만 못하는거 아니냐며 수술하자고 설득하셨단다. 하지만 엄마는 여태껏 참았던 게 아까워서라도 더 참자고 다짐하며 끝까지 하겠다고 했어. 아빠가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엄마 곁을 지켜주니 정말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었단다. 우리 한돌이가 생기고 정신없이 결혼을 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많이 싸우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아빠가 든든하고 고마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진통 중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눈과 얼굴에 핏줄들이 다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어서 말이 아니었지만 무사히 널 낳았다는 게 어찌나 감격적이고 감사했는지 모른단다. 정말 엄마가 살면서 가장 기특하게 잘 한 일이 아닌가 싶어. 우리 한돌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 사랑한다... 정말 행복하게 잘 살자! 엄마 아빠가 너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게.
5월 24일 <퇴원 후 외갓집으로>
엄마는 외갓집에서 몸조리를 하기로 했어. 사실 조리원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많이 부담이 됐었는데 외할머니가 네가 생기고 처음부터 선뜻 외갓집에 와서 몸조리를 하라고 하셨단다.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 집에 오고 나니 이제 정말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 된다는게 실감이 나더라. 물론 엄마는 아직도 널 만지는게 너무나 조심스러워 기저귀도 못 갈아주고, 옷도 못 갈아 입히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외할머니에게 하나씩 배워나가도록 할게.
5월 28일 <산후 우울증>
짧은 연휴가 끝나고 아빠는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가셨어. 함께 지내면 좋겠지만 출퇴근하기엔 거리가 좀 있거든. 근데 엄마는 오후에 아빠가 돌아가고 나서 또 기분이 좋지가 않아.
아빠가 잘 지내라고 하며 가시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건지.. 엄마는 임신을 했을 때도 감정 기복이 좀 심했었거든. 작은 일에도 많이 서운해 하고 울고.. 너를 낳고 나면 괜찮아 질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지가 않아. 외할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이 잘 챙겨주시지만 조금이라도 엄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 그렇게 서운한 건지 모르겠어. 오늘도 또 한번 다짐해야겠어. 몸도 마음도 잘 추슬러서 행복한 엄마가 되자고.., 사랑해. 아들^^
6월 1일 <모유 수유는 힘들어>
엄마는 임신 했을 때부터 너에게 모유를 먹이겠다고 결심했었어. 외할머니도 엄마를 그렇게 키웠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임신 중 가 본 산모 교실에서 강의를 들어보면 우리나라는 모유 수유 성공률이 기대보다 현저히 낮더구나. 엄마는 그 점이 이상했었는데 내가 직접 출산을 하고 모유 수유를 하다 보니 포기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모유 수유는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엄마는 모유양도 충분치 않아서 우리 한돌이를 고생시키고 있는 것 같아. 너도 힘들겠지만 엄마도 늦은 시간에 젖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할머니 성화에 미역국 들이키고 소화 안 되서 잠 못 들고 있으니, 우리 서로 더 분발하도록 하자. 엄마는 정말 요즘 젖소처럼 사육 당하고 있는 기분이란다. 하지만 너에게 완전한 모유만 줄 수 있다면 엄마는 참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자.
6월 3일 <한승흠, 멋진 이름이 생기다>
이제 우리 한돌이에게도 이름이 생겼단다. 한 승 흠 ‘정승승, 공경할 흠’ 아빠와 엄마를 며칠간 말도 안하게 했던 그 이름으로 결정했단다. 며칠 동안 생각도 많이 해봤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좀 어렵기는 하지만 특이하고 좋은 이름 같다고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의 사주와 가장 잘 맞는 이름이라고 하니 안하면 왠지 꺼림칙할 것 같아서 한승흠으로 하기로 했단다. 어렵긴하지만 좋은 이름이니 많이 불러서 얼른 익숙해져야지. 이제 태명이 아닌 진짜 이름으로 너를 부르니까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제 정말 우리 한돌이에게도 진짜 이름이 생겨서 너무 기쁘구나. 이름처럼 반듯하게 잘 자라자.
6월 9일 <결국 가슴 마사지를 받으러 가다>
엄마는 우리 승흠이에게 완전히 모유만 주고 싶은데 정말 쉽지가 않은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양이 나와야 한다는데 그렇지 않아. 그래서 오늘은 결국 가슴 마사지를 받았어. 마사지를 받는데 누를 때마다 모유가 분수처럼 나오는 거야.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어. 마사지를 받은 기분 탓인지 왠지 너도 더 잘 무는 것 같아 기분이 훨씬 좋아졌단다.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모유 수유를 꼭 성공하고 싶고 성공하고 말거야.
8월 26일 <백일 잔치와 뒤집기>
오늘은 우리 승흠이가 97일째 되는 날이야. 원래는 수요일이 딱 100일인데 백일 잔치를 좀 당겨 하기로 했어. 아무래도 식구들이 다 모이려면 주말이 편하니까 말이야. 우리 승흠이 백일상은 공릉동 할머니가 차려 주셨어. 백일 잔치가 끝나고 집에 왔어.
낮잠을 많이 안자서 잘 잘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는 이상하게 더 안자고 놀려고 하더라. 엄마 아빠는 그것도 나름 외출이라고 피곤해서 얼른 자고 싶은데 네가 안자니 잘 수가 있어야지. 결국 불 다 끄고 네가 자기를 기다리는데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 누워서 뒤척이며 끙끙대더니 네가 휙 뒤집어 버리는 거야. 엄마는 정말 깜짝 놀라서 네가 뒤집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옆에서 졸던 아빠도 깜짝 놀라 깨셨지 뭐니. 보통 백일 전 후로 뒤집는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진짜 네가 뒤집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기하고 재밌더라. 아.., 뿌듯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