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일시 2012년 2월 8일 성별 남 체중 3.75kg |
연애를 두 달 정도 하고 결혼을 해서 저희는 다른 부부들처럼 서로를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하고 나서 신혼여행지에서부터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답니다. 서로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더 트러블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보다 두 살이나 어린 연하 남편과 지극히 개인주의가 강한 저... 전 자기 인생은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힘들어도 스스로 극복해야한다는 주의랍니다. 항상 온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온 신랑은 그런 저를 냉정하다고 했고... 그런 저와 신랑의 생각과 감정의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더라구요.
3월 12일 결혼생활이 시작되었고 4월에 전 아기를 임신하게 되었어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양가 부모님이 많이 걱정을 하셨는데... 남편이 아기를 무척 좋아해서 조카들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타입이라 시어머님께서 아기가 생기면 남편이 달라질 거라 얘기하시곤 했는데... 아기를 임신하고 저희 남편 잘해주는 듯하다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임신한 제가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뭐가 그렇게 먹고 싶은 게 많으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답니다.
산부인과를 고르는 일부터 모든 것을 제가 알아보고 찾아보니, 제자 아이 엄마가 아이 셋 다 장스산부인과에서 낳았다고... 그리고 자연분만을 가장 많이 해주는 병원이라고 하며 넘 좋아라 해서 장스산부인과를 다니게 되었어요.
전 첫아기였고 한번이라도 더 뱃속에 아기를 보고픈 맘에 장스산부인과 이인식 선생님이 검사 받으러오라고 한 날에 꼬박 꼬박 가서 초음파로 아기 얼굴, 등, 손가락, 발가락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답니다.ㅎㅎ 다행히도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우리 아기를 품은 지 10달이 훌쩍 지나가게 되었답니다.
예정일이 2월 1일인데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요. 아기가 더 이상 커지면 자연분만이 어려우니 유도분만을 권유하셨고, 저는 너무나도 신뢰가 되는 의사쌤 이인식 선생님의 말씀대고 유도 분만을 하기로 결정을 했답니다.
2월 6일 월요일 아침
전날 인터넷을 뒤져서 출산하고 필요한 물품을 가방에 챙겼답니다. 내복, 수면양말, 회음부방석, 수건, 기초화장품류, 아기 기저귀, 아기 속싸개. 겉싸개, 배냇저고리 등등이요.
남편과 시어머님과 함께 장스 산부인과에 입원을 하고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답니다. 많이 움직이면 아기가 빨리 나온다고 계단도 남편과 열심히 오르락내리락 하고 열심히 걸었답니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나올 기미가 안보이더군요.t.t 그냥 월요일은 정말 약한 생리통을 하듯 했는데.. 별로 아프지도 않아서 신랑과 야식도 먹고... 이날은 앞으로 다가올 진통의 순간을 몰랐기에 나름 즐겁게 보냈답니다.
2월7일 화요일 뺏던 촉진제를 다시 맞고
양수도 아직 안 터진 상태였고 의사쌤은 자궁이 2cm 열렸다고 아직 멀었다고 하시고.. 양수를 손으로 터뜨리면 진행속도가 빨라진다는 시누이의 말을 듣고 수간호사님께 아기가 빨리 나오도록 양수를 터뜨려 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말이 곧 고통이 가중된다는 말인 줄도 몰랐네요.
수간호사님께서 양수를 손으로 터뜨려 주시고 그 이후 진통은 정말 배가 되더군요. 오후가 되니 정말 끙끙 앓는 소리가 날 정도로 산통이 오더군요. 나중에는 숨이 멎을 것같이 아파서 간호사쌤께 말씀드렸더니.. 이정도 아파서는 아기 안나온다고.. 하늘이 노래지고 앞이 안보일 때 아기가 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양수를 터뜨려서 그런지 진행 속도가 거의 없었던 전날과 다르게 조금씩 자궁이 열리고 있었어요.
저녁이 되니 정말 출산의 고통은 어마 어마한 고통이었답니다. 그리고 엄마도 나를 이렇게 낳았구나란 생각에 대학생때 하늘나라로 가신 친정엄마도 떠오르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더라구요.
2월 8일 새벽 1시경
전 잠을 자고 싶은데 잠들만 하면 통증이 오고 그 통증이 점점 텀이 빨라져서 잘 수가 없었답니다. 당직 간호사님께 저 진행 얼마나 되었냐고 하니 아직 멀었다고 하시고.. 정말 남편과 룰루랄라 첫날을 보낸 것과 다르게 이날은 둘이 힘들어서 부둥켜안고 울었답니다.
새벽 2시경 이미 무통 주사를 2번이나 맞았음에도 넘 고통스러워서 3번째 무통주사를 맞았답니다. 그렇게 무통 천국을 맞보며 한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고통이 오더군요.
가족 분만실로 이동을 해서 곧 나오겠다는 희망이 보였는데.. 가족분만실 들어간 산모들은 금방 아기 낳고 나오던데.. 우리 아기는 왜케 안나오는지... 눈물로 새벽을 맞이했답니다.
저희 남편 힘들어 하는 저에게 그동안 나쁘게 대해서 미안하다며 안아주더라구요. 이렇게 힘들게 아기를 낳는 줄 몰랐다며.. 그리고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신랑의 진심어린 사과로 그동안 남편에 대한 앙금이 사르르 눈 녹듯이 사라지더군요.
새벽 7시경 무통주사 4번을 맞고 조금 한숨을 돌리는데 고통이 금방 오더라구요. 자궁문도 제법 많이 열렸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님들의 모습도 보였답니다. 곧 아기가 나올 것이란 희망을 안고 또 참고 견디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또 넘어야 할 관문이 있더라구요. 양 다리를 팔로 안고 가슴으로 끌어당기면서 힘을 주는 자세를 하라고 하셔서 팔도 짧고 뻣뻣한 저는 넘 힘이 들었답니다. 제가 답답하게 힘을 주니 수간호사님께서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도와주라고 해서 남편도 함께 힘을 주는데 이때 수간호사님께서 상냥하게 얘기 하셨다면 전 아마 산통 다 겪고 제왕절개를 했을 것 같아요. 저도 남편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거든요. 그런데 수간호사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씀에 초보부모인 저는 네네 하며 따라 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리고 제가 힘을 제때 주지 못하면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난 말씀을 들으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힘껏 힘을 주게 되었어요. 우리 아기가 다치기라도 하면 절대 안되니까요.. 그렇게 힘을 주니 무엇인가 쑤욱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리고는 우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그때가 아침 9시58분경이었답니다. 3.75kg, 55cm인 늠름한 우리 별이...
신기하게 태어나자마자 젖을 주니 젖을 빨더라구요. 내 품에 안긴 아들을 보고 아기 낳는 고통을 겪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어요. 그리고 다짐하게 된 것은 이 아기를 위해서 난 뭐든 하는 엄마가 될 거란 다짐이었어요. 아기 낳고 신랑도 저에게 별이 엄마로, 정말 잘 해주려고 애를 써요. 그리고 아들이 신랑을 많이 닮아서 더 좋아하구요.ㅎㅎ
아기를 낳고 달라진 점은 제가 뭐든 해주고자 노력하고 공부하는 엄마가 되었다는 점이랍니다. 살림도 못하고 요리도 못하는데 아기 이유식은 꼬박 꼬박 만들고... 피자, 햄버거같은 정크푸드를 좋아했던 제가 아기 간식과 음식은 하나하나 찾아보고 알아보고 구입하는 엄마가 되었어요.
한 아기가 이렇게 저와 남편을 바꿔줄 줄이야... 정말 너무나 소중한 생명 별이를 낳은 저의 출산 스토리였답니다.ㅎㅎ 그리고 더 기쁜 소식도 살짝 전해볼게요. 둘째도 임신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둘째도 장스산부인과에서 출산할 예정이구요. 참 신기한 것은 작년 2월에 저희 별이를 낳았는데... 우리 둘째는 내년 2월이 예정일이에요.ㅎㅎ