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가을 전세대란’ 우려된다
염광, 두산2·3차, 동성2차 등 불과 1주만에 500만원 올라
“전셋값 감당못해 집 줄여 이사”…2년새 2300만원 인상
“아무래도 집을 줄여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디 2년 만에 2500만원을 마련할 재간이 있겠습니까?”
묵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5㎡)에 전세를 살고 있는 김민석(가명·45)씨는 가파르게 올라가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좀 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갈 생각이다.
김씨는 4년 전인 지난 2009년 10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를 1억8000만원에 얻었다. 한참 전셋값이 올라갈 때여서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1억9000만원~2억원이었던 시세보다는 비교적 저렴하게 계약을 했다.
2년 후 재계약을 진행한 2011년 10월에도 전셋값은 한없이 치솟기만 했다. 시세가 2억3000만원~2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맘씨 좋은 집주인은 2000만원만 올려 달라고 했다. 인상분 마련이 버겁기는 했으나,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서 2억원에 재계약을 했다.
최근 김씨는 2500만원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제안에 결국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 2년 전 대출금 상환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대출을 받기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중랑구를 비롯해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년여 만에 최고 전셋값 오름폭을 기록하는 등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오름세가 극심한 상황이다. 전세 물량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가을 전세대란을 우려할 정도다.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묵동 아이파크 84.94㎡의 전셋값(상위평균가 기준)은 지난 2009년 4월 1억8000만원이었으나, 가을 이사철이 되면서 9월 2억원으로 올랐다. 2년이 지난 2011년 9월에는 2억5000만원까지 급등했다. 다시 2년 후인 2013년 들어 대부분 2억4000~2억5000만원 사이에서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2억8000만원짜리 물량이 나오는 등 전셋값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3% 올랐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 오름폭이다.
중랑구에서는 0.25%가 오르는 등 서울 평균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망우동 염광, 면목동 두산2·3차, 신내동 동성2차 등이 불과 1주 만에 500만원 상향 조정됐다. 묵동 등 전셋값 변동이 없는 지역에서도 서서히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아이파크의 경우)아직 거래는 없지만 가을 재계약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서 내놓고 있다”면서 “매물은 많지 않은데도 전세를 구하려는 문의가 많아 실거래 때는 전셋값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서울·수도권 전세물건이 부족해 전세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도 바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다”며 “매물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일부 소형 매매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도 있지만 전세 대기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1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2억7481만원으로 2년 전 2억5171만원보다 2310만원 상승했다. 통상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올 가을 전세 재계약을 하려면 2300만원 이상 세입자의 자금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때 이른 전세기근 현상으로 웃돈을 줘도 전셋집 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많이 올라 세입자들은 대출을 받아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전세 난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가을 이사철을 대비해 9월부터 공공임대주택 1만여호를 집중 공급해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주택이 차질을 빚으면서 서울시만의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