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스여성병원 제3회 출산기 공모전 수상작
위급하고 아찔한 상황까지 갔던 둘째 소율이
최우수상 강은진
경기도 구리시 교문2동 교문아파트 102동
분만일시 2012년 11월 23일 오후 2시 6분 성별 여 체중 3.14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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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2년 11월 23일 오후 2시 6분에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한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첫째 아이는 가진통 일주일, 진진통 14시간 만에 출산하느라 병원에서 진상(?) 산모가 되었기에 둘째도 역시나 긴장을 하였죠. 다들 둘째는 일찍 나온다고 해서 출산 한 달 전부터 가방도 단단히 챙겨놓고 배 아프기만을 기다렸는데 배도 통소식이 없었어요. 하필 제 출산예정일에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휴가를 가셨죠. 전, 꼭 담당 의사선생님한테 출산하고 싶었기에 예정일이 지난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정일이 이틀이나 지나고 담당선생님께서 돌아오시던 그날새벽 4시에 살금살금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보니 이슬이 맺혀 있었어요.
아, 이제 나오려나 보다 생각하고 열심히 냉장고 정리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신랑과 큰아이를 깨워 아침밥 먹여 출근과 등원을 시켰습니다. 큰아이에게 “지윤아~ 오늘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어쩜 오늘 동생이 나올지도 모르겠어!”라고 말하니, “정말요? 진짜요? 우와~~~ 그럼 엄마 이따 동생과 만나요!”라는 인사를 받고 걸어서 10분 거리의 산부인과까지 걸어가는 여유를 보이며 진료실로 들어갔지요. 선생님께선 내진을 해보시더니, “어.....!! 자궁이 3센티 열렸으니 입원합시다!” 전 첫아이를 너무 힘들게 오랜시간 진통속에서 낳은 터라 둘째는 이렇게 쉽게 진행되리라는 생각도 못했기에 친정엄마에게도 시댁어른들께도 알리지 않고 신랑도 출근시켰는데, 입원하라니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입원해서 옷 갈아입고 있었더니 간호사님이 내진을 하시더니, 아무래도 곧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하셨어요. 급히 신랑을 부르고 엄마에게도 연락을 드렸죠. 출산이 급급, 진행되어 완전 LTE급으로 자궁이 확~~~~ 열려버려 의사선생님이 올라오시기도 전에 자꾸만 배에 힘이 들어가 버렸어요. 간호사선생님들이 아직은 안된다고 조금만 참으라시는데, 성격급한 둘째는 나오려고 난리였지요. 그렇게 둘째는 힘 4번 주고 순풍~~~~낳았답니다! 정말 큰아이와는 다른 느낌.... 출산하는게 이렇게 쉬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프지도 않고 쉽게 나왔단 소식에 친정부모님들도 깜짝 놀랐지요. 병원온지 2시간만에 외할머니 판박이 이쁜 공주님가 건강히 세상밖으로 나왔답니다.
이쁜 딸 귀한 딸, 시댁엔 딸이 처음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제게 안겨준 우리 둘째를 안아보고는 너무 감격스러워 이제 산후 처리만 하고 병실로 올라가면 되는 줄 알았던 저와 우리가족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칠 줄이야. 빠른 출산으로 의사선생님에게 격려까지 받았는데, 회음부 꿰매고 출혈정리를 하시던 간호사님의 “왜 이리 출혈이 계속 나지?”라는 갑작스런 혼잣말을 제가 들어버린 겁니다. 당황하신 듯 쩔쩔... 안절부절... 전 불안함이 엄습해왔어요. 수간호사님이 들어오셔서 바쁘게 움직이고, 신랑마저 분만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더니 “얼른 의사선생님 콜해!!!”라는 다급한 목소리... 그때 저는 “뭔가 잘못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워낙 겁이 많은 저는 간호사님한테 계속 질문세례를 퍼부었어요. “왜요? 왜요? 뭐가 잘못되었어요?” 심장이 콩닥콩닥... 간호사님왈 “출혈이 멈추지 않네요. 잠시만요. 의사선생님 금방 오실거예요.” 으악, 전 너무 무서웠어요. 저만 누워있는 분만실, 당황한 얼굴의 간호사들... 드디어 의사선생님이 올라오시고 확인하시더니 아무래도 자궁속 어디선가 출혈이 나오나보다고. “마취해 드릴테니 주무시고 계세요. 금방 멈추게 해드릴께요.”라는 소리와 함께 저는 잠이 들었답니다. 그러나 제가 잠이든 그 시간이 가족들에겐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분만실에 있던 저를 수술실로 옮기며, 출혈이 많아서 아무래도 수혈을 해야할 것 같다고 하시던 의사선생님이 잠시 후 당황하신 듯 나오시더니 “지금 출혈을 멈추려고 하는데 출혈이 정확히 어디서 나는지 알 수가 없고, 온갖 방법들을 써보기는 할 텐데, 만약 정 안되면 자궁을 적출해야 해요”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시고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친정부모님들과 남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노심초사 발을 동동거리며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답니다.
다시 수술실에서 의사선생님이 나오시더니 “아무래도 안될 것 같네요. 자궁적출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본원에서 수술하실 분이 오실거예요.”라는 통보를 하셨답니다. 드디어 서울본원에서 수술해주실 의사선생님이 도착하시고 수술준비에 들어가려던 그때, 의사선생님이 조금씩 출혈이 멈춰가는 것 같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고선 신랑을 수술실로 들어오라고 하였데요.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의사선생님께서 “아휴.....정말 다행이다.”라고 외치시며, 피가 멈춰가니 자궁 적출은 안해도 될 것 같다며 “이제 산모님 깨워드릴께요.”라고 말했데요. 전 누군가 깨워 시끄럽고 정신없는 상황을 귀로 들어가며 눈도 떠지지 않고 마취기운에 말도 어눌하게 “선생님 저.....피.... 멈췄나요? 저 수술하지 않고 괜찮은가요? 배에 칼자국 생겼나요?”라는 질문세례를 퍼부었데요. 괜찮다고 다행히 피가 멈춰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기쁜 소식에 저는 의사선생님께 “그러면 저 콜라한잔이나 생맥주 한잔만 주세요.”라고 했답니다. 그 순간 긴장과 안도감으로 싸늘했던 수술실이 일순간 빵~~~터져 다들 웃고 말았데요.
제가 이쁜 둘째를 낳던 시간은 오후 2시 6분. 수술실에서 나오던 시간은 오후 6시 30분. 저는 4시간동안 가족들을 온통 식은땀 나게 하고 있었어요. 제가 수술실에서 나오니 새파랗게 질려 울먹거리시던 엄마와 말없이 두 손을 꼭 잡아주시며 “정말 수고많이 했어. 내딸....!!”외쳐주시던 아빠. 수술실에서부터 내내 주무르고 손잡아주던 신랑. 어느새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여 동생과 엄마 보겠다고 기다리고 있던 큰아이. 아무 일 없이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고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나던 그때... 사랑스런 우리 큰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 “엄마, 많이 아펐어요? 힘들었어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안 나왔어요? 난 엄마가 아픈 것도 누워 있는 것도 싫어요. 내가 엄마 아프지 않게 지켜줄께요. 사랑해요.....”라며 내 얼굴에 뽀뽀해주는 아들 때문에 참고 참았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터져 흘러내렸습니다.
그냥 순산인줄로만 알았던 제 출산이 이렇게 위급하고 아찔한 상황까지 갈 줄 몰랐다며, 다들 병실에서 제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아무래도 오늘밤 11시까지 금식을 해봅시다.” 지금은 피가 멈췄으나 밤까지 상황을 지켜보자 하시더군요. 아.... 자연분만의 묘미는 출산직후 자기발로 걸어서 병실로 가는 것과 바로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인데, 식탐 많은 저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어요. 병실도 누워서 옮겨지고 밥도 못 먹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한다니.....흑흑. 그래도 무사함을 감사하고 밤 11시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먹어 목이 탄다는 신랑은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나가더군요. 전 배가 너무 고픈 것도 모자라, 그 무섭다는 훗배앓이가 시작되어 전신을 베베꼬아 가며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편의점에 다녀온 신랑은 배고픔을 달랜다고 과자를 먹고 우유를 마시지 시작했어요. 그 시간이 오후 8시. “으악~~~나도 배고프고 배도 아프단 말야.” 사람이 이제 살만하니 배고픔에 신경질이 슬슬 나기 시작했지요. 콜라먹고 싶다고 콜라 사달라고 신랑을 조르니 안된다고 흑흑... 그 옆에서 과자를 아자작 쩝쩝 먹고 있는 신랑이, 아까 그 고마웠던 신랑이 너무너무 보기 싫어지고 있었답니다.
11시가 되어도 오시지 않는 의사선생님. 저는 그만 11시 10분에 뻥~~폭발하고 말았답니다. 분만실 옆 주사실에 있던 제 목소릴 듣고 간호사님들은 달려와서 “의사선생님 금방 오실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근데 산모님 오늘 되게 웃기시네요. 큭큭큭..” 그렇죠, 전 수술실에서부터 맥주와 콜라를 찾아대던 그 산모였던거죠. 그 산모가 이젠 밥 내놓으라고 배고프다고 의사를 불러오라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음, 이제 식사하셔도 될 것 같으시네요. 내일 아침에 다시 상태봅시다!”라는 의사선생님의 말과 함께 전 차가워진 미역국과 밥을 우걱우걱 먹어대기 시작했어요. 돌도 씹어먹을 기세로 먹고 있는데 그만 먹으라며 가져가는 신랑. 미워~미워~~ 콜라가 너무 먹고싶어 간호사를 조르니 “그럼 미지근한 걸로 딱 한모금만 드세요” 그 말과 함께 우리 신랑 편의점으로 보내 콜라 사오라고 해서 캔콜라에 빨대 하나 꽂아 한 모금 쭉~~~ 빨아들이는 순간. “얏호~~~정말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다음날 의사선생님이 불러서 수술실로 다시 들어가 의사선생님의 진단을 기다리던 그 순간, 또 겁이나 식은땀이 줄줄... 의사선생님께선 “이제 안심하셔도 될 것 같네요. 더 이상 출혈은 없어요. 저 산모님 덕에 20년 넘는 경력에도 정말 긴장하고 놀랐답니다.”라며,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서 다행히 자궁적출까지는 가지 않게 하였다며, 본인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시더군요.
지석봉 선생님 감사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전 여자로써 너무 슬플 뻔 했는데 그런 일 없이 잘 도와주셔서 이제 아무 이상 없이 잘살고 있네요. 그때 태어난 우리 공주는 매우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서 벌써 다음 달에 돌을 맞이합니다. 이글을 쓰면서 다시한번 그때의 그 긴박했던 상황들이 떠올라 아찔했고, 가족들과 큰아이의 사랑이 기억나 가슴이 훈훈해지네요. 앞으로 출산을 앞두고 계신 산모님들도 이 글을 읽고 힘내시어 출산하세요~~!! 구리 장스에서든 망우 장스에서든 든든하고 실력있는 선생님들이 있으시니 걱정말고 순산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