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청소년백일장 입상작 (초등산문 금상)
마음을 담는 보물창고
망우초등학교 6-3 박승은
내 책상 3번째 서랍은 나의 보물창고이다.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좋은 말만 가득 담긴 편지들. 그리고 그 편지들로 가득 찬 나의 보물창고. 열쇠도 자물쇠도 없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창고이다.
가끔씩 나는 그 창고를 열어 편지를 하나하나 다시 읽어 본다.
가족들, 친구들에게 받은 생일 축하 편지, 피구하다가 나의 얼굴을 맞힌 친구에게 받은 사과 편지,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에 매달려 있던 산타할아버지의 편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내가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교장선생님의 답장과 엄마에게서 온 반가운 편지였다. 우리 학교의 전 교장선생님께서 정년퇴임하실 때가 되자 나는 선생님께 아쉬운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색종이에 친구와 함께 쓴 어설픈 손편지였지만 교장선생님께서는 너무나도 환한 얼굴로 나의 편지를 받아주셨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는데 우리집 우체통에 반가운 편지 한 통이 와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오는 편지 중에 나에게 오는 편지는 아주 드물었기 때문에 나는 뛸 듯이 기뻤다. 특히 교장선생님께 답장이 오리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나의 편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직접 손글씨로 한 자 한 자 써 주셨던 것이다. 지금은 교장선생님이 바뀌셨지만 나는 그때 환한 미소를 지으시던 그 선생님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에게는 너무 따뜻하고 온화한, 할아버지처럼 친근한 분으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두 번째 편지는 엄마께서 인사동에서 보내신 편지다. 그 편지 또한 우체통에 있길래 신나서 봉투를 열었더니 가장 먼저 표지에 보이던 글귀는 "고마워요."였다. 카드를 열어 보니 엄마의 글씨체가 보였다."사랑하는 둘째딸, 승은아!"그 한 줄만으로도 진신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읽을수록 가슴 뭉클해지는 편지였다. 평소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하나 하나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다시는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편지는 내가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였다.
나는 이렇게 편지를 다시 읽어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과 추억을 다시 떠올려 본다. 엄마의 사랑, 교장선생님의 따뜻함, 친구의 진심어린 사과. 이 모든 걸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는 편지는 정말 보물 같은 존재이다. 나는 편지를 읽을 때마다 놀란다. 처음 읽었을 때의 반가움과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것이 내가 놀라는 이유이자 편지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진심이 처음 읽을 때나 나중에 읽을 때나 그대로 전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편지. 특히 직접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면서 내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는 편지.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기분 좋은 편지. 나는 그런 편지를, 상대방의 마음을, 앞으로도 나의 보물창고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